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범숙(1914~1991). 평안남도 평원군 출생. 1932년 수녀회 입회. 1935년 경성 제국대학 간호과 수료. 1952년 광주의과대학교 졸업. 1955년 전쟁 고아 200여 명을 돌보기 위해 사회복지법인 부산 성가보육원 설립. 1984년 사재 80억 원 출연해 로사사회봉사회(부산 남구 망미동) 창설. 1990년 평생 모은 200억 원을 천주교 마산교구에 기증. 1992년 고인의 이름을 딴 사회복지법인 범숙 설립과 2001년 범숙학교(경남 창원 성산구) 개교.
전국 유일의 복지형 위탁 대안학교인 범숙학교 탄생 배경이다. 올해 25주년을 맞은 범숙학교는 24시간 돌봄을 제공한다. 가정 해체나 폭력의 굴레에서 고통받다 ‘문제아’로 낙인찍힌 여성 청소년(범수기)들에게 안식을 제공하기 위해서다. 원래 다니던 중고교의 학적을 유지하면서 출석과 성적을 인정받는 것도 특징. 어려운 청소년 시기를 ‘범숙’에서 보냈다는 ‘낙인 효과’에서 자유롭도록 배려한 것이다.
범숙학교가 세상에 알려진 계기는 뮤지컬 공연. 범수기들은 대본을 외우고 춤을 추면서 감정을 표현하고 동료와 협력하는 법을 배운다. 2015년엔 창원대에서 1500여 명이 지켜보는 가운데 ‘캣츠’를 공연했다. 자신을 버림받은 고양이로 표현한 아이들의 몸짓에 객석은 눈물바다가 됐다.
‘아름다운 도전’도 범숙학교만의 프로그램. 아이들은 지리산 길을 걷거나 낙동강을 자전거로 종주하며 자신을 옥죄던 사슬에서 벗어난다. 누군가의 어깨를 토닥여주고 퉁퉁 부은 발을 어루만지며 동료애를 배운다. 행글라이더를 탈 땐 허공을 향해 외친다. “건강한 나로 다시 태어나서 엄마와 가족을 얻을 거에요!” “유치원 교사가 되게 해주세요!” 비명 같이 내뱉는 그들의 외침엔 삶의 무게와 희망이 동시에 담겼다. 그렇게 큰 아이들은 간호사·공무원이나 뮤지컬 배우로 당당하게 사회에 진출한다. “기적”(이승석 범숙학교 교장)이라는 표현이 결코 과장은 아니다.
원래 서구식 대안학교는 공교육에 대한 불신에서 비롯됐다. 영국의 ‘서머힐’과 독일의 ‘자유 대안학교’가 대표적이다. 우리나라에서는 1997년 개교한 간디청소년학교가 유명하다. 초창기 대안학교는 제도권과 충돌했다. 교육부는 교육법 위반혐의로 대안학교 설립자를 고발도 했다. 사회의 그늘로 떠밀린 아이들을 돕지는 못할망정 색안경을 끼고 본 것이다. 이제 대안학교는 붕어빵 교육의 대안으로 자리잡았다. 다양성과 포용성에 복지까지 결합한 범숙학교가 위기의 아이들에게 작은 우산으로 남아주길 바란다.
이노성 미래전략실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