“훔쳐서 나라를 차지할 수 있으나 천하를 얻을 수는 없다. 이것은 무엇 때문인가? (그것은) 나라는 조그만 기구이므로 소인도 가질 수 있고 작은 도(道)로도 얻을 수 있고 작은 힘으로도 유지할 수가 있다, 하지만 천하는 큰 기구이므로 소인은 가질 수가 없고 작은 도로써는 얻을 수가 없으며 작은 힘으로는 유지할 수가 없다.”
竊可以得國, 而不可以得天下, 是何也? 曰: 國, 小具也, 可以小人有也, 可以小道得也, 可以小力持也; 天下者, 大具也, 不可以小人有也, 不可以小道得也, 不可以小力持也.(절가이득국, 이불가이득천하, 시하야? 왈: 국, 소구야, 가이소인유야, 가이소도득야, 가이소력지야; 천하자, 대구야, 불가이소인유야, 불가이소도득야, 불가이소력지야.)
위 문장은 ‘순자(荀子)’의 ‘정론(正論)’ 편에 나온다. 편명을 ‘정론’으로 하였다. 이는 순자(荀子·기원전 298~기원전 238)가 여러 학자의 견해를 비판하면서, 유가의 올바른 이론을 확립하겠다는 뜻을 담은 것으로 해석된다. 알다시피 ‘순자’라는 책은 순자가 제자백가의 사상을 비판적으로 계승하여 초기 유가 사상을 두 번째로 집대성한 책이다. 이 책은 관념적 도덕이 아니라 실천적 도덕에 대해 생각하게 한다. 순자는 매우 중요한 사상가·철학자로 꼽힌다.
‘천하자, 대구야, 불가이소인유야’라는 문장을 염두에 두고 우리의 정치 현실을 보자. 내년 3월에 치를 대통령선거를 앞두고 여야 간에, 또 같은 진영끼리 서로 싸우느라 하루도 조용한 날이 없다.
우리나라는 여러 부문에서 세계 10위권 안에 드는 나라로 성장했다. 누구든 대한민국의 위상에 걸맞고, 여러 가지 어려운 문제를 슬기롭게 극복하며, 꾸준하게 나라의 발전을 이룰 후보가 대통령이 되면 될 것이다. 순자가 위의 문장에서 지적한 것처럼 천하를 얻을 큰 인물도 결국 그러한 자질을 갖춘 사람이다.
우리나라 사람들이 너무 정치에 매몰된 느낌을 받는다. 목압서사를 찾아오는 사람들뿐만 아니라 이 깊은 지리산의 마을 할머니들도 모두 정치 이야기를 한다. 현실을 살면서 정치에 무심할 수 없지만, 삶의 모든 부분을 정치와 연관시키는 건 슬픈 일이지 않을까.
시인·고전인문학자·목압서사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