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5일 열린 김승원 법무부 장관 후보자 인사청문회는 ‘신약 청탁’ 의혹이라는 본질보다는 ‘신 스틸러(Scene Stealer)’의 활약이 눈길을 사로잡았다. 신 스틸러는 영화나 드라마에서 뛰어난 연기력과 개성으로 주인공보다 주목받는 조연이다. 김 후보자의 납득이 어려운 변명과 더불어민주당의 결사 방어로 볼 것 없던 청문회는 졸작으로 막을 내렸다. 그러나 신 스틸러의 활약 덕분에 천만 관객 흥행영화가 부럽지 않은 관람 후기가 쏟아진다.
첫 번째 신 스틸러는 민주당 김동아 의원의 “악마” 발언이다. 국민의힘 주진우 의원이 김 후보자의 부인과 관련된 발달장애인 사회적협동조합의 부조리를 제기하자 김 의원은 주 의원을 향해 “악마”라고 소리쳤다. 후보자의 의혹을 검증하는 야당 의원을 향해 ‘악마’라고 한 것은 청문회 본질을 흐리고 진흙탕 싸움으로 끌고 가기 위한, ‘짜여진 각본’에 따른 정치 공세라는 것이다. 예상했던 진부한 클리셰라는 평가도 있다. 분위기 험악해진 상황에서 민주당 박균택 의원이 가세했다. 국민의힘 김태규 의원의 태도와 손가락질을 문제 삼으며 “흉측한 얼굴, (얼굴이) 흉기”라고 말해 고성이 오가는 분위기를 더 뜨겁게 달궜다.
김 후보자의 이야기에 공감하며 민주당 소속 서영교 법제사법위원장이 흘린 눈물 역시 화제다. 국민의힘 주 의원의 가족 협동조합 공세에 김 후보자가 가족의 진정성을 설명하며 눈물을 흘리자 서 위원장도 감정이 북받친 듯 눈물을 훔치는 장면이 나왔다. 관객의 평가는 두 갈래다. 평소 독단적으로 법사위를 운영하던 서 위원장의 숨겨진 인간적인 면모라는 평가가 있는 반면 정치적으로 김 후보자를 감싸기 위해 펼친 ‘메소드 연기’ ‘악어의 눈물’이라는 비판이 나온다.
민주당 박 의원으로부터 ‘흉측한 얼굴’이라는 인신공격을 받은 국민의힘 김 의원은 다시 등장한다. 오후 질의에서 김 후보자의 눈물에 대해 “오전에 이어 또 눈물바다인데 갱년기이시냐”고 비꼬았다. 적절하지 못한 발언이라는 지적이 나왔다.
누구도 예상 못한 인물이 등장하는 신은 파격적이다. 김 후보자의 20대 여성 보좌진이 국민의힘 주 의원 바로 뒤에서 청문회 자료를 몰래 촬영하다 발각됐다. 한동훈 의원의 국회 로텐더홀 회견 때 국무총리실 간부가 등장해 논란을 빚은 직후라 또다시 사찰 논란이 불거졌다. 김 후보자는 주 의원에게 사과했지만 ‘윗선의 지시’ 여부를 두고 논란은 이어질 전망이다.
윤정길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