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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형석의 한자 박물지(博物誌) <916> 急迫

  • 디지털콘텐츠팀 inews@kookje.co.kr
  •  |   입력 : 2011-12-20 21:05:56
  •  |   본지 2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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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10월 평양에서 벌어진 군사 퍼레이드를 참관한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아들 김정은과 함께 있다. 연합뉴스
- 급할 급(心-5) 닥칠 박(辵-5)

急迫(급박)은 '사태가 조금도 여유가 없이 매우 급하다'는 뜻. 아주 급하다는 뜻의 緊急(긴급)이나 緊迫(긴박), 孔劇(공극)이나 薄遽(박거) 같은 낱말이 비슷하다. 急 자와 迫 자는 모두 급하다는 뜻이지만 急 자는 심리적인 조바심, 迫 자는 객관적 상황이 급한 경우를 가리키는 차이가 있다.

고대 중국의 어원사전 說文解字(설문해자)는 본디 急 자를 '좁다 褊也(편야)'라고 푼다. 褊(좁을 편) 자는 본디 옷의 품이 넓지 않은 모양을 가리키는 말. 偏(치우칠 편) 자와 흔히 바꿔 쓰기도 한다. 急 자가 조바심을 나타내는 것은 불안감을 나타내는 遑急(황급)이란 말에서도 찾을 수 있다.

說文解字는 迫 자를 '가깝다 近也(근야)'라고 푼다. 迫 자의 본뜻은 바싹 다가선다는 말. 逼迫(핍박)은 모두 이런 뜻으로 이뤄진 낱말이다. 바짝 다가서서 기다릴 수 없다는 迫不及待(박불급대)나 눈앞에 닥쳤다는 迫在眉睫(박재미첩)도 객관적 사정이 급한 경우를 가리키는 성어이다.

急 자나 迫 자가 들어가지 않지만 사정이 급하다는 뜻의 성어에는 朝不及夕(조불급석)이나 間不容髮(간불용발) 같은 말이 있다. 朝不及夕은 아침에 저녁을 생각하지 못한다는 뜻. 그만큼 일이 변화무쌍하고 급하게 돌아간다는 말이겠다. 間不容髮은 머리카락 하나 들어갈 틈도 없다는 뜻. 대단히 급해서 조금도 여유가 없다는 말이다.

지난 19일 정오 평양발 뉴스 하나가 세상을 뒤바꿔 버렸다. 급한 판국이라는 危局(위국)이 지금을 가리키는 말이겠다. 옛날에는 急迫 말고 迫急이란 낱말을 썼다는데 사정이 닥쳐도 마음의 평정을 잃고 조바심을 내지 않아야겠다. 범에게 물려가도 정신만 차리면 산다.

경성대 중어중문학과 초빙외래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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