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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형석의 한자 박물지(博物誌) <915> 班衣

나눌 반(玉-6) 옷 의(衣-0)

  • 디지털콘텐츠팀 inews@kookje.co.kr
  •  |   입력 : 2011-12-19 20:26:57
  •  |   본지 2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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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주말 '일본군 위안부 평화비' 소녀상에 시민들이 털모자며 목도리, 담요를 입혀 주었다. 연합뉴스
班衣(반의)는 여러 빛깔 옷감으로 지어 만든 어린아이 옷을 가리키는 말. 달리 斑衣(반의)라고도 쓴다. 班 자와 斑 자는 뒤섞어 쓰는 글자. 班 자에는 刂(칼 도)가 玉(옥 옥) 사이에 들어 있고 斑(얼룩 반) 자에는 文(글월 문) 자가 玉 사이에 들어 있다.

斑 자는 辬(얼룩얼룩할 반)이나 斒(얼룩얼룩할 반)이라고도 쓴다. 고대 중국의 어원사전 說文解字(설문해자)는 '얼룩무늬 駁文也(박문야)'라고 푼다. 駁文은 옳고 그름을 따져 논박하는 글이라는 풀이도 있다. 駁(얼룩말 박) 자가 본디 털이 얼룩얼룩한 말 文 자가 紋(무늬 문)의 본래 글자인 탓에 駁文은 얼룩무늬가 본뜻이다.

班衣가 들어간 성어 가운데 班衣之戱(반의지희)가 있다. 斑衣之戱(반의지희)라고도 쓰는데 늙은 부모님을 기쁘게 해드리려고 나이 일흔에 고까옷을 입고 어린이처럼 기어 다니며 재롱을 피운 중국 초나라 老萊子(노래자) 이야기에서 나왔다.

班衣 또는 斑衣의 우리말은 '고까옷' 또는 '때때옷'이다. 세게 소리 내서 '꼬까'라고도 하는 고까는 어린이 말. 알록달록 고운 아이의 옷이나 신발 따위를 가리키는데 머리에 쓰는 고깔과 뿌리가 같은 말이지 싶다. 몽골의 오보나 우리 서낭당에 알록달록한 천을 매는 생각도 한 뿌리에서 나왔을 테다.

흔히 돌무더기 모양인 서낭당이 '소녀상'으로 최근 다시 돌아왔다. 지난 주 서울 일본대사관 앞에 말이다. 처음엔 그저 銅像(동상)이었는데 추위가 닥치자 사람들이 하나둘 고까를 입혀 서낭당이 되었다. 서낭당은 마을 지킴이를 모시는 곳. 격이 높으면 나라를 지키는 신령이 깃든다고 한다.

경성대 중어중문학과 초빙외래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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