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 중 누군가가 다치거나 질병이 생겼다면 문제다. 가족 모두의 삶에 크게 변화가 생긴다. 특히 고령의 부모가 장기간 치료가 필요한 상황이라면 더욱 고통스럽다. 급격한 고령화, 만성질환자와 중증·희귀질환 장기치료의 증가 등으로 오늘날에는 전통적인 가족 간병으로는 한계가 있다. 간병을 담당하는 자녀의 신체적, 정신적 부담과 더불어 일을 지속할 수 없는 사회적 고립도 발생하며 가족 갈등의 원인이 되기도 한다.
가족을 대신하여 환자를 돕는 상업화된 서비스가 있다. 병원에서 흔히 만나는 ‘간병인’은 민간단체에서 교육을 하고 인력을 제공한다. 보건복지부 통계에 따르면 간병 도우미료는 1인 간병의 경우 하루 12만∼15만 원이지만, 중증환자 치매 외상환자의 경우 20만 원 이상 요구하기도 한다. 한 달 450만∼600만 원의 간병비가 발생한다. ‘병원비보다 간병비가 더 무섭다’는 이야기까지 나올 정도다.
간병인과의 마찰이나 갈등도 문제다. 환자-간병인·가족-간병인 간 마찰도 흔하지만, 의료진과 간병인 간 마찰도 빈번하다. 아침 회진 시 간밤에 잠은 잘 잤는지, 통증은 좋아졌는지, 식사는 잘했는지 등 간단한 질문을 하며 환자에게 말을 건넨다. 이때 환자 옆에서 간병인이 대신해서 대답하는 경우가 있다. 회진 시간은 환자와 직접 대화를 통해 상태를 파악하고 환자-의사 간 신뢰관계를 형성하는 귀중한 시간이다. 환자가 의사표현을 하지 못하는 특별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필요한 정보를 환자에게서 직접 얻고, 불편이나 불만을 살펴야 한다. 의사-환자 사이에 간병인이 불필요한 개입을 하는 꼴이다. 간병인이 환자의 질병 상태, 향후 치료계획 등 구체적인 질문을 할 때도 있다. 보호자에게 회진내용을 알려줘야 하는 간병인의 입장도 이해는 하나, 간병인은 결코 보호자가 될 수 없다. 또 보호자에 전달하는 과정에서도 비의료인인 간병인이 자기 생각을 덧붙여 전달하여 오해가 발생하는 일도 빈번했다. 간병인에 주의도 주고, 간병인을 제공하는 단체에 직접 전화하여 상황을 설명하고 교육을 부탁하지만, 매번 바뀌는 간병인을 상대로 개선이 어렵다. 인력을 제공하는 민간단체의 교육 프로그램의 개선과 감시가 필요하다.
환자, 보호자가 개인적으로 간병인을 고용하지 않아도, 병원에 고용된 간호사·간호조무사·간병지원인력 등이 팀을 이루어 간호와 간병을 제공하는 ‘간호·간병 통합서비스’도 있다. 보호자 없는 병원 형태의 시범사업(2013년)을 시작으로, 간호·간병 통합서비스로 명칭을 바꾸고 의료법을 개정(2015년)해 2016년 이후 지속해서 확대·시행하고 있다. 가족이나 사적 간병인 부담을 줄이고자 시행된 좋은 취지의 제도다. 하지만 현실에서는 통합서비스 간병이 필요한 환자지만, 간병 필요도가 높다는 이유로 오히려 이용하기 어려워지는 역설적인 상황이 발생한다. 실제로 2025년 국정감사에서 당시 모 시민단체 대표는 투석을 받는 중증신부전, 시각장애가 있는 상태에서 신장이식을 위해 입원을 신청했지만, 간호·간병통합서비스 병동 입원이 거부된 자신의 경험을 소개하기도 했다.
간병을 건강보험 급여 항목으로 규정하여 간병비 부담을 줄이자는 법안이나 자녀가 부모를 간병하면서 실제로 지출한 비용을 상속재산 계산에서 차감하자는 법안 등이 최근 발의되었다.
‘간병비 지원을 국가가 해야 하는지’에 대한 논쟁도 있다. ‘정의란 무엇인가’의 저서로 유명한 하버드대 마이클 센델 교수의 ‘공동선(Common Good)’의 개념이 간병복지에도 해당하는지 인공지능에게 물어보았다.
‘돈이 있는 사람은 돌봄을 살 수 있고, 돈이 없는 사람은 가족의 희생으로 돌봄을 해결해야 하는 사회가 과연 정의로운가? 간병은 시장에서 거래되는 하나의 서비스이면서 동시에 인간관계와 공동체적 책임을 포함하는 도덕적 실천이다. 간병복지는 불평등을 보정하기 위한 복지정책이며, 돌봄을 가족에게만 전가하지 않고 시민 모두가 함께 책임지는 공동체를 만들기 위한 공동선의 제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