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제사 제(示-6)제사 사(示-3)아닐 불(一-3)끊어질 절(糸-7)
요즘 일본에서는 “한국은 싫지만”(韓國は嫌いだけど)이라는 표현이 널리 쓰이고 있다. 21세기 들어서 지속되고 있는 ‘嫌韓(혐한)’ 분위기가 이 말에 이미 내재해 있음을 알 수 있는데, 왜 이런 표현을 쓰는 것일까? 일본에 부는 4차 韓流(한류)로 말미암은 것이다. 이미 전 세계를 휩쓸고 있는 케이팝(K-Pop), 韓食(한식), 케이뷰티(K-Beauty) 등에 이어 케이드라마(K-Drama)가 세계인의 안방을, 특히 일본인의 안방을 점령하면서 “한국은 싫지만”이라는 표현이 쓰이기 시작했다.
최근에 모테기 도미씨스 일본 외무상은 마이니치신문의 특별편집위원이 한국의 어떤 드라마를 거론하며 봤느냐고 묻자, “전부 봤다”고 대답했다. 한일 관계가 이렇게 심각한 상황인데 말이다. 심지어 일본 극우파 사람들까지 한국 드라마에 빠져 있다고 한다. 머리는 한국이 싫다고 하는데 가슴은 한국 드라마에 빠진 꼴이니, 스스로 생각해도 우스꽝스러울 것이다. “한국은 싫지만”은 그런 내적 충돌의 표현인 셈이다.
문화의 힘은 이렇게 대단하다. 정치적인 대립과 갈등을 넘어서고, 심지어 ‘혐한’이라는 풍조까지 힘을 못 쓰게 만드니 말이다. 이런 문화의 힘, 한류의 근원에 대해 대부분 일본인은 아주 우연적이고 일시적인 것으로 여길지 모르겠다. 일본 문화를 베끼고 흉내 낸 것이라 여기는 이도 적지 않은 모양인데, 그들이 받은 교육을 생각해 보면 그럴 만도 하다. 그러나 그게 그들의 불행이며 그들의 한계이기도 하다.
어떤 민족의 독특한 문화, 그 민족의 기질, 성향, 정서, 사상을 잘 보여주는 문화는 하루아침에 이루어진 것이 아니다. 오랜 역사 속에서 다듬어지고 갈무리돼 온 것이다. 그 위에서 새로운 창조와 혁신도 이루어진다. 지금 한류도 그렇다. 노자가 “善建者不拔, 善保者不脫, 子孫以其祭祀不絶.”(선건자불발, 선보자불탈, 자손이기제사불절) 곧 “잘 세운 것은 뽑히지 않고 잘 지킨 것은 빠져나가지 않으므로 자손 대대로 제사가 끊이지 않는다”고 말한 것처럼. 여기서 祭祀(제사)는 문화적 힘이 응축된 것을 이른다.
고전학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