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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군과 유엔군사령부가 서부전선에서 발생한 지뢰 추정 폭발 사고 현장조사를 위해 지난 26일 비무장지대(DMZ) 내에서 기동로 확보 및 작전환경 조사 활동을 하는 모습. 합참 제공 영상 캡처 |
지난 21일 발생한 비무장지대(DMZ) 지뢰 추정 폭발 사고와 관련해 정부와 군 당국이 현장 조사를 미루고 관련 정보를 공유하지 않으면서 비판 여론이 일고 있다. 군 당국은 사건 발생 후 첫 공식 브리핑에서 ‘미상의 폭발 사고’라고 표현해 질타를 받은 것도 모자라 현장 조사를 추석 연휴 이후인 29일로 예정했다가 ‘늑장 조사’라는 비판에 27일로 앞당겼다. 작전 병력 2명이 발목 절단과 골절의 중상을 입고 1명이 경상을 입었는데 군 당국은 부상자 수를 당초 3명에서 2명으로 정정하면서 사건 축소 논란까지 일었다. 2015년 북한의 목함지뢰 도발사건과 비교해 모든 면에서 정부와 군의 대응이 소극적, 또는 ‘적극적’ 축소라는 지적이 나온다.
유엔사의 합동 조사를 거부한 것이 알려지면서 논란은 커졌다. 사고 당일 제이비어 브런슨 유엔군사령관이 신속한 현장 조사를 지시했고 다음 날인 지난 22일 유엔사 관계자들이 육군 25사단을 방문해 사고 현장 출입을 비롯해 관련 자료 및 바디캠 영상 공유, 부상자 인터뷰 등을 요청했으나 군은 안전상의 이유를 들어 거부했다. 무소속 한동훈 의원은 추석 연휴 국방부 앞에서 1인 시위를 진행했고, 국민의힘도 북한의 도발을 축소·은폐하려는 의도라며 정부의 늑장 대응을 질타했다. 비판 여론이 커지자 군 당국은 예정됐던 29일 조사를 앞당겨 지난 26일 기초 조사에 이어 27일 합동조사를 실시했다. 2015년 북한의 목함지뢰 사고 당일 현장에서 지뢰 파편을 수거하고 이틀 뒤 유엔사와 합동 현장 조사에 착수한 뒤 북한의 소행임을 규명해 북한의 유감 표명까지 끌어낸 것과는 큰 차이가 있다.
야권은 정부와 군 당국의 늑장 대응에 대해 이재명 대통령의 유엔 총회 ‘북한 비핵화 연설’과 통일부의 93억 원 규모의 북한 의료물자 지원을 의식한 정치적인 의도라고 비판한다. 북한에 유화적인 제스처를 취하는 상황에서 북한의 도발이 확정될 경우 여론의 역풍을 우려해 ‘시간 끌기와 물타기’로 일관했다는 것이다. 이 대통령의 유엔 연설 때도 지뢰 추정 폭발사고와 관련해 북한의 도발을 규탄하는 내용은 포함되지 않았다. ‘의도가 있는 것 아니냐’는 야권의 비판을 단순히 정쟁으로 치부하는 더불어민주당의 태도는 납득하기 어렵다.
최근 북한이 ‘적대적 두 국가론’을 천명하며 국경선 요새화 작업을 진행하는 등 안보 불안감이 높아지는 상황이다. 안보에는 여야가 따로 없다. 국방부 장관이 북한을 ‘주적’이라고 부르지 못하는 등 군이 정부의 ‘대북 저자세’ 기조에 동화하는 움직임을 보이면서 국민의 불신을 높인다. 이번 늑장 대응 역시 이런 정치적인 흐름과 무관치 않다는 지적이 나온다. 뒤늦은 현장조사로 주요 증거가 소실돼 폭발 사고가 ‘원인 미상’으로 결론난다면 정부와 군은 ‘민심의 폭발’을 감당하기 어려울 것이다. 많은 전문가는 덧신을 신고도 발목이 절단될 정도였던 폭발 위력을 북한 목함지뢰일 가능성을 뒷받침하는 첫 번째 증거로 지목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