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자 사기 어려운 고가 자산을 여러 투자자가 소액 지분으로 나누어 투자하고, 수익을 분배받는 조각투자가 혁신 금융의 하나로 활발히 추진되고 있다. 토큰증권(STO) 관련법이 국회를 통과해 내년 2월 시행을 앞두고 있고, 조각투자 장외거래소 KDX와 넥스체인지가 올해 내 문을 열 예정이다. KDX는 부산 본사인 한국거래소(KRX) 주도로 설립되는 장외거래소로 역시 부산이 본사이며, KRX에서도 조각투자 상품을 사고 팔 수 있는 장내시장인 신종증권시장 개설을 준비 중이다. 조각투자 상품의 장내거래와 장외거래 모두를 할 수 있는 곳이 부산인 셈이다.
한마디로 블록체인 기술 기반의 거대한 조각투자 시장이 열리고 있고 그 중심에 부산이 있다. 게다가 부산은 우리나라에서 유일하게 블록체인 규제자유 특구로 지정돼 있다. 블록체인 기술을 금융 물류 부동산 등 실제 산업에 적용하려는 샌드박스형 특구가 바로 부산이고, 향후 STO 조각투자의 중심지가 부산이 될 수 있다.
하지만 조각투자 시장의 성공은 그리 간단치 않다. 한 번도 가보지 않은 길이기에 험난한 가시밭길이 예상된다. 우량 기초자산 발굴, 발행 유통 인프라 구축 등 산적한 과제가 한둘이 아니다. 현재 조각투자 대상 기초자산은 부동산 귀금속 음원저작권 미술품 명품 항공기엔진 한우 등이다. 연간 신규 발행 규모는 2023년 3건 247억 원, 2024년 60건 272억 원, 2025년 50건 132억 원, 2026년 9월 현재 4건 48억 원으로 소규모다. 이런 초기 단계인 조각투자 시장은 내년부터 블록체인 기반의 토큰증권 관련법이 시행된다면 폭발적으로 성장할 것으로 기대된다.
관건은 얼마나 매력 있는 상품을 많이 내놓느냐에 달렸다. 투자자들에게 안정적이고 높은 수익을 가져다줄 기초자산으로 경쟁력 있는 상품을 만들어 내는 일이 중요하다. 영화 드라마 아이돌 등 K-콘텐츠, 신재생에너지 등 다양한 분야들이 새로운 조각투자 상품으로 등장할 것으로 예상한다. 블록체인 특구 도시, 조각투자 장내·장외거래소 모두를 갖춘 도시 부산이 내놓을 수 있는 최고의 특화 조각투자 상품은 과연 무엇일까. 바로 선박 등 해양자산이다. 부산에 지천으로 있는 선박은 멋진 조각투자 상품이 될 것이다.
종전까지 일반시민이 선박에 투자한다는 것은 꿈도 못 꿨다. 부산 앞바다에 많은 선박이 오가는 것을 보지만 선박의 주인이 된다는 것은 상상할 수 없었다. 척당 수백억~수천억 원의 고가인 데다 리스크도 커서 금융기관들도 어려워한다는데 일반인이 어떻게 투자할 엄두를 내겠는가. 이젠 그건 옛말이 됐다. 조각투자라는 새로운 제도가 생겼고 블록체인 기반 혁신 금융기법이 나왔기 때문이다. 나도 소액투자로 선주가 될 수 있고 배에 투자해서 돈을 벌 수 있는 시대가 왔다. 국민선주 시대, 시민선주 시대가 열린 것이다.
한국해양진흥공사가 이 일을 이미 추진하고 있다. 2년 전부터 시범사업을 준비해 왔고, 올 연말쯤 선박을 기초자산으로 하는 조각투자 상품을 출시할 예정이다. 시범사업이니만큼 해진공이 보유한 소형 컨테이너 선박을 유통화하는 방법으로 진행한다. 말이 소형이지 금액으로 따지자면 이 한 건이 300억 원 가량 돼 최근 우리나라 1년 조각투자 발행 규모를 뛰어넘는 큰 규모이다. 해진공은 시범사업이 성공적으로 완료되면 내년부터 신조, 중고선, 벌크선, 탱크선 등 다양한 선박 자산에 적용하고 향후 항만 물류 등 다양한 해양자산으로 조각투자를 확대해 나갈 것이다.
해양자산에 조각투자를 하는 이유는 해양자산과 자본시장을 결합해 대한민국을 글로벌 해양강국으로 만들고 부산을 해양수도권으로 육성하는데 도움을 주기 위해서다. 부산이 해양수도로 도약하려면 배가 드나드는 도시를 넘어 선박과 자본, 금융이 함께 움직이는 해양거래가 일어나는 도시가 되어야 한다. 거래가 일어나면 계약 분쟁 등 해사 사건이 늘어나고 부산 해사법원도 성공할 수 있는 일석이조의 효과를 가져올 것이다. 그 중심에 해진공이 야심차게 추진 중인 해양자산거래소와 선박조각투자사업이 자리잡고 있다. 부산시민들의 많은 관심과 응원을 당부드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