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부산메디클럽

[뉴스와 현장] 솔직할 수 있는 용기, 당신에게도 닿기를

  • 최영지 기자 jadore@kookje.co.kr
  •  |   입력 : 2026-09-23 17:34:37
  •  |   본지 18면
  • 글자 크기 
  • 글씨 크게
  • 글씨 작게
호사가들이 지어냈겠지만, 사람들은 대부분 아는 ‘김나박이’라는 말이 있다. 김범수, 나얼, 박효신, 이수의 앞 글자를 딴 말이다. 소위 한국에서 손꼽히는 보컬리스트, 그야말로 노래를 기가 막히게 잘하는 사람이라는 칭찬이다. 그중에 포함되는 이가 가수 김범수다. 본래도 매력적인 목소리로 멋진 노래를 선사하는 가수라는 건 알았지만, 최근 3, 4년 사이에 콘서트에 다니게 되면서 더 느끼게 됐다.

몇 년 전 사직 체육관에서 앙코르의 앙코르를 거듭해 가며 관객들에게 조금이라도 더 노래를 들려주려는 모습과 그 와중에도 흔들리지 않는 노래 실력이 가슴에 찡한 감동을 줬다. 게다가 비 오는 날 드림씨어터에서 있었던 콘서트에선 얼마나 아름다운 목소리였는지 팔에 몇 번이나 소름이 돋았다. 데뷔 25주년 콘서트에서도 특유의 힘 있고 뻗어나가는 목소리를 실컷 즐길 수 있었다. 이런 그에게 음 이탈이나 이상한 목소리는 정말 어울리지 않는 일이었다.

그런데 최근 한 방송 안에서 그는 믿을 수 없는 모습을 보여줬다. 특정 음에서 말도 안 되는 소리가 났다. 앉아서 텔레비전을 보다가 입을 틀어막으며 벌떡 일어날 정도로 놀랐다. 그리고 목구멍이 막혀오고 코에 물이 들어왔을 때처럼 얼얼하고 아픈 느낌이 나면서 눈물이 날 것 같았다.

한국에서 가창력으로 손꼽히는 그 사람이, 고음도 아닌 음에서 소리를 제대로 내지 못하고 있었다. 좀 심하게 말하면 ‘끼익’ 하는 소리가 들러붙은 음을 내고 있었다. 그런데 더 충격적인 건 그가 그런 상태로 노래를 끝까지 했다는 거다. 가수 김범수의 메가 히트곡 중 하나인 ‘보고싶다’를. ‘보고싶다’는 사람들이 콘서트에서 꼭 듣고 싶어하는 그의 대표적인 곡이다. 일반인이 부르기엔 물론 어려운 곡이지만 그의 목소리의 매력을 담아내기에는 충분한 그런 곡인데. 그가 ‘보고싶다’를 제대로 소화하지 못하고 있었다.

야구나 골프에서 들어본 용어, ‘입스’가 떠올랐다. 부상이 아닌데도 특정한 동작이 아무 이유 없이 안되는 것. 그의 음역대에서 아무 문제 없이 낼 수 있는 소리가, 제대로 나지 않고 있었다. 이비인후과에서 성대를 면밀히 살펴봐도 기능적으로 아무 문제가 없다고 했다. 프로 선수가 입스가 오면 피나는 노력과 인고의 시간을 거쳐 이겨내거나 선수 생활을 그만둔다. 극복이 불가능한 경우가 더 많아서다.

그런데 이 사람은 발성교정을 끊임없이 받으면서 방법을 찾고 있었다. 그러면서 자신이 어떤 상태인지 공중파 방송에서 그대로 보여줬다. 그가 사력을 다해 노래하는 동안 발성 교정 전문가들도 숨도 안 쉬고 집중해서 그를 지켜보고 있었다. 듣는 사람과 부르는 사람 모두에게 힘든 시간이 지나자, 전문가들은 아주 많이 좋아져서 놀랐다며 그를 격려했고, 그는 담담하게 자신의 상태에 대해 의논했다. 이건 더 이상 예능 프로그램이 아니라 다큐였다. 자신의 경력이 어떤 위험에 처했는지를 완전히 열어 보이면서 그럼에도 나는 한 발 씩 나아가고 있다는 선언처럼 느껴졌다.

누구나 자신의 약점을 노출하는 것은 기꺼워하지 않는다. 그것이 내가 소중히 여기는 일에 영향을 끼치는 것이라면 더더욱 그렇다. 그런데 그는 자신의 목소리가 현재 어떤 상태인지를 완전히 공개하고 극복하기 위해 노력중이라는 걸 다 드러내놓고 알렸다. 그런 사람을 어떻게 응원하지 않을 수 있을까. 나는 눈물이 많은 편은 아닌데도 목이 콱 막히면서 눈이 시려왔다. 그 예능 프로그램의 패널로 출연했던 한 남자배우도 그렇게 말했다. 자신은 잘 울지 않는 사람인데도 눈물이 날 것 같다고. 내 약점을 다 드러내는 솔직함과 용감함 앞에서 존경과 감동이 올 수 밖에.

누군가가 사력을 다해 자신의 인생에 온 고난을 헤쳐나갈 때, 진심어린 지지가 가장 필요하다. 주변의 누군가가 최선을 다해 발버둥치고 노력하고 있다면 말하지 않더라도 마음으로 응원해 주시기를. 그래서 거기에서 조금이라도 벗어나는 데 실낱같은 보탬이 되기를.

정직이야 말로 가장 큰 장점이고 미덕이라는 말이 종이 위의 활자가 아니었다. 마음을 울리는 감동은 진실에서 왔다.

최영지 디지털부문 에디터
ⓒ국제신문(www.kookje.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국제신문 뉴스레터
국제신문 네이버 뉴스스탠드 구독하기
국제신문 네이버 구독하기
뭐라노 뉴스

 많이 본 뉴스RSS

  1. 1[속보]미 애리조나서 60년 만의 민주당 주지사 당선, 상하원까지 다 장악
  2. 2겨울시작 '입동'인 7일, 부울경 맑고 쌀쌀… 외출땐 따뜻한 옷 필수
  3. 3[속보]대구서 자신 도우려던 구급대원 얼굴 때린 60대 벌금 700만 원 선고
  4. 4[속보]"'블루웨이브 쇼크'에 세계증시 시총 하루만에 4800조 원 증발"
  5. 5올가을 첫 얼음 관측… 오전 7시 설악산 영하 9도, 횡성 영하 6.8도
  6. 6부산 주유소 휘발유 평균가 ℓ당 1838.1원… 전주보다 0.2원 ↓
  7. 7[속보] 도로 온수관 파열로 생긴 구멍에 행인 빠져…전신 60% 화상
  8. 8미래에셋증권도 해킹 사고… 고객 3800여명 임직원 3만5255명 개인정보 흘러나가
  9. 9[속보] 만천하스카이워크 집라인 운행 중 멈춰…승객 30분간 공중에 매달려 있다 구조
  10. 10반여1·4동 어르신과 함께한‘사랑의 자장면 나눔’
  1. 1빚더미 회사에…돈 더 빌려줘 체불 해결하려는 능인선원
  2. 2청와대 정무수석에 최인호 HUG 사장 지명
  3. 3청해부대 임무, 호르무즈 650㎞ 앞까지 확대…해상초계기도 투입(종합)
  4. 4홍익표 정무수석 사의 표명…후임에 최인호 HUG 사장 거론
  5. 5김민석, 신천지 논란에 “죄송…조사결과 공개해도 문제”
  6. 6회생인가 촉구 시민 목소리 1차분 6일 법원 제출
  7. 7이 대통령, 법무장관 후보자에 이용철 지명…국세청장엔 안덕수
  8. 8[속보] 이 대통령 지지율 소폭 반등한 41%…민주36%·국힘 28%
  9. 9김민석, 신천지 논란 재차 사과…“상처 입은 모든 분께 죄송”
  10. 10'조작기소 특검법' 오늘 與 주도 국회 본회의 처리 전망
  1. 1[속보]"'블루웨이브 쇼크'에 세계증시 시총 하루만에 4800조 원 증발"
  2. 2부산 주유소 휘발유 평균가 ℓ당 1838.1원… 전주보다 0.2원 ↓
  3. 31249회 로또복권 1등 14명…당첨금 20억2505만 원
  4. 4동남아 선정 미식여행지 부산 ‘금정산+온천’ 첫선
  5. 5‘블루 웨이브’ 환호한 美증시, 퍼렇게 질린 韓증시(종합)
  6. 6비에 화약 젖을라 손길 분주…400m 대형 불꽃 ‘카운트다운’
  7. 7부산 외국인 관광객 400만시대 성큼... 카드소비 1조 돌파
  8. 8국내양식 향어 20여년간 간흡충 감염 ‘0’
  9. 9팔란티어 AI와 함께 만든다…부산 신발업체 창신 ‘혁신 점프’
  10. 10비수도권 미분양 적체…LH 매입 신청 86% 탈락
  1. 1겨울시작 '입동'인 7일, 부울경 맑고 쌀쌀… 외출땐 따뜻한 옷 필수
  2. 2[속보]대구서 자신 도우려던 구급대원 얼굴 때린 60대 벌금 700만 원 선고
  3. 3올가을 첫 얼음 관측… 오전 7시 설악산 영하 9도, 횡성 영하 6.8도
  4. 4[속보] 도로 온수관 파열로 생긴 구멍에 행인 빠져…전신 60% 화상
  5. 5미래에셋증권도 해킹 사고… 고객 3800여명 임직원 3만5255명 개인정보 흘러나가
  6. 6[속보] 만천하스카이워크 집라인 운행 중 멈춰…승객 30분간 공중에 매달려 있다 구조
  7. 7반여1·4동 어르신과 함께한‘사랑의 자장면 나눔’
  8. 8해운대구 재송2동 릴레이안부봉사단, 2026년 릴레이 다함께 가을소풍’ 추진
  9. 9'세브란스병원 흉기난동' 50대 여성 구속심사
  10. 10해운대구 중1동, '술은 잠시 오프(OFF), 건강은 온(ON)’ 절주 캠페인
  1. 1승부는 원점…‘홈런 공장’ 대구서 거포들의 전쟁
  2. 2페이즈 신들린 블로킹 9개…읏맨, 시작부터 웃었다
  3. 3태권도, 北 전통무술로 각인될라
  4. 4거인 4인방 APBC(아시아프로야구챔피언십) 첫 우승 이끈다…한동희·최준용 중책
  5. 5롯데 전설 故 최동원, 야구인 최초 ‘올해의 스포츠영웅’
  6. 6코르다, LPGA 올해의 선수상 조기 확정
  7. 7동의대 미식축구부 타이거볼 4강 진출
  8. 8레이예스 맑음…이이무라 흐림…‘로·비’ 안갯속
  9. 92027 아시안컵 내년 12월로 연기…차기 감독 선임 여유
  10. 10KLPGA 상금왕·대상 놓고 ‘림-솔(서교림·김민솔) 대전’
우리은행
주민자치 모범현장 가다
‘주민대표’가 건축 세부사항까지 의견…지방의회 심사 반영
10대 부산시의회 상임위 들여다보기
“학교 통폐합 지역 맞춤형으로 접근”
강동진의 도시이야기 [전체보기]
바흐를 찾아간 나, 한국을 꿈꾸는 그녀
세계유산위원회, 부산의 시간을 세계와 나누다
경제프리즘 [전체보기]
소비 아닌 문화 생산 주체 오페라하우스
한국 갯벌의 2단계 확대 등재 의미
과학에세이 [전체보기]
코뿔소 없음과 진공
지역이 기획, 국가가 지원하는 R&D 시대 열자
국제칼럼 [전체보기]
국조 대상은 조희대가 아니라 증시 참사다
개·고양이 학대는 이제 그만
기고 [전체보기]
부산 관광 다음 키워드는 ‘건축관광’
‘성범죄 취업제한’의 사각지대
기자수첩 [전체보기]
금고 이사장 전횡, 지금도 진행중
엘리트 자평해온 市 공무원…생중계 회의서 능력 입증을
김준희의 클래식 인사이트 [전체보기]
세레나데, 다정한 위로
여름의 끝자락, 브람스
김지윤의 우리음악 이야기 [전체보기]
다대포에서 만난 퇴계 이황
세종시대 음악이 전해진 이유
뉴스와 현장 [전체보기]
‘탈서울’ 안 된다던 원안위, 세종행에 왜 침묵하나
AX·반도체 전시회 5개 동시에 열렸는데…
도청도설 [전체보기]
공공재
선출 권력 통제
독자 투고 [전체보기]
새로운 시작 ‘황혼 이혼’
무료 화장실 깨끗하게 쓰자
메디칼럼 [전체보기]
왜 제대로 비워지지 않는지 살펴야
개정 응급의료법이 ‘미수용 방지법’?
목지수의 도시브랜드 산책 [전체보기]
랜드마크 시스템의 시대
북항 돔구장에서 야구 보며 사우나를
박지욱의 뇌력이 매력 [전체보기]
건망증, 이렇게 잡자
운동으로 해마를 키우자
박진희의 컬처 픽 [전체보기]
‘부캉이’ 스펙터클에서 공존으로
부산 문화정책, 지금 필요한 선택
사설 [전체보기]
능인선원, 체불임금마저 대여금으로 처리하려 하다니
미 민주당 상·하원 장악…통상·안보 전략 재점검해야
세상읽기 [전체보기]
낯설고도 궁금했던 부산과의 첫 만남
일상으로의 초대
안재철의 연결하는 공간 [전체보기]
오래된 건축이 만드는 새로운 연결
지구와 도시의 연결을 묻다
엄길청의 문전성시 [전체보기]
말과 현실이 너무 다른 부산
반도체와 부산
이보성의 미술 현장 산책 [전체보기]
두 미술관, 각자의 역할을 묻다
시장이 강해진 것일까, 비엔날레가 약해진 것일까
이상이 칼럼 [전체보기]
복지의 ‘필요 원칙’과 포퓰리즘
보건의료에서 지방정부 역할과 ‘정책 의료’
이정구의 맛과 건강 [전체보기]
미식과 오래 씹기
이제명의 오션 드림 [전체보기]
기다림에도 비용이 든다
광복 81년, 다음은 바다의 산업 주권
이홍의 세상현미경 [전체보기]
대규모 대미 투자, 기회인가 위협인가
국제질서의 지각변동과 한국의 성장경로
정쾌호의 부동산 탐구생활 [전체보기]
부산 아파트 10년, 이중 양극화와 위상 추락
미분양의 경고, 지방 맞춤 ‘출구전략’ 서둘러야
주재민의 명당을 찾아서 [전체보기]
사람은 갔어도 명당은 남아 있다
조선 8대 명당 중 하나인 정문도 묘
최태호의 와인 한 잔 [전체보기]
와인은 어떻게 마음에 남는가
추석의 식탁, 가족을 잇는 와인
특별기고 [전체보기]
‘해양수도 부산’ 토대부터 바로 놓아야
하순봉의 음악이야기 [전체보기]
박자와 기보
국민악파
황정수의 그림산책 [전체보기]
이대원의 ‘온정리 풍경’
유영국의 1957년 작 ‘사람’
CEO 칼럼 [전체보기]
십시일반(十匙一飯), 나눔이 만드는 연말의 온도
시민 주거안정에서 지역경제 활성화까지
  • 국제신문 골프대회
  • 맘편한 부산
  • 부산국제마라톤
  • BNK생명나눔챌린지
  • 유콘서트
걷고 싶은 부산 그린워킹 홈페이지
국제신문 대관안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