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
부산메디클럽

조해훈의 고전 속 이 문장 <66> 절박한 상황에서 선택한 여종의 죽음

떠나기도 어렵고 떠나지 않는 것도 어려워라

  • 국제신문
  • 디지털콘텐츠팀 inews@kookje.co.kr
  •  |  입력 : 2021-04-25 19:38:49
  •  |  본지 19면
  • 글자 크기 
  • 글씨 크게
  • 글씨 작게
- 欲去爲難不去難·욕거위난불거난

“한 선비가 영남 지방에 있는 종의 집에 내려갔다가 보니, 그 여자 종이 젊고 재주와 용모가 모두 뛰어난데 이미 시골놈에게 속해 있었다. 선비가 억지로 따라오도록 명령했다. 가다가 낙동강에 이르렀는데, 그녀의 남편도 그곳까지 따라왔다. 그 여성 종은 시를 지어 남편에게 주고는, 곧 강에 몸을 던져 죽었다. 시는 이러하다. 주인의 위세는 서릿발 같고 남편의 애정은 산과 같아 / 떠나기도 어렵고 떠나지 않는 것도 어려워라. / 머리 돌리니 낙동 강물은 푸르른데 / 이 몸은 위험에 처했지만 마음만은 편안쿠려.”

有一士人 下往嶺南奴僕家 見其女奴 年少才色俱絶 而已屬村漢. 士人 勒令從行. 行到洛東江, 其夫亦隨到. 其女題詩贈之 仍投死. 詩曰. 威如霜雪重如山 / 欲去爲難不去難 / 回首洛東江水碧 / 此身危處此心安(유일사인 하왕영남노복가 견기여노 연소재색구절 이이속촌한. 사인 늑령종행 행도낙동강 기부역수도. 기녀제시증지 잉투사. 시왈. 위여상설중여산 / 욕거위난불거난 / 회수낙동강수벽 / 차신위처차심안).

편자 미상의 ‘해동기담(海東奇談)’에 수록되어 있는 글이다. 상전(上典)이 와서는 남편을 버리고 그 자신을 따를 것을 강요하자 낙동강에서 한 편의 시를 남기고 강물에 몸을 던진 한 여종의 슬픈 이야기이다.

노비는 전통적 신분제 사회에서 최하층 신분이었다. 통속적으로는 ‘종’이라 불리었다. 노(奴)는 사내 종, 비(婢)는 계집 종을 뜻한다. 조선 시대 중기 이후 종모법(從母法)을 시행하면서 악덕한 양반은 노비의 수를 늘리려고 일부러 여종에게 못된 짓을 하였다. 조선은 다른 나라들과는 달리 노비 인구가 엄청났다. 홍문관 부제학을 역임했던 이맹현이 성종 25년(1494년) 자식들에게 상속한 노비 숫자는 757명이었다. 선조 39년(1606년)에 A지역에서는 64%가, 광해군 1년(1609년) B지역에선 47%가 노비였다고 한다. 우리는 강물에 몸을 던진 여종의 심정을 다 헤아리지 못한다. 신분의 높고 낮음를 떠나 남편을 둔 아녀자로서 상전에게 끌려가야 하는 그 절박하고 힘든 마음을 누가 알 수 있을까? 세월이 얼마나 지났는지는 알 수 없지만, 그녀의 명복을 빈다.

시인·고전인문학자·목압서사 원장
ⓒ국제신문(www.kookje.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국제신문 뉴스레터
국제신문 네이버 뉴스스탠드 구독하기
뭐라노 뉴스

 많이 본 뉴스RSS

  1. 1남천동 삼익비치 연일 신고가…41.52㎡ 9억 대
  2. 2kt 농구단 탈부산 나비효과 <상> 사직구장 재건축에 ‘날개’…‘임시 둥지’ 마련해야 순항
  3. 3장은진의 판타스틱 TV <79> 트로트 팬덤의 진화 ⑬ ‘TV 조선’의 선택
  4. 4중기부 현직 간부, 중기부 장관 승인하는 부산TP 원장 지원 논란
  5. 5양산·김해, 걷기 인기 끌자 길 가꾸기 공들인다
  6. 6“이건희미술관 부지 무상 제공” 해운대구도 유치 선언
  7. 7기재부 오판에…‘원전해체연구소’ 설립 1년 이상 미뤄진다
  8. 8스토리人 도심갈맷길-세 가지 이야기 <하> 피란역사문화길
  9. 9췌장암 5년 생존율 12% 불과…20년간 변함없는 ‘최악의 암’
  10. 10박용진 여권 대권 적합도 3위…하태경 야권 5위 깜짝 진입
  1. 1박용진 여권 대권 적합도 3위…하태경 야권 5위 깜짝 진입
  2. 2“과감한 분권 연방공화국이 답이다” 김두관 부산 세몰이
  3. 3하태경 야권 첫 대권 도전 선언…“내 사전에 유턴은 없다”
  4. 4국힘 부울경 의원 “인천공항 항공정비사업 추진 멈춰라”
  5. 5첫 행보부터 관행 깬 이준석 “국힘, 여의도 새 표준 될 것”
  6. 6문 대통령 “북한 동의 땐 백신 공급 적극 추진”
  7. 7선진국과 어깨 나란히…사실상 ‘G8’
  8. 8청년의힘, 이준석 돌풍에 이유 있는 주목
  9. 9[정치 데스크 '인사이드'] “자책골” 비판 자초한 시의회 여당 성명
  10. 1040대 표심 요동…야당 39.1% 여당 29.2%
  1. 1남천동 삼익비치 연일 신고가…41.52㎡ 9억 대
  2. 2중기부 현직 간부, 중기부 장관 승인하는 부산TP 원장 지원 논란
  3. 3기재부 오판에…‘원전해체연구소’ 설립 1년 이상 미뤄진다
  4. 4운영비 부담·反탈원전 기류 맞물려…고리1호기 해체 ‘불똥’
  5. 5IoT·AI 접목 ‘스마트컨테이너’ 만든다
  6. 6일주일 만에 또…코스피 최고치
  7. 7예보 내달 6일부터 착오송금 반환 지원
  8. 8녹색경영 바람에…부산은행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금융상품’ 띄우기
  9. 9무착륙 국제관광비행 항공·면세업에 ‘단비’
  10. 10부산 시민단체 ‘국제 모범도시 조성법’ 제정 힘모은다
  1. 1양산·김해, 걷기 인기 끌자 길 가꾸기 공들인다
  2. 2“이건희미술관 부지 무상 제공” 해운대구도 유치 선언
  3. 3스토리人 도심갈맷길-세 가지 이야기 <하> 피란역사문화길
  4. 4현 청사 부지 활용·상인 반발 해소 ‘두 토끼 잡기’
  5. 5코로나19 확진자 이틀째 300명대… 부산서는 오전 확진자 없어
  6. 6브라질서 1조 해양설비 수주…대우조선해양 7년 만에 ‘잭팟’
  7. 7부산진구 양정 요가학원서 불...반려견 사망
  8. 8"왜 1만 원 안 거슬러줘" 버스 운전 방해 50대 체포
  9. 915일 부울경 대체로 흐리고 비소식
  10. 10오늘의 날씨- 2021년 6월 15일
  1. 1kt 농구단 탈부산 나비효과 <상> 사직구장 재건축에 ‘날개’…‘임시 둥지’ 마련해야 순항
  2. 2롯데·한화, 1위 경쟁만큼 뜨거운 탈꼴찌 경쟁
  3. 3권순우 남자 테니스 79위 도약…도쿄올림픽 출전 청신호
  4. 4유소연 LPGA 메디힐 챔스 공동 3위
  5. 5에릭센, 경기 중 심정지…축구팬 충격
  6. 6아이파크 안병준 첫 해트트릭
  7. 7롯데 루키 김진욱, 천신만고 끝 첫 승
  8. 8과연 ‘캡틴 손’…벤투호 무패로 월드컵 최종 예선행 견인
  9. 9김학범호, 도쿄올림픽 앞둔 마지막 평가전서 가나에 3-1 완승
  10. 10롯데, KIA와 더블헤더 2차전 3 대 6 패
  • 해양컨퍼런스
  • 유콘서트
걷고 싶은 부산 그린워킹 홈페이지
국제신문 대관안내
스토리 박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