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발생한 네팔과 티베트의 대홍수, 일본의 기록적인 폭우와 강진은 재난이 더 이상 먼 나라의 이야기가 아님을 보여준다. 지난달 전남 해남에서도 불과 2주 동안 83차례의 연속 지진이 관측됐다. 거제와 통영에서는 기록적인 폭우가 쏟아져 큰 피해를 낳았다. 그럼 해안과 급경사 산지, 노후 원도심이 공존하는 부산은 복합재난에 얼마나 준비돼 있을까.
복합재난의 관점에서 부산의 위험을 다시 살펴볼 필요가 있다. 해안과 급경사 산지가 맞닿아 있고 원도심에는 노후주택과 옹벽, 좁은 산복도로가 많다. 여기에 지진이나 집중호우 발생으로 건축물 붕괴, 도로 단절, 화재, 정전과 통신 장애가 겹치면 개별 재난은 순식간에 대형 도시재난으로 확대된다. 문제는 여러 위험이 동시에 겹칠 때 도시 기능이 얼마나 빠르게 혼돈에 빠질지 모른다는 것이다.
1995년 한신·아와지 대지진은 이런 점에서 중요한 교훈을 남겼다. 당시 피해를 키운 것은 지진의 파괴력뿐만 아니라 도로 철도 통신 등 도시기능의 동시 마비와 초기 대응의 한계였다. 대규모 복합재난은 어느 한 기관의 힘만으로 감당하기 어렵다. 결국 평상시 기관끼리 정보 공유와 역할 분담을 어떻게 마련하고 있는지가 재난 초기 대응 속도를 좌우한다.
경찰과 소방 지자체 의료기관을 아우르는 공동 대응체계를 구체화해야 할 때다. 이를 위해 몇 가지를 제안한다. 첫째는 각 기관이 같은 위험을 보고 판단할 수 있는 ‘통합 재난상황지도’ 구축의 필요성이다. 기존 침수 급경사지 대피시설 정보에 경찰의 교통·현장 통제 정보와 소방의 구조·진입정보를 연계하면 어느 지역을 먼저 대피시키고 어느 도로를 통제할지 더 신속하게 판단할 수 있다. 둘째, 재난 초기 골든타임을 지키는 ‘긴급 구조·이송로’, 이른바 ‘생명통로’ 확보를 서둘러야 한다. 재난취약지역과 병원을 잇는 긴급차량 우선동선을 사전 점검하고 경찰의 교통통제, 소방의 구조진입, 지자체의 장애물 제거와 우회로 확보가 동시에 이뤄져야 한다. 셋째, 통신 두절과 도로 단절을 가정한 여러 기관의 훈련을 정례화해야 한다. 도상훈련과 현장훈련을 연계해 ‘누가 판단하고, 누가 통제하며, 통신이 끊기면 어떻게 다시 연결할 것인가’를 반복해 검증해야 한다. 매뉴얼을 아는 것보다 실제 위기에서 서로가 어떻게 움직일지를 아는 것이 더 중요하다.
‘부산형 복합재난 공조체계’는 새로운 조직을 하나 더 만들자는 것이 아니다. 평상시 위험정보를 공유하고 함께 훈련하며 재난이 발생하면 하나의 상황인식을 바탕으로 동시에 움직이는 체계를 만드는 것이다. 특히 경찰은 현장 통제와 교통관리, 대피 지원을 통해 기관 간 대응이 끊기지 않도록 연결해야 한다. 여기에 지역사회의 역할도 빠질 수 없다. 한신·아와지 대지진에서 가족과 이웃의 자발적인 도움과 공조가 수많은 생명을 살렸듯 부산의 재난대응도 경찰 소방 지자체를 넘어 주민 네트워크까지 연결될 때 비로소 완성된다.
재난은 행정기관의 경계를 묻지 않는다. 재난이 발생한 뒤 협력을 시작해서는 늦다. 평상시 얼마나 유기적으로 연결돼 있는지가 위기의 순간 시민의 생존 가능성을 좌우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