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웹툰, AI와 만나다…새로운 산업 지형의 탄생

웹툰독학<4> 창작과 기술의 교차점

  • 김진철 기자 dia1445@kookje.co.kr 박혜원 기자
  •  |   입력 : 2025-08-29 18:09: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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웹툰은 더 이상 종이책의 연장선에 머무르지 않는다. 스마트폰 세대의 서사이자, 산업 최전선에서 끊임없이 변주되는 창작물이다. 최근에는 인공지능(AI)이 가세하면서 또 한 번 지각 변동이 일고 있다. AI는 창작자에게 새로운 도구가 될 수 있지만, 동시에 노동 환경과 저작권 문제라는 숙제를 던진다. 웹툰 산업은 지금 기술과 예술, 속도와 감정 사이에서 균형을 모색하는 갈림길에 서 있다.

●웹툰과 AI, 협력인가 대체인가
생성형 AI 이미지
최인수 영산대 웹툰학과 교수는 AI의 등장을 ‘찻잔 속 태풍’으로 표현하며 “초기에는 창작자 사이에서 충격과 혼란이 컸다”고 했다. 또 “반복 학습과 오랜 경험으로 숙련해온 창작 과정이 단번에 무색해질 수 있다는 불안감, 그리고 AI가 만들어내는 결과물에 대한 호기심과 경계가 동시에 존재한다”고 덧붙였다. AI를 잘 활용하면 아이디어와 기획에 집중할 새로운 길이 열리지만, 기본적 창작 철학과 손맛이 없는 상태에서 사용하면 결과가 미흡할 수 있다는 점도 강조했다.

AI는 작업 현장의 시간과 효율을 바꾸고 있다. 컷 분할, 배경 합성, 반복되는 채색 작업 등 노동 강도가 높은 공정은 자동화가 진행 중이다. 최 교수는 “AI가 밑그림 다듬기와 색 보정 등 반복 작업을 덜어주는 방식으로 작가의 시간을 절약한다”고 말했다. 다만 “이미지 속 인물의 감정, 장면 사이의 여운 같은 섬세한 요소는 아직 기계가 완전히 구현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AI가 ‘새로운 붓’이 될 수는 있어도, 사람을 완전히 대체할 수는 없다는 것이다.

윤기헌 부산대 디자인학과 교수는 “AI의 등장과 기술 발전이 웹툰 산업의 구조를 재편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AI는 작품 제작 속도를 높이는 도구로 활용되지만 동시에 독자와 작가 간 관계, 플랫폼 요구량, 창작자 권리 등 산업 구조 전반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설명이다. 정규하 동명대 웹툰학과 교수도 AI가 배경과 장면 제작을 효율적으로 돕는 사례를 들며 “창작 과정의 시간을 절약하고 퀄리티를 향상하는 장점이 있다. 하지만 웹툰의 핵심은 여전히 사람만이 만들 수 있는 독창적 스토리와 표현력이다”고 강조했다.

●플랫폼과 노동, 그리고 공정의 과제
동명대 정규하(필명 QHa) 교수가 인공지능(AI)이 등장한 이후 웹툰 산업의 변화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김진철PD
웹툰 산업은 오래전부터 구조적 압박이라는 그늘에 놓여 있다. 무료 제공이 일반화하고 플랫폼 간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작가는 연재 압박과 높은 노동 강도 속에 창작을 이어간다. 주 1, 2회 연재를 유지하려면 밤샘은 일상이다. 어시스트를 고용할 여력이 없는 신인 작가는 체력과 집중력을 시험받을 수밖에 없다.

이에 오수민 웹툰 작가는 AI를 활용해 구도 자문이나 스토리 아이디어를 보조받는 방식으로 시간을 아낀다. 그는 “AI 기술이 아직 작화까지 스며들지는 않았지만, 작가의 정체성을 해치지 않으면서 어시스트 역할을 한다”며 창작 보조 도구로서의 가치를 높이 샀다.

정 교수는 플랫폼이 요구하는 효율성과 창작자의 노동 환경 사이에서 공정한 구조 마련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AI를 이용한 속도 향상은 산업 발전에 긍정적이지만, 창작자에게 적절한 보상과 시간 보장이 병행되지 않으면 기술이 오히려 새로운 압박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주장이다.

최근에는 AI 기반 채색, 배경 제작, 스토리 자문 등이 실현되면서 작업 효율이 크게 개선됐다. 3D 프로그램과 AI 도구를 활용하면 복잡한 배경 제작이나 반복 작업 시간을 크게 줄일 수 있다. 그러나 이런 기술적 진보에도 창작자의 아이디어와 감성, 고유한 스타일은 여전히 작품의 중심축이다. 결국 산업 전반에서 필요한 것은 기술 활용과 함께 창작자의 권리와 작업 환경을 보호하는 제도적 장치라고 전문가들은 진단한다.

부산시 웹툰 산업을 관리하는 부산정보산업진흥원은 AI 공모전과 교육 프로그램을 준비하고 있다. 산업 현장과 행정 모두 AI 시대에 맞춰 변화하지만, 창작자 권리와 저작권 보호는 아직 숙제로 남아 있다.

●미래의 웹툰, 사람의 이야기
부산글로벌웹툰센터 전경. 박혜원PD
웹툰은 그저 만화가 아니라, 원천 스토리 IP(지식재산)로서 확장성을 지닌다. 한 장면이 영화로, 한 대사가 드라마로, 한 컷의 구도가 게임 캐릭터의 움직임으로 이어진다. AI는 이 과정을 더욱 정교하고 빠르게 진행한다.

하지만 웹툰을 비롯한 예술의 핵심은 ‘사람 이야기’다. AI가 수천 장의 장면을 빠르게 그릴 수 있어도, 한 장면에 담긴 작가의 경험과 삶의 흔적을 흉내 낼 수는 없다. 웹툰은 그림과 이야기의 나열이 아니라, 작가와 독자가 교감하며 만들어가는 서사 공간이기 때문이다.

오 작가는 “AI가 도와주더라도 스토리와 캐릭터를 창작할 때는 작가만의 고유한 감성이 필요하다”며 “AI 시대에도 사람만이 만들 수 있는 이야기는 계속 존재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정 교수 역시 “누구라도 스토리를 가진다면 만화를 제작할 수 있다. 다만, 그 안에서 창의성과 인간의 개성이 경쟁력으로 남는다”고 판단했다.

웹툰 산업은 기술과 예술, 속도와 감정, 효율과 공정 사이에서 균형을 찾아가고 있다. AI가 창작을 돕는 시대에도 독자가 정말 보고 싶은 것은 사람의 체온이 깃든 이야기다. 만화방 좁은 의자에서, PC방 모니터 불빛 아래에서, 그리고 지금 손바닥 위 작은 화면에서 독자는 언제나 이야기를 향해 손을 뻗는다. 창작자는 변화하는 시대에 발맞춰 기술을 활용하면서도 자신만의 감성과 스타일을 지키는 전략을 고민한다. 메시지는 분명하다. AI 시대의 웹툰도 결국 사람의 마음을 그리는 예술이라는 것이다.

※제작지원 : BNK부산은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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