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부산메디클럽

조해훈의 고전 속 이 문장 <40> 운수행각하며 만행한 괄허 선사 ‘운수승의 노래’

열흘의 발자취가 강과 산뿐이네(一旬蹤迹是江山·일순종적시강산)

  • 조해훈 시인
  •  |   입력 : 2021-01-24 19:43:28
  •  |   본지 20면
  • 글자 크기 
  • 글씨 크게
  • 글씨 작게
“사흘은 강을 가고 이레는 산을 가니(三日江行七日山·삼일강행칠일산)/ 열흘의 발자취가 강과 산뿐이네.(一旬蹤迹是江山·일순종적시강산)/ 강과 산이 모두 다 가슴 속에 들었으니(江山盡是胸中物·강산진시흉중물)/ 맑은 강을 노래하고 청산을 노래하네.(咏出淸江咏出山·영출청강영출산)”

조선조 숙종 때 괄허(括虛·1720~1789)선사의 ‘괄허집’에 나오는 칠언절구 ‘운수승송(雲水僧頌·운수승의 노래)’이다.

구름처럼 떠돌고 물처럼 흘러가며 운수행각(雲水行脚)하는 탁발승을 보기가 드문 시대다. 스님들은 만행(萬行)하면서 제방을 순력하며 수행했다. 인욕의 정신을 키우고 하심을 배워 일체 집착에서 떠나기 위한 수행의 한 방편으로, 치열한 정진이다.

원래 운수행각은 깨달음을 얻기 위한 모든 수행을 통틀어 일컫는 만행의 하나이다. ‘법망경고적기(梵網經古迹記)’에서는 “만행의 시작은 계율로써 근본을 삼고, 만행의 끝은 깨달음으로써 결과를 삼는다”고 했다. 따라서 수행자에게는 일생이 만행의 연속이 되는 생활이다.

초기 율장에서는 한곳에 사흘 이상 머물지 말라고 했다. 이렇게 말한 까닭은 한곳에 오래 머물면 정이 들고 애착이 생겨 해탈을 얻는 데 방해가 되기 때문이다. 여하튼 납자들의 운수행각은 끝없는 역정이다. 한곳에 머물지 않고, 언제나 지체 없이 훌쩍 떠나는 무애행이다. 괄허 선사의 시 내용처럼 강과 산은 말할 것도 없이 넓은 대지, 촌락의 좁은 구석까지 납자의 발길이 닿지 않는 곳이 없다.

운수송(雲水頌) 중에서는 중국 후량의 선승인 포대(布袋)화상의 그것이 유명하다. “바리때 하나로 이집 저집 밥을 빌며(一鉢千家飯·일발천가반) / 외로운 이내 몸 만 리 길을 떠도네.(孤身萬里遊·고신만리유)/ 푸른 눈 알아보는 이 드무니(靑目覩人少·청목도인소)/ 흰 구름에게 갈 길을 묻네.(問路白雲頭·문로백운두)”

조계종 쌍계사 바로 옆에 은거하는 필자를 찾아온 지인이 “요즘처럼 혼란한 때는 차라리 산문에 갇혀 지내거나 운수행각하는 스님이 부럽다”고 말했다. 힘든 만행을 하며 용맹정진하는 스님들이 들으면 “예끼” 고함칠 일이다.

시인·고전인문학자·목압서사 원장
ⓒ국제신문(www.kookje.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국제신문 뉴스레터
국제신문 네이버 뉴스스탠드 구독하기
국제신문 네이버 구독하기
뭐라노 뉴스

 많이 본 뉴스RSS

  1. 1해운대 벗어나 우리동네로…부산이 온통 극장이네요
  2. 2부산에 하나 뿐인데…‘부산예대’ 내년 2월 문 닫는다
  3. 3“능인선원 매각 협상 나서라” 국제신문 사활 건 총력투쟁
  4. 4준비 덜 된 경찰시대…‘대국민 수사 실험’ 우려
  5. 5‘반쪽’ 자갈치 축제…내홍에 창립멤버 어패류조합 빠졌다
  6. 6[정쾌호의 부동산 탐구생활] 부산 아파트 10년, 이중 양극화와 위상 추락
  7. 7시민이 만든 '부캉이' 공공 자산으로…부산시, 상표권 독점 막는다
  8. 8“가덕 공사비 증액 법 개정 앞서 정부 약속부터”(종합)
  9. 9전재수 ‘되돌릴 수 없는 해양수도 기반 조성’ 선언
  10. 10김해시민 민생회복지원금, 2주 만에 지급률 80% 돌파
  1. 1[속보] “전두환 내란 아냐” 김태규 ‘제명 촉구 결의안’의결
  2. 2‘교정시설 조성 지원 특별법’ 발의…부산구치소·교도소 통합 뒷받침
  3. 3부산 국힘 “보좌진 유죄 선고…전재수 시장, 시민에 사과해야”
  4. 4[속보]우크라 외무 “한국 중요해…외교적 오해 해결바라”
  5. 5김민석 부산 찾아 “전재수 시정 성공시키겠다”
  6. 6李대통령 “우크라, 상대국 원수 거짓말쟁이 만들어…사과 거부시 추가 조치”
  7. 7국힘, 중수청 앞서 “범죄자 천국될 것” 여론전(종합)
  8. 8李 “김지용, 친윤 아닌 반윤 검사” 중수청장 청문 요청키로
  9. 9靑 “이 대통령 ‘불의의 사고’ 표현, 부상 장병 위로한 것…북한 면죄부 주려는 것 아냐”
  10. 10이 대통령, 김지용 중수청장 후보자 청문요청안 재가
  1. 1“가덕 공사비 증액 법 개정 앞서 정부 약속부터”(종합)
  2. 2동래 플래그십 문 연 ‘르노’…미래차 R&D센터 내년 오픈
  3. 3삼성중공업, 올해 LNG운반선 20척 수주. 글로벌 경쟁력 입증
  4. 4북극 누빈 아라온호, 항로예측 기틀 마련
  5. 5최태원, 9440억 규모 SK 지분 매각 결정…노소영 재산분할액과 같은 규모
  6. 6신한은행 해킹 서버서 “‘중국어 AI 침투도구’ 흔적 발견”
  7. 7대선주조 부산 문화 앞장…‘부산국제록페스티벌’ 8년째 후원 행보
  8. 8국민·하나·부산은행도 당했다…금융권 해킹 피해 확산(종합2보)
  9. 9신한銀 2만5000명 고객정보 털렸다…당국 조사
  10. 10"건보료 재정누수 심각…1000만원 초과 고액체납 2배 급증"
  1. 1부산에 하나 뿐인데…‘부산예대’ 내년 2월 문 닫는다
  2. 2“능인선원 매각 협상 나서라” 국제신문 사활 건 총력투쟁
  3. 3준비 덜 된 경찰시대…‘대국민 수사 실험’ 우려
  4. 4‘반쪽’ 자갈치 축제…내홍에 창립멤버 어패류조합 빠졌다
  5. 5시민이 만든 '부캉이' 공공 자산으로…부산시, 상표권 독점 막는다
  6. 6전재수 ‘되돌릴 수 없는 해양수도 기반 조성’ 선언
  7. 7김해시민 민생회복지원금, 2주 만에 지급률 80% 돌파
  8. 8부산중수청 문 여는데 아직 공사중…외부 출입통제도 어려워
  9. 9아침기온 경남 7도, 부산 15도…2일부터 쌀쌀해진다
  10. 10“기관장 인선, 유능하면 지역 불문…산은 유치 채널 총동원”
  1. 1송교창·최준용 빠진 KCC…‘루이스 킹’ 희망될까
  2. 2KLPGA 대회 처음 부산서 여는 HJ重… “지역과 상생할 것”
  3. 3메치고 쏘고…한국 유도·양궁 ‘금빛 데이’
  4. 4한국 여자 양궁 단체전 인도에 져 은메달…8연패 무산
  5. 5성적 부진·단장 공백·감독 결별·구단주 경고…김해FC ‘사중고’
  6. 6자존심 지켰다…남자 양궁 리커브 단체전서 금메달
  7. 7LoL 대표팀, 대만 꺾고 아시안게임 금메달…무실 세트 제패
  8. 8HJ중공업, 8∼11일 KLPGA 챔피언십 대회 주최…부산서 처음 열려
  9. 9돌아온 금빛 주역들, 프로야구 막판 순위·타이틀 경쟁
  10. 10해볼 만하다…女축구, 8년 만의 AG 메달 도전
  • 맘편한 부산
  • 부산국제마라톤
  • BNK생명나눔챌린지
  • 유콘서트
걷고 싶은 부산 그린워킹 홈페이지
국제신문 대관안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