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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홍의 세상현미경] 대규모 대미 투자, 기회인가 위협인가

이홍 광운대 경영대학 명예교수

  • 이홍 광운대 경영대학 명예교수
  •  |   입력 : 2026-10-22 19:18:21
  •  |   본지 1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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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중간선거 유세를 하면서 한국의 대미 투자를 자신의 중요한 외교 성과로 자랑하고 있다. 사실 한국의 대규모 대미 투자는 자발적이 아닌 미국의 압박이 작용한 결과다. 트럼프 대통령은 현재 미국 공급망에서 중국을 배제하고 미국 제조업을 부활시키는 것을 핵심 정책으로 삼고 있다. 이 달성하기 어려운 일을 동맹국을 이용해 해결하려 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 한국은 미국에 가장 필요로 하는 나라로 부상했다. 중국을 제외한 자유 진영 국가에서 미국이 원하는 모든 기술과 생산 능력을 갖춘 나라가 한국이기 때문이다. 한국을 움직이기 위해 트럼프 대통령은 한국이 미국 시장에서 계속 돈을 벌고 싶으면 상응하는 대가를 내놓으라고 협박하고 있다.

이러한 태도에 대해 한국인의 감정이 좋을 리 없다. 그럼에도 한국의 대미 투자는 냉정한 시각에서 바라볼 필요가 있다. 한국에 대규모 대미 투자는 위협과 기회가 동시에 존재하는 동전의 양면 같은 것이다. 위협의 한 측면으로 막대한 투자비 회수에 대한 불안을 들 수 있다. 예로, 알래스카 가스전 개발은 많은 난제가 예상된다. 하지만 이보다 더 큰 위협은 한국 기업의 직접 투자로 인한 한국 제조업의 공동화 가능성이다. 한국 기업이 미국에 천문학적 돈을 투입하게 되면 그만큼 한국에서의 투자가 줄어들기 때문이다. 특히 대기업의 미국 투자는 공장만 이동하는 것이 아니다. 협력업체 물류기업 소재업체 엔지니어와 숙련 인력도 함께 움직인다. 공동화는 공장 하나가 빠져나가는 현상이 아니다. 한국 내에서의 산업 클러스터의 밀도가 떨어지는 현상이다.

그렇다고 기회가 없는 것이 아니다. 한국 기업의 투자만 떼서 살펴보면 예상되는 이득이 만만치 않다. 전 세계에서 가장 큰 시장인 미국에 생산 기지를 둠으로써 한국 기업은 글로벌 가치사슬의 최상단을 통제할 기회를 얻게 된다. 또한, 한국이 미국에 조선 반도체 배터리 자동차 철강 등의 핵심 산업 투자를 늘리면 이로 인해 미국을 한국의 기술과 생산에 종속시키는 기회도 얻을 수 있다. 여기에 한국 기업이 미국의 상선과 군함 생산의 핵심 기지가 되면 한국은 미국의 단순한 동맹국에서 핵심 전략적 파트너로 변모하게 된다. 반도체도 비슷하다. 미국은 설계에서 압도적 강점을 가지고 있지만 미국에 지어지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공장은 미국의 취약한 제조 문제를 해결해주게 된다. 더 큰 이득은 한국 기업이 미국의 산업 생태계 깊숙이 침투하는 기회를 잡는 것이다. 이것은 중국 기업이 미국에서 더 발붙이기 어렵게 됨을 의미한다. 이러한 다양한 기회가 한국 기업에 주어진다.

문제는 이러한 장밋빛 예측이 영구적으로 보장되지 않을 수 있다는 점이다. 미국의 궁극적 목표는 한국을 이용해 미국의 산업 역량을 키우는 것이다. 만일 이것이 순조롭게 진행된다면 미국이 한국 기업을 버릴 가능성을 고민해야 한다. 간단히 웃고 넘길 사안이 아니다. 한 나라의 핵심 산업이 다른 나라의 기업에 의해 좌지우지된다고 판단되면 이 기업의 안전은 오히려 불안해질 수 있다. 네이버가 일본에서 한국의 카카오톡과 유사한 라인 서비스를 성공시킨 후 일본에 뺏긴 일이 미국에서 일어나지 말라는 법이 없다.

그렇다면 한국의 대응 전략은 무엇인가. 미국은 세계 최대 소비 시장 중 하나이고 AI 반도체 자동차 에너지 방산 분야에서 앞으로도 가장 중요한 시장임을 고려하면, 미국 투자는 한국에 매우 중요한 의미를 지닌다. 다만, 어떤 기능을 미국에 보내고 어떤 기능을 한국에 남길 것인가를 신중하게 생각해야 한다. 가장 바람직한 것은 이중 허브 구조다. 한국의 기술과 생산 능력을 미국에 이전하되 한국 내에 연구개발(R&D), 원천 기술, 설계와 첨단 소재, 핵심 부품 개발과 핵심 인재 양성 능력을 공고히 유지하는 것이다. 미국은 한국의 이러한 역량에 의존하여 최종 조립, 현지 조달, 미국 고객 접근과 북미 공급망 관리 역할을 담당하도록 해야 한다. 이런 구조가 완성되면 미국에서의 생산 확대는 한국 제조업의 공동화가 아니라 한국 산업 영토의 미국 내 확장이 된다. 최악의 경우는 미국에 R&D, 설계, 고급 인력, 핵심 부품까지 이전하는 즉, 한국의 산업 생태계를 미국에 통째로 헌납하는 것이다. 이렇게 되면 한국 기업의 장기적 영속성도 불안해질 뿐만 아니라 국가도 어려워질 수 있다.

결론적으로, 한국 기업이 미국 시장에 거점을 마련하는 것은 한국에는 엄청난 기회가 될 가능성이 크다. 미국 시장에서는 물론이고 글로벌 수준에서 한국 기업의 장악력이 높아짐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다만, 해야 할 일은 미국이 필요로 하는 것을 채워주되 국내에서의 경쟁력을 보존해 한국의 가치를 지속적으로 유지하는 일이다. 이 상황이 깨지면 한국은 미국으로부터 버림받을 수 있다. 최근 사우디아라비아와 캐나다 심지어 유럽이 미국으로부터 찬밥 신세를 면치 못하는 이유가 무엇일까. 이들 국가의 가치 하락 때문이다. 한국이 이런 처지에 놓이지 않으려면 미국이 한국 없이는 약점을 보완하기 어렵게 만들어야 한다. 이것의 핵심은 미국이 한국의 역량에 지속적으로 의존하도록 만드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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