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이나 추석 연휴 때 객지에 사는 이들의 마음속에는 대개 두 가지 생각이 겹친다. 먼저 고향에 계신 부모님이나 일가친척을 오랜만에 만난다는 것을 떠올리면 즐거워진다. 그런데 먼 곳으로 이동해야 하는 처지라면 좀 막막해진다. 특히 자동차로 움직이려는 사람들은 연휴 동안 고속도로가 막힐 것이 뻔한 터라 걱정이 앞선다. 부지런히 인터넷을 뒤져 덜 붐비는 길을 찾는 것이 이동 전 꼭 거쳐야 할 절차가 됐다고 해도 지나친 말이 아니다.
그나마 이때 고속도로 통행료를 내지 않아도 되는 것은 사람에 따라 ‘작은 기쁨’일 수도 있다. 정해진 시기에 맞춰 고속도로에 차를 올리면 요금이 면제되니 큰돈은 아니지만 경제적 부담을 덜 수 있어서다. 게다가 올해 추석 연휴에는 재정 고속도로 주유소 226곳이 지난달 17일에 비해 유가를 ℓ당 100원씩 내려 판매했다. 고속도로 통행료 면제는 최근 몇 년 동안 이어졌지만 휘발유·경유 인하는 올해가 처음이었다.
이 같은 정부 정책에 대한 반응은 엇갈린다. 찬성하는 쪽에서는 명절 연휴 때 힘들게 이동하는 국민을 위한 한시적 정책인 만큼 너무 비판적으로 볼 필요는 없다고 말한다. 반대하는 이들은 고속도로를 주행하는 국민만 혜택을 받을 수 있는 점, 차량 이용 증가로 인한 교통 체증 등을 꺼낸다. 한편에서는 고속도로 통행료 인하가 결국 한국도로공사의 부담으로 이어진다는 사실을 지적하기도 한다.
공공기관의 재정 악화 주장은 상당 부분 일리가 있다. 국민의힘 김종양 의원이 받은 국정감사 자료를 보면 명절 연휴 고속도로 통행료 면제가 시작된 2017년 추석부터 2026년 설까지 약 8년 4개월 동안 차량 운전자가 내지 않은 요금은 7876억 원으로 집계됐다. 또 올해 추석 연휴 때 고속도로 주유소의 휘발유·경유 판매량은 612만9000ℓ로 지난 설과 추석 때보다 각각 69.1%, 51%가 늘었다. 한국도로공사가 떠안아야 할 손실 보전액은 60억 원으로 추산된다.
이 때문에 정부가 고속도로 통행료 면제 및 유가 인하 정책의 성과를 신중하게 살핀 뒤 더 합리적인 대안을 마련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설득력을 얻는다. 차량 운전자의 부담을 덜어주려는 시도는 마땅히 계속 이어져야 하지만 공공기관의 손해를 국민 세금으로 채워야 하는 결과를 가져올 수 있어서다. 이번 추석 때 고속도로 주변 도로의 주유소들이 고객이 아예 없어 개점휴업을 했다는 하소연도 허투루 들어서는 안 된다.
염창현 대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