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부산메디클럽

[메디칼럼] B형 간염 ‘바이러스 수치’에 ‘급여’ 맞춰야

신우원 신우원내과의원 원장

  • 신우원 신우원내과의원 원장
  •  |   입력 : 2026-10-04 18:43:46
  •  |   본지 18면
  • 글자 크기 
  • 글씨 크게
  • 글씨 작게
40대와 50대, 즉 우리 사회의 중추를 이루는 중년층의 사망 원인 1위는 간암이다. 간암을 일으키는 가장 중요한 원인은 바로 ‘만성 B형 간염’이다. B형 간염 바이러스 억제제라는 훌륭한 무기가 존재하지만, 국내 만성 B형 간염 환자의 진단율은 85%에 달하는 반면 실제 치료율은 22%에 머물렀다. 나머지 환자는 치료의 기회조차 얻지 못한 채 간경변과 간암의 위협에 고스란히 노출되어 있었던 셈이다. 이러한 비극적 사각지대를 허물기 위해 최근 대한간학회는 ‘2026 만성 B형 간염 진료 가이드라인’을 개정했다.

이번 개정은 단순히 임상 지침의 수정을 넘어 수십 년간 이어져 온 B형 간염 치료의 패러다임을 뿌리째 바꾸는 일대 전환점이다. 그동안 B형 간염 치료의 절대적인 기준 중 하나는 ‘간 수치(ALT)’였다. 혈액 검사에서 간 수치가 정상 범위에 있으면, 바이러스 수치가 아무리 높아도 치료를 시작하지 않고 ‘보유자’ 혹은 ‘추적 관찰 대상’으로 분류했다. 국내 간암 환자 중 처음 암을 진단받을 당시 그전부터 B형 간염약을 복용하던 환자는 36%에 불과했고 나머지 64%는 까다로운 보험 기준 탓에 치료를 받지 못하고 방치되어 있다가 간암에 걸린 것이다. 특히 국내 연구진이 주도한 ‘ATTENTION 연구’ 등 최신 데이터에 따르면 바이러스 수치가 애매하게 높은 이른바 ‘중등도 바이러스혈증’ 구간의 환자가 오히려 고 바이러스혈증 환자보다 간암 발생 위험이 최고 6∼8배나 높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간 수치가 정상이라는 이유로 치료를 미루는 사이, 환자의 간은 소리 없이 무너지고 있었던 것이다.

이번 가이드라인 개정의 본질적인 이유는 바로 이 ‘치료의 회색지대(Gray Zone)’를 없애고 환자의 생명을 구하기 위함이다. 이번 2026년 가이드라인이 직전 지침과 달라진 핵심은 치료의 기준을 ‘간 수치’ 중심에서 오직 ‘바이러스 역가(HBV DNA 수치)’ 중심으로 전면 재편했다는 점이다. 첫째, 복잡하고 모호했던 자연 경과 분류 체계를 깨끗이 지웠다. 과거에는 HBeAg(e항원) 양성 여부, HBV DNA 수치, 간 수치를 복합적으로 고려해 환자를 면역 관용기, 면역 활동기 등 5단계의 면역학적 상태로 분류했다. 이렇다 보니 어느 단계에도 속하지 않는 사각지대 환자가 30∼40%에 달했다. 새 지침은 이를 과감히 탈피하여 오직 객관적인 바이러스 수치(HBV DNA)만을 기준으로 고 바이러스혈증, 중등도 바이러스혈증, 저 바이러스혈증 등의 단계로 명쾌하게 재분류했다. 둘째, 가장 위험한 ‘중등도 바이러스혈증’ 환자들에 대해 간 수치와 무관하게 즉시 항바이러스제 치료를 시작할 것을 강력히 권고했다. 바이러스가 활동하며 간을 갉아 먹고 있다면, 혈액 검사상 간 수치가 정상일지라도 곧바로 항바이러스제를 투여해 간암 발생의 싹을 잘라내겠다는 의도이다.

대한간학회의 분석에 의하면 이번 가이드라인에 맞춰 치료 대상을 대폭 확대하면 국내 B형 간염 치료율은 기존 22%에서 50%까지 배 이상 상향될 것으로 기대된다. 이를 사회적 비용과 효과로 환산하면, 오는 2035년까지 4만 3300건의 간암 발생을 막고 3만 7000명의 소중한 목숨을 구할 수 있다는 결론이 나온다.

새로 개정된 가이드라인이 임상 현장에서 실질적인 힘을 발휘하려면, 건강보험 급여 기준의 신속한 확대가 필수적이다. 아무리 좋은 지침이 있어도 건강보험이 적용되지 않아 환자가 전액 비용을 부담해야 한다면 치료율 향상은 공염불에 그칠 수밖에 없다. 항바이러스제 한 알을 제때 복용하는 것만으로도 간암 발생률을 50∼60% 이상 낮출 수 있다. 한 가정의 기둥인 40·50 세대가 허망하게 간암으로 무너지는 비극을 막기 위해, 정부는 이번 가이드라인의 취지를 적극적으로 수용하여 요양급여 인정 기준을 하루빨리 개정해야 할 것이다. 그것이 가장 확실하고 경제적인 국가 간암 예방 전략이다.
ⓒ국제신문(www.kookje.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국제신문 뉴스레터
국제신문 네이버 뉴스스탠드 구독하기
국제신문 네이버 구독하기
뭐라노 뉴스

오늘이슈

 많이 본 뉴스RSS

  1. 1[도청도설] if, 손아섭
  2. 2전국 언론인 청와대 앞 집결…“국제신문 대주주 엄벌” 촉구
  3. 3[포토에세이] 가을의 꽃 코스모스
  4. 4부산에 엔비디아 전용 생산라인 선다(종합)
  5. 5부산 재정자립도 1위 강서구, 생활임금 도입 나홀로 거부
  6. 6북극항로 개척자 “유빙·극한환경서 새 희망 봤다”
  7. 7되돌아와 수로 출구 앞에서 맴도는 부캉이
  8. 8공공 건설현장인데…추락 안전망 없고 감독 태만 부지기수
  9. 9[속보] 국정원 "김정은 사망설 허위" 국회 정보위에 보고
  10. 10부캉이 머물던 북항서 기름 유출…8시간째 모습 안 보여
  1. 1[속보] 국정원 "김정은 사망설 허위" 국회 정보위에 보고
  2. 2北 “국경선 확성기 외 새 대응수단 대기” 연일 대남 협박(종합)
  3. 3가덕 공사비 증액 ‘강제’ 아닌 ‘권고’…법개정 정부 초안 논란
  4. 4이 대통령, 최길수 특별감찰관 임명
  5. 5李대통령 지지율 소폭 상승해 40% 회복…부정평가는 50%
  6. 6최길수 특별감찰관 청문보고서 채택
  7. 7공소청 첫 국감 ‘李 공소 취소’ 공방…檢 총장 대행 “검토·지시 한 바 없어”
  8. 8‘남북 MDL 상호확인·군통신선 복원’ 정부, 군사회담 北에 제안
  9. 9김민석, 소방노조 만나 “정책·예산으로 안전·처우 개선” 약속
  10. 10금융위원장 "산은 부산 이전 하지 않는 것으로 정리" 파장
  1. 1부산에 엔비디아 전용 생산라인 선다(종합)
  2. 2북극항로 개척자 “유빙·극한환경서 새 희망 봤다”
  3. 3로그인 없이 서버장악 가능…전 세계 ‘PHP’ 보안 비상
  4. 4부산시대 연 HMM, 올해만 6조원 투자
  5. 5서낙동강 수변입지에 4Bay 구조…실속 갖춘 59㎡ 단일평형 차별화
  6. 6[한 손 뉴스] 낙상·실종 막는 ‘스마트신발’…부산TP, 노약자 지원 확대
  7. 7부산 온 인도 구자라트주 대표단, 지역기업과 조선·금융 협력 모색
  8. 8부산건설사·대기업, 상생협력 머리 맞댄다
  9. 9한은 기준금리 3% 동결…긴축 유지, 속도조절 속 내달 다시 인상 가능성(종합)
  10. 10한전, 개인정보 유출 1만1000명 추가 “조사 과정서 발견”
  1. 1전국 언론인 청와대 앞 집결…“국제신문 대주주 엄벌” 촉구
  2. 2부산 재정자립도 1위 강서구, 생활임금 도입 나홀로 거부
  3. 3되돌아와 수로 출구 앞에서 맴도는 부캉이
  4. 4공공 건설현장인데…추락 안전망 없고 감독 태만 부지기수
  5. 5부캉이 머물던 북항서 기름 유출…8시간째 모습 안 보여
  6. 6[속보] 여전히 수로 주변 배회하는 ‘부캉이’…“환경 적응하면 바다로 간다”
  7. 7[속보] '명태균 여론조사비 대납 의혹' 오세훈 2심 무죄
  8. 8“거제 양대 조선소와 상생 협의…남부내륙철도에 행정력 집중”
  9. 9오늘의 날씨- 2026년 10월 23일
  10. 10부산교통공사 노사, 파업 직전 잠정 합의…도시철도 정상 운행
  1. 1종합 6위 부산, 고른 활약에도 아쉬움
  2. 2만년 꼴찌 삼성 선두 ‘파란’…前 챔프 KCC 최하위 ‘수모’
  3. 3쇼트트랙 전설 최민정의 마지막 질주
  4. 4‘성폭행 의혹 제기’ 초교후배…기성용에 1억 배상해야
  5. 5‘높이’ 키운 BNK썸, 2년 전 영광 재현 노린다
  6. 6호랑이 발톱 세운 김도영…돌아온 사자 포효 최형우
  7. 7축구협회장 선거, 12월 18일 추진
  8. 8요트 하지민, 레이저급 정상…전국체전 16연패 역사 쓰다
  9. 9부산시설공단 여자핸드볼팀 전국체전 2년 연속 금메달
  10. 10마무리 캠프 코앞인데…롯데 감독·단장 인선 언제쯤
우리은행
10대 부산시의회 상임위 들여다보기
“학교 통폐합 지역 맞춤형으로 접근”
10대 부산시의회 상임위 들여다보기
해운기업 유치, 해사법원 신설 “해양수도 부산 경쟁력 키울 것”
강동진의 도시이야기 [전체보기]
바흐를 찾아간 나, 한국을 꿈꾸는 그녀
세계유산위원회, 부산의 시간을 세계와 나누다
경제프리즘 [전체보기]
소비 아닌 문화 생산 주체 오페라하우스
한국 갯벌의 2단계 확대 등재 의미
과학에세이 [전체보기]
진짜 질문의 시작
AI 시대, 부산 R&D의 대전환
국제칼럼 [전체보기]
원칙이 흔들린 대가
‘빵과 책’·양자경·강말금 그리고
기고 [전체보기]
‘2028 세계디자인수도 부산’의 과제
배의 피부를 지키는 기술은 도장이다
기자수첩 [전체보기]
금고 이사장 전횡, 지금도 진행중
엘리트 자평해온 市 공무원…생중계 회의서 능력 입증을
김준희의 클래식 인사이트 [전체보기]
여름의 끝자락, 브람스
여름날의 애상, 왈츠
김지윤의 우리음악 이야기 [전체보기]
다대포에서 만난 퇴계 이황
세종시대 음악이 전해진 이유
뉴스와 현장 [전체보기]
AX·반도체 전시회 5개 동시에 열렸는데…
북극항로, 첫 배보다 중요한 것은 다음 배다
도청도설 [전체보기]
if, 손아섭
교육이라는 희망
독자 투고 [전체보기]
새로운 시작 ‘황혼 이혼’
무료 화장실 깨끗하게 쓰자
메디칼럼 [전체보기]
25년을 간직한 리플렛 세 장
요추부 척추관협착증, ‘메포츠’로 극복하기
목지수의 도시브랜드 산책 [전체보기]
랜드마크 시스템의 시대
북항 돔구장에서 야구 보며 사우나를
박지욱의 뇌력이 매력 [전체보기]
건망증, 이렇게 잡자
운동으로 해마를 키우자
박진희의 컬처 픽 [전체보기]
‘부캉이’ 스펙터클에서 공존으로
부산 문화정책, 지금 필요한 선택
사설 [전체보기]
기초의회 의정비 증액, 합리적 기준이 필요하다
특별감찰관 부활, 임명보다 실질적 감찰이 중요하다
세상읽기 [전체보기]
‘이불 킥’의 순간에 도움 될 심리학 지식 한 스푼
문화예술의 시대
안재철의 연결하는 공간 [전체보기]
지구와 도시의 연결을 묻다
해양수도 부산, ‘제3의 경계 공간’
엄길청의 문전성시 [전체보기]
말과 현실이 너무 다른 부산
반도체와 부산
이보성의 미술 현장 산책 [전체보기]
두 미술관, 각자의 역할을 묻다
시장이 강해진 것일까, 비엔날레가 약해진 것일까
이상이 칼럼 [전체보기]
복지의 ‘필요 원칙’과 포퓰리즘
보건의료에서 지방정부 역할과 ‘정책 의료’
이정구의 맛과 건강 [전체보기]
미식과 오래 씹기
이제명의 오션 드림 [전체보기]
광복 81년, 다음은 바다의 산업 주권
HMM 부산 이전, 해양수도의 시험대
이홍의 세상현미경 [전체보기]
대규모 대미 투자, 기회인가 위협인가
국제질서의 지각변동과 한국의 성장경로
정쾌호의 부동산 탐구생활 [전체보기]
부산 아파트 10년, 이중 양극화와 위상 추락
미분양의 경고, 지방 맞춤 ‘출구전략’ 서둘러야
주재민의 명당을 찾아서 [전체보기]
사람은 갔어도 명당은 남아 있다
조선 8대 명당 중 하나인 정문도 묘
최태호의 와인 한 잔 [전체보기]
추석의 식탁, 가족을 잇는 와인
오스트리아 와인,빈의 시간을 마시다
특별기고 [전체보기]
‘해양수도 부산’ 토대부터 바로 놓아야
당론 따를지 역사 따를지 양심의 선택을
하순봉의 음악이야기 [전체보기]
박자와 기보
국민악파
황정수의 그림산책 [전체보기]
이대원의 ‘온정리 풍경’
유영국의 1957년 작 ‘사람’
CEO 칼럼 [전체보기]
청년 떠나는 지방, 수도권 인구 분산해야
거울 속의 외계인
  • 국제신문 골프대회
  • 맘편한 부산
  • 부산국제마라톤
  • BNK생명나눔챌린지
  • 유콘서트
걷고 싶은 부산 그린워킹 홈페이지
국제신문 대관안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