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부산메디클럽

정천구의 도덕경…민주주의의 길 <701> 祭祀不絶

제사가 끊이지 않는다

  • 정천구 고전학자
  •  |   입력 : 2020-08-18 18:38:51
  •  |   본지 19면
  • 글자 크기 
  • 글씨 크게
  • 글씨 작게
- 제사 제(示-6)제사 사(示-3)아닐 불(一-3)끊어질 절(糸-7)

요즘 일본에서는 “한국은 싫지만”(韓國は嫌いだけど)이라는 표현이 널리 쓰이고 있다. 21세기 들어서 지속되고 있는 ‘嫌韓(혐한)’ 분위기가 이 말에 이미 내재해 있음을 알 수 있는데, 왜 이런 표현을 쓰는 것일까? 일본에 부는 4차 韓流(한류)로 말미암은 것이다. 이미 전 세계를 휩쓸고 있는 케이팝(K-Pop), 韓食(한식), 케이뷰티(K-Beauty) 등에 이어 케이드라마(K-Drama)가 세계인의 안방을, 특히 일본인의 안방을 점령하면서 “한국은 싫지만”이라는 표현이 쓰이기 시작했다.

최근에 모테기 도미씨스 일본 외무상은 마이니치신문의 특별편집위원이 한국의 어떤 드라마를 거론하며 봤느냐고 묻자, “전부 봤다”고 대답했다. 한일 관계가 이렇게 심각한 상황인데 말이다. 심지어 일본 극우파 사람들까지 한국 드라마에 빠져 있다고 한다. 머리는 한국이 싫다고 하는데 가슴은 한국 드라마에 빠진 꼴이니, 스스로 생각해도 우스꽝스러울 것이다. “한국은 싫지만”은 그런 내적 충돌의 표현인 셈이다.

문화의 힘은 이렇게 대단하다. 정치적인 대립과 갈등을 넘어서고, 심지어 ‘혐한’이라는 풍조까지 힘을 못 쓰게 만드니 말이다. 이런 문화의 힘, 한류의 근원에 대해 대부분 일본인은 아주 우연적이고 일시적인 것으로 여길지 모르겠다. 일본 문화를 베끼고 흉내 낸 것이라 여기는 이도 적지 않은 모양인데, 그들이 받은 교육을 생각해 보면 그럴 만도 하다. 그러나 그게 그들의 불행이며 그들의 한계이기도 하다.

어떤 민족의 독특한 문화, 그 민족의 기질, 성향, 정서, 사상을 잘 보여주는 문화는 하루아침에 이루어진 것이 아니다. 오랜 역사 속에서 다듬어지고 갈무리돼 온 것이다. 그 위에서 새로운 창조와 혁신도 이루어진다. 지금 한류도 그렇다. 노자가 “善建者不拔, 善保者不脫, 子孫以其祭祀不絶.”(선건자불발, 선보자불탈, 자손이기제사불절) 곧 “잘 세운 것은 뽑히지 않고 잘 지킨 것은 빠져나가지 않으므로 자손 대대로 제사가 끊이지 않는다”고 말한 것처럼. 여기서 祭祀(제사)는 문화적 힘이 응축된 것을 이른다.

고전학자
ⓒ국제신문(www.kookje.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국제신문 뉴스레터
국제신문 네이버 뉴스스탠드 구독하기
국제신문 네이버 구독하기
뭐라노 뉴스

 많이 본 뉴스RSS

  1. 1부캉이가 남기고 갈 ‘북항 활성화·기후 대응’ 숙제
  2. 2아파서도, 부적응도 아니다…고교 자퇴 71% ‘내신 세탁용’
  3. 3부산 이전 1차 공공기관 4곳, 수도권에 여전히 495명 잔류
  4. 4세입자 보증금 안 준 前 금정구의원…추가 피해 확산
  5. 5민주항쟁사 한 폭에 담은 작가 “부마정신 헌법에”
  6. 6구·군 부단체장 출퇴근 의전 논란, 부산 5곳 폐지 결정…4곳은 “고수”
  7. 7부산국제영화제 11년 만에 ‘관객 20만’ 재돌파
  8. 8부산행 KTX 하부 패널 파손…승객 300명 열차 갈아타
  9. 9김도영의 KIA냐, 오스틴의 LG냐
  10. 10[정가 인&아웃] 지역현안 해결사 이헌승 국힘 부산 국회의원, 국제신문 회생에도 팔 걷어
  1. 1[정가 인&아웃] 지역현안 해결사 이헌승 국힘 부산 국회의원, 국제신문 회생에도 팔 걷어
  2. 2[속보] 김민석 "'조희대 탄핵 추진' 논의 공식화"
  3. 3이 대통령 "부마항쟁과 5·18, 헌법 담아내야" 국회에 개헌 논의 촉구 (종합)
  4. 4北, 잠수함발사 전략순항미사일 2종 시험발사(종합)
  5. 5이헌승 "국제신문 실질적 대주주 조사 미흡" 질타에 부산노동청장 "다음주 면담"
  6. 6李대통령 지지율 39%, 하락세 멈췄다…민주 36% 국힘 27%
  7. 7李대통령 “국무회의 비공개 동의못해…할말 못하는 국무위원 없다 확신”
  8. 8李대통령 “부마항쟁과 5·18 헌법 수록 개헌, 국회가 나서달라”
  9. 9이혼소송 중 주소 노출…서울고법원장, 아내 살해 공무원 사건에 “제도개선”
  10. 10이 대통령, 김지용 첫 출근에 "피아구별 없이 엄중 수사하길"
  1. 1부산 이전 1차 공공기관 4곳, 수도권에 여전히 495명 잔류
  2. 2부산TP 수장 중기부 승인…신임 기관장들 내주 취임
  3. 37.5% 폭락 ‘녹아내린 코스피’…7000서 7일 만에 5500으로(종합)
  4. 4누리호 탄 군집위성, 발사 14시간 만에 첫 지구 촬영 성공
  5. 5‘신뢰 시그널’ 없는 증시…외인 이달만 18조 투매
  6. 640돌 수산무역협회도 부산시대 연다
  7. 7부산 9월 취업자 9000명 늘었지만…'경제허리' 40·50대 3만명↓
  8. 8모건스탠리 “고물가 고착화 위험에 한은 내달 금리 올릴 듯”
  9. 9부산항에 석유 보세구역…북극항로 선박연료 생산·공급
  10. 10AI 투자 회의론 고개…글로벌 반도체주 ‘먹구름’
  1. 1부캉이가 남기고 갈 ‘북항 활성화·기후 대응’ 숙제
  2. 2아파서도, 부적응도 아니다…고교 자퇴 71% ‘내신 세탁용’
  3. 3세입자 보증금 안 준 前 금정구의원…추가 피해 확산
  4. 4민주항쟁사 한 폭에 담은 작가 “부마정신 헌법에”
  5. 5구·군 부단체장 출퇴근 의전 논란, 부산 5곳 폐지 결정…4곳은 “고수”
  6. 6부산행 KTX 하부 패널 파손…승객 300명 열차 갈아타
  7. 7고성서 세계적 산악인 엄홍길 대장과 함께하는 등산축제
  8. 8“장림항 레저보트 철수명령 정당” 대법 확정
  9. 9예고 임용강사·학원장 겸직, 전국서 부산예고 가장 높아
  10. 10거짓자백 받았나…法, 17년전 ‘창원 택시기사 살인’ 재심청구 인용
  1. 1김도영의 KIA냐, 오스틴의 LG냐
  2. 2득점은 킹, 리바운드는 롱…KCC 살릴 ‘믿을맨’ 찾았다
  3. 3자금 숨통 틔웠다…LIV골프 살아날까
  4. 4[뭐라노] 롯데, 이젠 성찰할 때
  5. 5프로야구 역대급 흥행에도 쪼그라든 ‘거인 팬심’
  6. 6인종차별 당한 엄지성…英 경찰 수사
  7. 7거인 3년 연속 7위…레이예스·한동희는 날았다
  8. 8황성빈은 첫 도루왕…끝까지 뜨거웠던 타이틀 경쟁
  9. 9한화, 새 사령탑에 류지현…3년 20억원
  10. 103년 無가을로 계약 만료…김태형 감독 운명은?
  • 국제신문 골프대회
  • 맘편한 부산
  • 부산국제마라톤
  • BNK생명나눔챌린지
  • 유콘서트
걷고 싶은 부산 그린워킹 홈페이지
국제신문 대관안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