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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희대 대법원장이 6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서 열린 대법원 등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인사말하고 있다. 연합뉴스 |
6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의 대법원 국정감사에 참석한 조희대 대법원장은 대법관 재제청 논란과 관련 “대법원장은 국회의 동의 절차, 대통령의 임명 절차에 전혀 관여할 수 없듯이 국회와 대통령도 대법원장 제청에 전혀 관여할 수 없다”고 말했다. 청와대가 요구한 대법관 재제청에 명백한 반대 의사를 밝힌 것은 물론 국감에서 재제청을 압박하는 더불어민주당에 대한 반박으로 읽힌다. 대법원장의 대법관 제청권과 대통령의 임명권이 정면 충돌하는 상황에서 집권여당이 사법부의 수장을 국감에 일반증인으로 채택해 압력을 행사하는 것은 삼권분립의 정신에 맞지 않다.
헌법 104조 2항은 ‘대법관은 대법원장의 제청으로 국회의 동의를 얻어 대통령이 임명한다’고 규정한다. 제청·동의·임명 권한을 서로 다른 헌법기관으로 분리한 것은 어느 누구도 대법원 인선을 독점하지 못하도록 한 삼권분립의 취지로 보는 것이 합당하다. 대법관 인선에 관한 헌법은 몇 차례 개정을 통해 오늘날 삼권분립 형태로 확립됐다. 제3공화국 헌법(1962년)에는 ‘대법원장의 제청이 있을 때 대통령은 이를 임명하여야 한다’고 명시했다. 제청권을 사실상의 임명권으로 규정해 사법부 독립을 보장하려는 취지였다. 1972년 유신헌법은 ‘임명하여야 한다’는 규정을 삭제하고 ‘대법원장이 제청하면 대통령이 임명한다’로 바뀌었다. 대통령의 의무적인 대법관 임명권에 거부권을 넣은 것이다. 이후 제6공화국 (1987년) 헌법에 국회의 동의 조항이 들어가면서 현재의 삼권분립 조항이 확립됐다. 헌법 조항 변천을 살펴보면 대법원장의 제청권과 대통령의 임명권의 헌법적 의미를 유추할 수 있다.
조 대법원장이 제청한 후보자 2명 가운데 김성수 후보자는 임명됐으나 손봉기 후보자에 대해 청와대는 재제청을 요구했다. 헌법적 타당성을 갖기 위해서는 손 후보자의 법적·도덕적 흠결이나 임명해서는 안 될 이유를 적시해야 한다. 이런 과정 없이 재제청을 요구하는 것은 ‘대통령이 원하는 인물로 다시 제청하라’는 것으로 해석할 수밖에 없다. 청와대와 여당은 대통령의 임명권은 선출된 권력에 기반한 실질적 권한이라고 주장한다. 그러나 이는 대통령의 ‘대법관 지명권’까지 인정하자는 것이다. 헌법에 규정한 삼권분립을 형해화하는 주장이다. 대법원장의 제청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면 국회 동의 절차를 거쳐 대통령이 임명하지 않으면 된다.
법원조직법 개정으로 이재명 대통령이 임기 동안 대법관의 85%에 달하는 22명을 임명하게 된다. 정치권에서는 대통령의 사법리스크 방어를 위해 입맛에 맞는 인물로 대법원을 채워 사법부를 장악하려는 ‘코트 패킹(Court Packing)’ 의혹까지 제기된다. 이런 상황에서 국회 과반을 점한 여당이 대법원장을 국감장에 불러내고 사실상 특정인의 대법관 제청을 압박하는 것은 민주적이라고 볼 수 없다. 정파적인 국감이 돼서는 안 된다. 청와대에 재제청의 합당한 이유를 묻는 것이 순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