먹일 사(食-0) 남인(人) 먹을 식(食-0) 에게 어(方-4)

지난주 내내 영화 ‘기생충’으로 온 나라가, 아니 전 세계가 떠들썩했다. 코로나19로 말미암아 위축되었던 분위기에 생기가 돌게 할 만큼. 지난해 칸영화제에서 황금종려상을 받은 뒤로 국내외에서 ‘기생충’이 받은 상이 무려 200여 개에 이른다. 제92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작품상 감독상 각본상 국제영화상 주요 부문을 휩쓸면서 화려한 수상 행진을 마감했다. 그런데 다른 상은 몰라도 오스카상 수상만큼은 ‘기생충’의 작품성만으로 가능했다고 말하기 어렵다. 전 세계 문화산업의 중심부를 강타한 것은 최근 20여 년 꾸준히 성장하고 발전해 온 한국의 경제와 문화 덕분이었다. ‘기생충’ 또한 韓流(한류)에 寄生(기생)했다고 말할 수 있으리라. 영화 ‘기생충’에서는 누구를 기생충으로 묘사했을까? 얼핏 봐서는 가정부인 문광과 그 남편이 박 사장 가족에게, 윤기사 가족이 박 사장 가족에게 기생하는 것으로 여길 수 있다. 그러나 이는 한 면만 본 것이다. 또 다른 기생충이 있다. 바로 박 사장 가족, 그리고 박 사장 부인 연교가 아들 생일에 초대한 이른바 부유한 사람 역시 기생충이다. 요컨대 모든 사람이 기생충이란 말이다.

자본주의 사회에서는 많이 가진 자, 부유한 자, 자본가가 힘이 있는 존재임은 분명한 사실이다. 그렇다고 그들이 주역일까? 그들이 몸통일까? 반면에 못 가진 자, 가난한 자, 노동자는 보조자에 불과할까? 아니, 기생하는 존재일까? 대립과 분열을 획책하겠다면 이렇게 이분화하고 차별적으로 인식해도 된다. 그러나 그것은 결코 실상이 아니다. 그렇다고 빈부 격차나 불균형, 불공정과 불평등 따위를 덮어 가리려는 게 아니다.

먼저 맹자의 말을 들어보자. “治於人者食人, 治人者食於人, 天下之通義也.”(치어인자사인, 치인자식어인, 천하지통의야) “남의 다스림을 받는 자는 남을 먹이고, 남을 다스리는 자는 남에게서 얻어먹으니, 이것이 천하에 널리 통하는 이치다.” ‘맹자’ ‘滕文公 上(등문공 상)’에 나오는 이 말이 어떻게 들리는가? 예사로 들리는가, 예사롭지 않게 들리는가? 무언가 울림이 있는가, 아니면 없는가? 고전학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