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의 패러다임이 바뀌면 인재를 정의하는 기준도 달라진다. 산업화 시대에는 숙련된 노동력이 중요했고, 정보화 시대에는 지식과 정보의 축적이 경쟁력이었다.
그렇다면 AI 시대에는 어떤 사람이 인재일까.필자는 ‘질문할 줄 아는 사람’이라고 생각한다. 과거에는 얼마나 많은 지식을 기억하고 있는지가 개인의 경쟁력을 좌우했다. 좋은 대학에 진학하고, 자격증을 취득하고, 특정 분야의 전문지식을 오랫동안 축적하는 것이 인재가 되는 일반적인 과정이었다. 물론 이러한 노력의 가치는 지금도 유효하다.
그러나 생성형 AI의 등장은 지식을 얻고 활용하는 방식 자체를 빠르게 바꾸고 있다. 중요한 것은 AI가 존재한다는 사실이 아니다. AI에게 무엇을 질문하고, 어떤 답을 끌어내며, 그것을 현실의 문제 해결에 어떻게 활용하느냐다.
그래서 필자는 학생들과 젊은 직원들에게 종종 이야기한다. AI에게 질문하라. AI와 소통하라. 그리고 실천하라. 마지막으로 자신의 분야에 활용하라.
첫째는 질문하는 능력이다. 질문은 자신이 무엇을 알고 무엇을 모르는지 인식하는 데서 출발한다. 같은 AI를 사용하더라도 질문의 깊이에 따라 얻는 결과는 크게 달라질 수 있다. 결국 좋은 질문을 하기 위해서는 역설적으로 자신의 분야에 대한 공부가 필요하다.
둘째는 소통하는 능력이다. AI를 단순한 검색창으로 사용해서는 충분하지 않다. 답을 그대로 받아들이기보다 다시 묻고, 의심하고, 조건을 바꾸며 사고를 확장해야 한다. 사람과 토론하면서 생각을 발전시키듯 AI와의 상호작용을 통해 자신의 생각을 구체화하는 능력이 중요해지고 있다. 그러나 질문과 소통만으로 세상은 바뀌지 않는다.
셋째는 실천하는 능력이다. AI로 사업계획서를 만들고 프로그램을 설계하고 수많은 아이디어를 얻더라도 현실에서 실행하지 않으면 결과는 만들어지지 않는다. AI가 아무리 발전해도 최종적인 판단과 책임, 행동은 인간의 몫이다.
마지막은 활용 능력이다. 필자는 이것이 앞으로 개인 간 경쟁력을 가르는 중요한 요소가 될 것이라고 본다. AI 자체를 아는 것보다 자신이 가진 전문성과 AI를 결합할 줄 알아야 한다. 제조업 종사자는 제조 현장에, 의료인은 의료에, 연구자는 연구에, 기업인은 경영에 AI를 적용해야 한다. 결국 경쟁력은 ‘AI 전문가’에게만 생기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전문 분야에 AI를 가장 잘 활용하는 사람에게 생길 가능성이 크다.
이러한 변화는 지역 청년에게도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필자는 클라우드 분야 학생들을 지도하면서 짧은 기간에도 새로운 기술을 빠르게 습득하고 자신의 것으로 만들어 경쟁력을 증명하는 청년들을 보았다. 기업 현장에서도 20대 직원들이 새로운 기술을 익히고 실제 문제를 해결하며 성장하는 모습을 접한다. 이들을 보면서 지역에 인재가 부족한 것이 아니라, 우리가 인재를 판단하는 기준이 과거에 머물러 있는 것은 아닌가라는 생각을 한다.
AI 시대에는 지역이라는 물리적 한계도 이전과 다른 의미를 갖는다. 과거에는 첨단지식과 정보, 기업과 인재가 수도권에 집중되면서 지역 청년이 새로운 기회를 얻기 위해 지역을 떠나는 경우가 많았다. 하지만 AI와 클라우드 기술의 발전은 지식에 접근하는 비용과 공간적 제약을 낮추고 있다. 그렇다고 AI가 지역의 격차를 저절로 해결해 주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AI를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 사이에 새로운 격차가 만들어질 수도 있다. 따라서 지역의 교육 역시 단순히 AI 사용법을 가르치는 수준에서 벗어나야 한다.
기술이 빠르게 변화할수록 중요한 것은 얼마나 많이 알고 있느냐보다 새로운 것을 얼마나 빨리 배우고 자신의 것으로 만들 수 있느냐일 것이다. ‘지역 인재’의 기준도 이제 달라져야 한다. 어디에서 태어났는가, 어느 대학을 나왔는가만으로 인재를 정의하기보다 무엇을 질문하고, 무엇을 배우며, 새로운 기술을 이용해 어떤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지를 봐야 한다.
부산의 청년들에게도 말하고 싶다. AI는 지역의 한계를 없애주지는 않는다. 그러나 지역 청년이 그 한계를 뛰어넘을 수 있는 강력한 도구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