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부산메디클럽

[세상읽기] ‘이불 킥’의 순간에 도움 될 심리학 지식 한 스푼

김비아 부산대 심리학과 교수

  • 김비아 부산대 심리학과 교수
  •  |   입력 : 2026-10-21 19:18:00
  •  |   본지 18면
  • 글자 크기 
  • 글씨 크게
  • 글씨 작게
얼마 전 강의 시간에 일어난 ‘사건’이다. 그 수업은 우리 학과 전공필수 수업이라 중요한 과목인데, 강의 시간이 점심시간 직후여서 학생들의 주의를 유지하는 것이 버거운 미션으로 느껴지는 수업이었다. 중요한 내용인데 학생들이 수업에 집중을 못하는 것 같으면 안타까운 마음에 소위 말하는 ‘오버’를 하게 된다. 그 날 그 사건도 그렇게 일어났다. 수업내용이 심리실험설계와 통계분석에 관한 내용이어서 수업에 집중하는 학생들은 어려워하는 눈치였고, 그렇지 않은 학생들은 딴청을 피우거나 졸고 있었다. 그래서 분위기를 반전한답시고, 내뱉은 말이 “지난 주말 잘 보냈어요? 뭐 했어요? 저는 18년 차 주말부부로 지내잖아요. 주말에 서울에 다녀왔습니다”였다. 이 정도만 했으면 괜찮았을 것이다. 그런데 불쑥 이런 말들이 연이어 나왔다. “관계를 유지하는 데에는 많은 노력이 필요합니다. 시간도, 체력도, 돈도. 저는 결혼 관계를 돈으로 삽니다.” 연구방법론 수업을 듣다가 갑자기 주말부부, 결혼 만족도, 돈으로 사는 관계 등 황당한 말폭탄을 맞은 학생들의 주의가 그 순간 아주 집중되기는 했다.

사건의 맥락은 이러했다. 그날 점심식사를 하면서 동료교수와 나눈 얘기들 중 하나가 주말부부로 지내느라 교통비가 너무 많이 들어 부담스럽다는 것이었다. 한 번씩 주위 사람들에게 “나 KTX 비로 1억 쓴 여자야”라고 농담처럼 말하는데, 사실이다. 결혼 후 그간 지출한 생활비 중 기차비가 1억 원을 넘었다. 그 얘기를 들은 동료교수가 놀라면서 깔깔 웃어서, 이 얘기가 주의를 환기시키는 소재라고 생각한 것 같다. 그런데 금액 자체를 수업시간에 언급하는 건 아니다 싶어서, “결혼 관계를 돈으로 산다”는 황당한 말이 나왔나보다.

그 사건은 그날 이후 지금까지 나를 괴롭히고 있다. 수업시간에 그런 말을 뱉은 직후부터 ‘도대체 내가 이런 얘길 왜 했을까’라는 후회에 학생들이 아니라 내가 수업에 집중하기 어려웠고, 수업 마치고 연구실에 돌아와서도 내내 마음이 불편했으며, 몇 주가 지난 지금까지도 한 번씩 그 일이 떠올라 무척 괴롭다. 어이없는 말을, 그것도 수업시간에 한 나 자신에 대한 분노, 이후 느껴지는 당혹감과 후회 등의 감정의 소용돌이 속에 있다. 급기야 며칠 전에는 자려고 누웠다가 갑자기 그 일이 생각나서 말 그대로 ‘이불 킥’을 하며 부끄러워하기도 했다.

다행히도 심리학에 대한 지식이 남들보다는 조금 더 있으니, 이럴 때 어떻게 해야 하는지 심리학 지식의 도움을 받아 본다. 우리는 하루에도 수없이 많은 감정을 경험한다. 반가운 사람을 만나면 기쁘고, 부당한 대우를 당하면 화가 나며, 소중한 것을 잃으면 슬프다. 감정은 순간의 경험으로 끝나지 않는다. 반가움의 기쁨이 행복감을 주기도 하고, 화를 낸 내 자신이 부끄럽기도 하며, 슬픔에 빠져 있는 내가 한심하게 느껴지기도 한다. 이러한 복잡한 마음을 이해하게 하는 것이 일차 정서(primary emotion)와 이차 정서(secondary emotion)다.

일차 정서는 기본 정서라고도 불리는데, 태어나면서부터 보이는 기쁨 분노 슬픔 공포 등의 정서로 즉각적인 반응을 초래한다. 이에 반해 이차 정서는 인지발달에 수반되는 정서로, 일반적으로 생후 2년 이후 나타나는 수치심 죄책감 부러움 자부심 후회 당혹감 등 정서에 대한 반응이나 해석으로 형성되는 감정이다. 예를 들어 가족에게 불같이 화를 낸 뒤 ‘그냥 참을 걸. 날 위해주는 가족에게 화를 내지 말았어야 해’라고 자책한다면, 분노라는 일차 감정 위에 죄책감이라는 이차 감정이 쌓이는 것이다. 여기서 중요한 것이 정서조절이다. 심리학자 제임스 그로스는 정서가 발생하는 과정의 여러 단계(상황선택, 상황수정, 주의분산, 인지 재평가)에서 조절할 수 있다. 이런 정서조절 전략들 중 ‘이미 엎질러진 물’의 상황에서 가장 효과적인 전략은 인지 재평가이다. 발표를 앞두고 높은 불안감에 심장이 빠르게 뛸 때, 이를 ‘실패할 징조’라기보다는 중요한 일을 앞두고 몸이 준비하는 ‘적응과정’이라고 달리 해석하는 것이 불안 조절에 효과적일 수 있다. 나의 이 당혹감과 후회는 어떻게 할까? 엄청나게 부절적한 언행이라기보다는 학생들에게 조금 더 다가가려는 교수의 노력 정도로 해석하면 조금 나아지려나? 나아지겠지.
ⓒ국제신문(www.kookje.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국제신문 뉴스레터
국제신문 네이버 뉴스스탠드 구독하기
국제신문 네이버 구독하기
뭐라노 뉴스

 많이 본 뉴스RSS

  1. 14년에 한 번 올릴 기회…기초의회 의정비 인상 붐
  2. 2“법기수원지 추가 개방, 양산시 손 놨나”
  3. 3부산 철마 한우 싸다 싸
  4. 4부캉이 일단 외해 내보냈다(종합)
  5. 5[포토에세이] 노랗게 물든 문광저수지 은행나무길
  6. 6한화오션, 부산 R&D 확대…설계·연구인력 채용도
  7. 7부산도시철 1회용 승차권 구매도 카드로
  8. 8“우리가 알던 그 시절 SM 맛” 이수만표 흥행 공식 또 적중…돌풍 속 잡음도
  9. 9돗자리 앉아 흥겨운 트로트 즐겨요
  10. 10집값 상승 이끈 ‘수영리버·비치벨트’…부산판 한강벨트 주목
  1. 1더 밀릴 수 없다…지지율 위기에 정면돌파 택한 당청
  2. 2김용범·김현지 국감 증인채택 무산
  3. 3우크라 공관원 추가 철수에 국힘 반발
  4. 4‘청문 부적격’ 기관장들 임명 기류…田시장-시의회 협치 두번째 뇌관
  5. 5지광(국제신문 대주주) 만난 부산노동청장 “체임 방치 땐 강력 조치”
  6. 6부산시 국감서 전재수 시장 통일교 금품수수 의혹 설전
  7. 7부산교통공사 사장 임명, 시설공단은 보류… 협치 여지 남긴 전재수
  8. 8'소장품 셀프 출품' 유홍준 국립중앙박물관장 사의 표명
  9. 9울산시 국감, 시장 발언에 국힘 의원들 퇴장
  10. 10제미나이에 물었다는 이 대통령, 野 "제미나이에 국정 의존, 처참한 수준"(종합)
  1. 1한화오션, 부산 R&D 확대…설계·연구인력 채용도
  2. 2집값 상승 이끈 ‘수영리버·비치벨트’…부산판 한강벨트 주목
  3. 3SB선보, 대선조선 인수 마침표…‘SB대선’ 닻 올렸다
  4. 4비정규직 58만명 역대 최대…부산 노동자의 42%(종합)
  5. 5市, 불꽃축제 앞둔 광안리서 바가지 근절 캠페인
  6. 6동남권 해양ICT 육성…해운AX·북극항로 개척 협력
  7. 7타 지역 줄어드는데 부산 5.9%↑…고령화 여파도
  8. 8‘모두의 창업’ 2기 가동…부울경 1135명 레이스
  9. 9선박 배기가스 저감·밸브제어로 두각…AI 관제 신사업으로 영토 확장
  10. 10주가지수- 2026년 10월 21일
  1. 14년에 한 번 올릴 기회…기초의회 의정비 인상 붐
  2. 2“법기수원지 추가 개방, 양산시 손 놨나”
  3. 3부캉이 일단 외해 내보냈다(종합)
  4. 4부산대·교대 통합 온도차…부실 보고 질타도
  5. 5부산도시철 7년 만에 멈춰서나…22일 노사 최종교섭
  6. 6데이터센터 몰리는 사하구…주민 갈등 줄일 조례 탄생
  7. 7창원 병원 혈액투석실 C형 간염 14명 집단감염
  8. 8부산시 신임 기획조정실장, 하민상 공수처 담당관 임용(종합)
  9. 9생곡소각장·퐁피두 등 전·현 시정 공방…울산 국힘 퇴장 파행
  10. 1022일 출근길 기온 ‘뚝’…부울경 최저 2~9도
  1. 1호랑이 발톱 세운 김도영…돌아온 사자 포효 최형우
  2. 2‘높이’ 키운 BNK썸, 2년 전 영광 재현 노린다
  3. 3축구협회장 선거, 12월 18일 추진
  4. 4요트 하지민, 레이저급 정상…전국체전 16연패 역사 쓰다
  5. 5마무리 캠프 코앞인데…롯데 감독·단장 인선 언제쯤
  6. 6유럽 강호 맞서는 김시우·임성재
  7. 731세 데이터 분석가, 최연소 MLB 구단 사장됐다
  8. 8"2026 AG 여자유도 계체실격, 남자 계체명단만 확인해 발생"
  9. 9잘 넣긴 하는데…욱하는 외인, 속 타는 구단
  10. 10전설 수지 수산티 넘은 전설…안세영 47번째 우승 ‘세계新’(종합)
우리은행
10대 부산시의회 상임위 들여다보기
“학교 통폐합 지역 맞춤형으로 접근”
10대 부산시의회 상임위 들여다보기
해운기업 유치, 해사법원 신설 “해양수도 부산 경쟁력 키울 것”
강동진의 도시이야기 [전체보기]
바흐를 찾아간 나, 한국을 꿈꾸는 그녀
세계유산위원회, 부산의 시간을 세계와 나누다
경제프리즘 [전체보기]
소비 아닌 문화 생산 주체 오페라하우스
한국 갯벌의 2단계 확대 등재 의미
과학에세이 [전체보기]
진짜 질문의 시작
AI 시대, 부산 R&D의 대전환
국제칼럼 [전체보기]
원칙이 흔들린 대가
‘빵과 책’·양자경·강말금 그리고
기고 [전체보기]
배의 피부를 지키는 기술은 도장이다
거장은 떠나도, 오케스트라는 남아야 한다
기자수첩 [전체보기]
금고 이사장 전횡, 지금도 진행중
엘리트 자평해온 市 공무원…생중계 회의서 능력 입증을
김준희의 클래식 인사이트 [전체보기]
여름의 끝자락, 브람스
여름날의 애상, 왈츠
김지윤의 우리음악 이야기 [전체보기]
다대포에서 만난 퇴계 이황
세종시대 음악이 전해진 이유
뉴스와 현장 [전체보기]
AX·반도체 전시회 5개 동시에 열렸는데…
북극항로, 첫 배보다 중요한 것은 다음 배다
도청도설 [전체보기]
교육이라는 희망
주당 ‘13.7시간’ 고용
독자 투고 [전체보기]
새로운 시작 ‘황혼 이혼’
무료 화장실 깨끗하게 쓰자
메디칼럼 [전체보기]
25년을 간직한 리플렛 세 장
요추부 척추관협착증, ‘메포츠’로 극복하기
목지수의 도시브랜드 산책 [전체보기]
랜드마크 시스템의 시대
북항 돔구장에서 야구 보며 사우나를
박지욱의 뇌력이 매력 [전체보기]
건망증, 이렇게 잡자
운동으로 해마를 키우자
박진희의 컬처 픽 [전체보기]
‘부캉이’ 스펙터클에서 공존으로
부산 문화정책, 지금 필요한 선택
사설 [전체보기]
가덕신공항 참여사 이탈 우려…공사비 현실화 시급하다
지방우대지수 지역 현실 제대로 반영해야 한다
세상읽기 [전체보기]
‘이불 킥’의 순간에 도움 될 심리학 지식 한 스푼
문화예술의 시대
안재철의 연결하는 공간 [전체보기]
지구와 도시의 연결을 묻다
해양수도 부산, ‘제3의 경계 공간’
엄길청의 문전성시 [전체보기]
말과 현실이 너무 다른 부산
반도체와 부산
이보성의 미술 현장 산책 [전체보기]
두 미술관, 각자의 역할을 묻다
시장이 강해진 것일까, 비엔날레가 약해진 것일까
이상이 칼럼 [전체보기]
복지의 ‘필요 원칙’과 포퓰리즘
보건의료에서 지방정부 역할과 ‘정책 의료’
이정구의 맛과 건강 [전체보기]
미식과 오래 씹기
이제명의 오션 드림 [전체보기]
광복 81년, 다음은 바다의 산업 주권
HMM 부산 이전, 해양수도의 시험대
이홍의 세상현미경 [전체보기]
국제질서의 지각변동과 한국의 성장경로
한국이 가진 자산
정쾌호의 부동산 탐구생활 [전체보기]
부산 아파트 10년, 이중 양극화와 위상 추락
미분양의 경고, 지방 맞춤 ‘출구전략’ 서둘러야
주재민의 명당을 찾아서 [전체보기]
사람은 갔어도 명당은 남아 있다
조선 8대 명당 중 하나인 정문도 묘
최태호의 와인 한 잔 [전체보기]
추석의 식탁, 가족을 잇는 와인
오스트리아 와인,빈의 시간을 마시다
특별기고 [전체보기]
‘해양수도 부산’ 토대부터 바로 놓아야
당론 따를지 역사 따를지 양심의 선택을
하순봉의 음악이야기 [전체보기]
박자와 기보
국민악파
황정수의 그림산책 [전체보기]
이대원의 ‘온정리 풍경’
유영국의 1957년 작 ‘사람’
CEO 칼럼 [전체보기]
청년 떠나는 지방, 수도권 인구 분산해야
거울 속의 외계인
  • 국제신문 골프대회
  • 맘편한 부산
  • 부산국제마라톤
  • BNK생명나눔챌린지
  • 유콘서트
걷고 싶은 부산 그린워킹 홈페이지
국제신문 대관안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