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현종 시인의 시 ‘섬’은 많은 이에게 울림을 준다. “사람들 사이에 섬이 있다. 그 섬에 가고 싶다”는 이 짧은 2행시에서 ‘섬’의 의미에 대해 여러 해석이 가능하다.
섬은 자본주의적 삶에 지친 현대인에게 휴식일 수도 있고 어두운 공간에서 살아가는 어떤 사람에게는 햇빛이 들어오는 희망일 수도 있다. 섬은 인간 사이의 유대 관계도 되고 빈틈도 되고 빽빽하게 들어찬 삶의 여유도 될 수 있다.
기자는 ‘틈’으로 해석하고 싶다. 어떤 사안을 취재해 기사를 쓰는 게 기자 일이다. 한번은 완벽한 취재라 생각하고 기사를 꼼꼼하게 적었는데 반응이 없었다. 그런데 급한 마음에 2% 부족한 취재 때문에 아쉬움이 남았던 기사는 독자의 반응은 되레 많았던 기억이 난다. 기사도 사람도 완벽하기보다는 다른 사람이 다가올 수 있는 빈틈 또는 틈을 더 선호하는 법이다. 국어사전에도 ‘틈’이라는 의미는 ‘벌어져 사이가 난 자리’ 외에도 ‘모여 있는 사람의 속’이라는 뜻도 있다. 모여 있는 사람들 속에서 사람들은 소통한다.
이동통신사 LG유플러스가 지난 16일 서울에서도 가장 번화한 지하철 강남역 인근의 공간 ‘U+일상비일상의틈(지하 1층, 지상 6층)’ 콘셉트를 완전히 바꿔 재개장했다. 지난 5년간 이 공간은 이 회사 서비스나 제품과 다른 회사의 상품을 연결해 소개하고 판매하기 위한 팝업스토어 또는 체험 공간으로 활용해 왔는데 이번에 과감하게 ‘참여형 미디어 아트’ 공간으로 탈바꿈했다. 문화예술과 AI를 결합한 ‘Art 예술 창고’를 콘셉트로 하고 건물 4개 층을 미디어 아트 작가들에게 과감하게 할애했다. 첫 순서로 정통 애니메이션 기법을 토대로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활동 중인 에릭 오의 ‘OPERA’를 메인으로 해서 총 4명의 작가 작품이 전시됐다.
LG유플러스는 앞으로 이 공간을 신진 작가를 발굴하는 문화 예술 플랫폼으로 만든다는 계획이다. ‘젊음의 거리’이면서 소비와 환락의 상징인 강남역 인근에 일상에 지쳐 있는 소비자에게 문화예술을 통해 숨 쉴 수 있는 공간을 마련하겠다는 의미다. LG유플러스의 이 시도가 성공해 회사 내부에서도 더 큰 지지를 받았으면 한다. 이를 시작으로 타지역에도 ‘틈’이 마련됐으면 한다. 직영 매장을 카페로 꾸며도 되고 문화와 예술, 첨단 기술을 결합한 방식도 있다. 이번 시도를 시작으로 체험공간의 확장이라는 기업 중심의 시각에서 탈피해 사람들이 열망하는 섬으로 들어가도록 틈을 마련했으면 한다. “사람들 사이에 틈이 있다. 그 틈에 가고 싶다.”
정옥재 서울정경부 차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