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부산메디클럽

조해훈의 고전 속 이 문장 <84> 유득공의 둘째 아들 유본예의 글

책이 비싸 못 사고 베껴 공부한 이야기

  • 조해훈 시인
  •  |   입력 : 2021-06-27 18:52:51
  •  |   본지 19면
  • 글자 크기 
  • 글씨 크게
  • 글씨 작게
“나는 아이 적부터 책 보는 것을 좋아했고, 또 책을 베끼는 고질병을 갖고 있다. … 또 종이가 비싸서 파리 대가리처럼 작은 글씨로 작게 베낀 글을 모아 놓았다. … 게다가 나 같은 사람은 본디 가난한 탓에 풍부한 장서를 소장하는 데에는 생각이 미칠 수 없다. … 우리 집에는 역대의 시를 뽑은 책이 많이 있는데 모두 선친께서 젊을 때 직접 베끼신 책자이다. 증조부께서 베끼신 ‘방옹집(放翁集)’과 조부께서 베끼신 ‘전목재집(錢牧齋集)’ 한 권은 우리들이 지금까지 보물로 감상하여 시 공부에 상당한 보탬이 되었다…."

余兒時喜看書, 而又癖於抄書(여아시희간서 이우벽어초서). … 又因紙貴 以蠅頭字細細抄集(우인지귀 이승두자세세초집). … 且吾輩素貧 富於藏書 非所議到(차오배소빈 부어장서 비소의도). … 吾家多有歷代詩抄 皆是先君少時手抄之書(오가다유역대시초 개시선군소시수초지서). 而曾王考所抄放翁集及祖考所抄錢牧齋集一卷 小子輩至今寶玩 其於詩學頗有資益焉(이증왕고소초방옹집급조고소초전목재집일권 소자배지금보완 기어시학파유자익언) ….

위 글은 유본예(柳本藝·1777~1842)의 산문 ‘서초설(書抄說)’, 즉 ‘글을 베끼는 이야기’로 그의 필사본 ‘수헌집(樹軒集)’에 수록돼 있다.

조선 시대 선비들의 일반적인 공부 방법을 묘사한 것이 이 글의 내용이라 할 수 있다. 당시에는 책의 가격이 워낙 비싸 직접 구입할 엄두를 내지 못했다. 그러다 보니 대개 다른 사람이 소장한 책을 빌려 베껴 공부를 하였다.

유본예의 경우는 그래도 나은 편이었다. 그는 정조 시대의 유명한 문인인 유득공(柳得恭)의 둘째 아들이다. 유본예 또한 정조 말엽부터 20여 년간 규장각 검서관으로 봉직한 문사이다. 그런 그도 그러했으니, 돈도 없는 데다 벼슬도 하지 않은 선비들이라면 더 말할 나위가 없었다.

그때는 벼슬이 상당히 높거나, 큰 문중에 속하거나, 돈이 많은 후손 또는 제자들의 후원을 받는 경우가 아니라면 문집을 내기 힘들었다.

필자의 집에 내려오는 고서 가운데서도 이런 필사본이 많다. 할아버지들이 깨알 같은 글씨로 한 자 한 자 적어 묶은 책들을 보노라면 고개가 절로 숙여진다.

시인·고전인문학자·목압서사 원장
ⓒ국제신문(www.kookje.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국제신문 뉴스레터
국제신문 네이버 뉴스스탠드 구독하기
국제신문 네이버 구독하기
뭐라노 뉴스

 많이 본 뉴스RSS

  1. 1문 前 대통령 거제 생가 복원키로
  2. 2신세계, 센텀 롯데百 인수…쇼핑·문화·관광 복합타운 만든다(종합)
  3. 3[시사난장] 풀숲에 버려진 ‘영도다리의 뼈’
  4. 4“영도 절영초 통폐합 추진 중단하라”
  5. 5신세계 야외주차장도 복합개발 속도…센텀 유통지형 요동
  6. 6김해 시내버스 개편…장유 등 23대 증차
  7. 7“국제신문 살리는 게 지역 민주주의 지키는 일”
  8. 8고리원전에 가짜 베어링 납품 업체들, 1년째 수사 표류
  9. 9팔만대장경 다시 판각…해인사 50년 대장정
  10. 10행사 한창인데 벡스코 정전…전력관리체계 도마(종합)
  1. 1“영도 절영초 통폐합 추진 중단하라”
  2. 2“능인, 경영능력에 의문” 부산국힘 내주 지원안 머리 맞댄다
  3. 3국힘 부정선거론 다시 띄우기…민주 “선동에 열중” 비난
  4. 4李 비판 유시민에 김민석 “대응 불필요”
  5. 5李 대통령 지지율 1%p 하락 39%…민주 국힘 경합
  6. 6송파 247만 장 검증, 신분확인·촬영요구로 시작부터 차질(종합)
  7. 7국민의힘 곽규택 의원 등 동구 주요 당직자, 북항 돔구장 정부 공모 참여 환영
  8. 8대한항공 말흐리기…실체없는 통합LCC 부산 허브
  9. 9[뉴스 분석] 종교인·언론사주가 국회 권위 훼손…도덕성 논란까지
  10. 10李 대통령 지지율 2%p 오른 46%…조희대 탄핵 반대 45%
  1. 1신세계, 센텀 롯데百 인수…쇼핑·문화·관광 복합타운 만든다(종합)
  2. 2신세계 야외주차장도 복합개발 속도…센텀 유통지형 요동
  3. 3행사 한창인데 벡스코 정전…전력관리체계 도마(종합)
  4. 4미분양·빈집 누적…부산 안서도 주택 위기 제각각
  5. 5부산시, 쿠팡 등 3곳 1630억 투자 유치
  6. 6삼성전자 분기 영업익 107조 역대 최대…반도체로만 106조(종합)
  7. 7AI드론으로 참치 찾는 선박 부산 출항
  8. 8롯데, 영도대교 복원 인연 축제로 잇는다
  9. 9‘덕후 천국’ 부산에 떴다…롯데百 전국 첫 IP 전문관
  10. 10가계대출 금리 5% 턱밑…고정형 주담대 사상 첫 5% 뚫어
  1. 1문 前 대통령 거제 생가 복원키로
  2. 2김해 시내버스 개편…장유 등 23대 증차
  3. 3“국제신문 살리는 게 지역 민주주의 지키는 일”
  4. 4고리원전에 가짜 베어링 납품 업체들, 1년째 수사 표류
  5. 5팔만대장경 다시 판각…해인사 50년 대장정
  6. 6기말고사에 EBS 유사 문항, 처음 아니었다
  7. 7착취 당한 男 장애인 구조해도…부산엔 임시거처조차 없다
  8. 8국회 복지위 ‘침례병원 정상화’ 정부 결단 촉구
  9. 9본사 비대위·퇴직자, 지광 고소…실질경영자에 ‘체불 책임’ 추궁
  10. 10검증 체계 없는 유가보조금…줄줄 샌다
  1. 1마침내…밀워키, 월드시리즈 첫 우승(종합)
  2. 2괜찮을까…모레노호, ‘96라인’·손흥민 모두 품었다
  3. 3“AG 환희 잊고…리그 첫 경기부터 승수쌓기 총력”
  4. 4여자프로농구 절반이 女감독
  5. 5롯데 수석코치 허문회, 2군 감독 박승민
  6. 6모레노, 은퇴소동 ‘96라인’ 달랜다…대표팀 내홍 풀까
  7. 7부산시대 2년차 읏맨 “홈팬 응원에 성적으로 보답”
  8. 8밀워키, 창단 58년 만에 WS 우승…5차전서 4-1로 탬파베이 제압
  9. 9경남 생활체육 대축전 30일 개막…3일간 31개 종목 열전
  10. 10롯데, 공격서 수비로 중심 이동…주전 새판짜기 예고
  • 국제신문 골프대회
  • 맘편한 부산
  • 부산국제마라톤
  • BNK생명나눔챌린지
  • 유콘서트
걷고 싶은 부산 그린워킹 홈페이지
국제신문 대관안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