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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해훈의 고전 속 이 문장 <95> 백일홍(배롱나무)을 읊은 성삼문의 시

가는 곳마다 나를 따르는 듯하네(到處似相隨·도처사상수)

  • 조해훈 시인
  •  |   입력 : 2021-08-03 18:35:20
  •  |   본지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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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마다 윤음(綸音) 전하는 관아에서(歲歲絲綸閣·세세사륜각) / 붓 잡고 백일홍을 대했지.(抽毫對紫薇·추호대자미) / 이제 와 꽃 아래서 취하노니(今來花下醉·금래화하취) / 가는 곳마다 나를 따르는 듯하네.(到處似相隨·도처사상수)

성삼문(成三問·1418~1456)의 시 ‘백일홍(紫微花·자미화)’으로, 허균이 엮은 시선집 ‘국조시산(國朝詩刪)’ 권1에 있다.

첫 구에서 ‘윤음(綸音)’, 즉 임금의 말씀인 윤지(綸旨)를 전하는 관아에 있었다고 하는 걸로 볼 때 성삼문이 승정원에 근무하던 시절 지은 작품으로 보이나, 실제로는 사간원에서 일하던 때였다. 그는 사육신의 한 사람으로 세종대 한글창제에 큰 역할을 한 절신(絶信)이다. 성삼문이 사간원을 승정원처럼 표현한 것은 당나라 시인인 백거이(白居易·772~846)의 시 ‘자미화(紫微花)’ 때문이다. “왕명을 전하는 전각에는 문서가 고요한데(絲綸閣下文書靜·사륜각하문서정)/ 북을 두는 누각에는 물시계 소리 기다랗다.(鐘鼓樓中刻漏長·종고루중각루장)/ 홀로 황혼에 앉아 있으니 누구를 짝할까(獨坐黃昏誰是伴·독좌황혼수시반)/ 자미화만 자미랑을 마주하고 있네.(紫微花對紫薇郞·자미화대자미랑)”(‘백씨장경집·白氏長慶集’ 권19)

백거이가 “왕명을 전하는 전각”이라 했기에 성삼문도 “윤음을 전하는 관아”라 했다. 성삼문이 본 백일홍은 사간원에 있던 것으로, 조선 시대 사간원은 자미화가 핀 관아라는 뜻에서 미원(薇垣)이라 했다.

여름을 가장 화려하게 장식하는 꽃 중 하나가 백일홍이다. 목백일홍이라고도 하는 배롱나무는 자미화라고도 한다. 간지럼을 많이 타는 나무라 하여 파양화(怕痒花) 파양수(怕癢樹)라고도 했다. 나무껍질이 매끈해 원숭이도 미끄러진다 하여 후자탈(猴刺脫)이라고도 한다. 일홍은 간지러움을 참지 못하는 나무로 가지를 긁으면 가지와 잎이 움직인다. 조선 전기 문신인 강희안(姜希顔·1418~1464)은 ‘양화소록(養花小錄)’에서 “백일홍 꽃은 아름답고 노을처럼 곱게 뜰을 비춰 사람의 눈을 현란하게 하고, 풍격이 유려하여 고관대작의 저택 정원에 많이 심는다”고 했다. 목압서사에도 백일홍 몇 그루가 이 무더운 날에도 아름다움을 자랑한다.

시인·고전인문학자·목압서사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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