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부산메디클럽

[CEO 칼럼] 청년·노인 예산은 경쟁 관계가 아니다

잘 설계된 복지제도는 사람에 대한 투자이자 지역경제 선순환 엔진

세대통합 모델 세워야

김종천 영파의료재단 이사장·부산가톨릭대학교 특임교수

  • 김종천 영파의료재단 이사장·부산가톨릭대학교 특임교수
  •  |   입력 : 2026-09-15 18:40:02
  •  |   본지 19면
  • 글자 크기 
  • 글씨 크게
  • 글씨 작게
오늘날 부산이 직면한 가장 크고 무거운 과제는 단연 ‘인구 구조의 격변’이다. 부산은 대한민국 8대 특별·광역시 중 가장 먼저 초고령사회에 진입했다. 거리마다 어르신의 발걸음은 늘어나는 반면, 대학가와 주요 산업 현장의 청년 활력은 점차 옅어지고 있다. 더욱 심각한 것은 인구 유출의 구조적 문제다. 매년 수천 명의 청년들이 더 나은 일자리와 교육, 삶의 기회를 찾아 수도권 등 다른 지역으로 떠나고 있다. 청년의 이탈은 도시의 생산성과 소비력을 떨어뜨리고, 이는 다시 지역 기업의 경쟁력 약화와 지자체 재정 악화로 이어지는 악순환의 고리를 만든다.

한편에서는 이른바 ‘세대 갈등’의 경고음도 커진다. 한정된 지자체 예산을 두고 “청년 일자리와 주거에 우선 투입해야 한다”는 목소리와 “급증하는 어르신들의 의료·돌봄 예산 확보가 시급하다”는 요구가 대립하는 양상이다. 그러나 세대 간 자원 배분 싸움은 결국 승자 없는 제로섬 게임(Zero-Sum Game)일 뿐이다. 우리는 지금 질문의 방향을 바꿔야 한다. 청년과 노년을 대립 항목으로 놓을 것이 아니라 ‘어떻게 세대 공존을 통해 도시의 새로운 성장 동력을 만들 것인가’를 물어야 할 시점이다.

복지를 국고를 갉아먹는 ‘소모성 지출’이자 재정 건전성을 악화시키는 것으로만 볼 것인가, 아니면 복지제도를 통해 지출되는 사회적 자본이 지역 내부에서 돌고 도는 ‘승수 효과(Multiplier Effect)’로 볼 것인가에 대한 입장은 다양하다. 하지만 어르신에게 지급되는 기초연금이나 돌봄 바우처는 저축으로 잠드는 것이 아니라 100%에 가깝게 동네 병원, 약국, 전통시장, 골목상권으로 바로 흘러 들어간다. 이는 지역 소상공인을 살리는 가장 즉각적인 경기 부양책으로 볼 수 있다.

나아가 복지 서비스는 산업화를 통해 고용을 창출한다. 보건·의료·요양·돌봄으로 이어지는 복지 인프라는 그 자체로 거대한 서비스 산업인 것이다. 고령화에 맞춰 전문화된 보건복지 체계를 구축하는 과정은 보건복지 관련 전문자격증 인력뿐만 아니라 헬스케어산업의 다양한 개발자 등 청년층을 위한 전문 일자리를 대거 만들어낼 수 있다. 즉, 잘 설계된 복지 제도는 청년에게 일자리를 제공하고, 어르신에게 존엄한 삶을 보장하며, 지역 상권에는 온기를 불어넣는 ‘지역 경제 선순환의 핵심 축’이 된다.

부산이 ‘청년이 떠나지 않고 어르신이 안심하는 도시’가 되려면, 청년과 노인을 하나로 묶는 ‘세대 통합형 고용창출 복지 모델’을 과감히 도입해야 한다.

첫째, 의료·요양·돌봄 산업을 통한 청년 창업과 일자리 확대다. 노년층의 돌봄 수요 증가를 청년의 새로운 산업적 기회로 반전시켜야 한다. 단순 수발 중심의 돌봄을 넘어 AI 헬스 케어, 스마트 홈 케어, 맞춤형 영양·운동 프로그램 등 ‘에이징 테크(Aging-Tech)’ 생태계를 부산에 집중 조성해야 한다. 부산시가 기술 R&D를 지원하고 ‘공공조달’을 통해 이를 복지 현장에 실효성 있게 도입한다면 청년에게는 고부가가치 창업 일자리가, 어르신에게는 첨단 복지 혜택이 돌아가게 된다.

둘째, 세대 융합형 주거 및 커뮤니티 구축이다. 청년의 주거 난과 어르신의 외로움 문제를 동시에 해결하는 ‘세대 공존형 주택’ 모델을 확대할 필요가 있다. 어르신의 여유 주거 공간을 청년에게 저렴하게 임대하고 청년은 어르신의 말벗이나 일상을 돕는 방식, 혹은 청년 임대주택과 노인 복지 인프라를 결합하는 형태다. 세대 간 거리가 가까워질수록 사회적 신뢰가 쌓이고 갈등 비용은 줄어든다.

셋째, 노년의 경험과 청년의 패기를 잇는 선순환 생태계 조성이다. 부산에는 평생 현장에서 노하우를 쌓은 우수한 은퇴 인력이 풍부하다. 이들의 지식과 자본이 청년 스타트업과 지역 기업으로 흐르도록 멘토링 및 지역 공동 투자 펀드를 복지·경제 결합 사업으로 육성해야 한다. 어르신에게는 사회적 역할과 자부심을, 청년에게는 시행착오를 줄여주는 경험의 자산을 제공하게 된다.

도시의 경쟁력은 건물의 높이나 도로의 길이에서 나오지 않는다. 그 도시에 사는 사람들의 삶이 얼마나 안전하고 존엄하며, 미래에 대한 희망으로 가득 차 있는가에 달려 있다. 지방소멸의 위기 앞에서 우리는 복지를 더 이상 ‘아껴야 할 비용’이 아닌 ‘사람에 대한 투자’이자 ‘지역 경제의 선순환 엔진’으로 바라보아야 한다. 노년이 안심하고 늙어갈 수 있는 촘촘한 사회적 안전망이 갖춰질 때, 청년들은 부양의 부담을 덜고 자신의 꿈을 향해 도전할 수 있다. 청년들이 지역에 정착해 활발히 경제활동을 할 때 비로소 어르신들을 위한 복지 재정도 지속 가능해진다. 청년의 기획력과 노년의 지혜가 복지라는 든든한 징검다리를 통해 만날 때, 부산은 고령화를 가장 먼저 맞이한 도시에서 ‘세대 공존을 가장 먼저 완성한 도시’로 재탄생할 것이다. 이것이 우리가 함께 만들어가야 할 부산의 진짜 미래다.
ⓒ국제신문(www.kookje.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국제신문 뉴스레터
국제신문 네이버 뉴스스탠드 구독하기
국제신문 네이버 구독하기
뭐라노 뉴스

 많이 본 뉴스RSS

  1. 1전재수 “2028년 G20 정상회의 유치 도전”(종합)
  2. 2조경태, 9일 봉하마을서 盧 참배…與 사하을 기초의원들 “복당 반대”
  3. 3정지영·이명세 등 “암살자(들) 정쟁 도구화 말라”
  4. 4부산 기관장 후보 김태호·김명수, 시의회 인사청문서 부적격 판정(종합)
  5. 5양산선 개통 코앞인데…인력 충원 없다
  6. 6니가 치면 나도 친다…프로야구 막판에 안타왕 쟁탈전
  7. 7동백전 캐시백 상향해 상권 온기…부산형 청년사다리 박차
  8. 8골목길 외국어로만 채운 간판 15개…위법입니다
  9. 9산은 회장 “통합 LCC 본사 부산행 결정 땐 적극 지원”
  10. 10김희정 의원 ‘대주주 회생동의 촉구’ 국제신문 농성장 찾아 응원
  1. 1조경태, 9일 봉하마을서 盧 참배…與 사하을 기초의원들 “복당 반대”
  2. 2부산 기관장 후보 김태호·김명수, 시의회 인사청문서 부적격 판정(종합)
  3. 3김희정 의원 ‘대주주 회생동의 촉구’ 국제신문 농성장 찾아 응원
  4. 4“여야 협치로 市 조직개편·추경 성과…다음은 민생·PK 초광역”
  5. 5박형준, 퇴임 후 첫 공개 행보… 총선엔 “아직 생각 없다”
  6. 6부산시의회, 교통공사·시설공단 대표 후보 ‘부적격’ 의견
  7. 7[속보] 진영승 합참의장 “MDL 지뢰 폭발 사건은 ‘도발’…北 정권 행위 강력 규탄”
  8. 8암살자(들)·北 지뢰 여야 충돌…JYP ‘K-팝 축제 특혜’ 반박(종합)
  9. 9외모·학력차별…민간도 공공도 불공정 채용
  10. 10‘빈총경계’ 前 1군단장, 국감장서 “대비태세 문제 없었다” 주장
  1. 1산은 회장 “통합 LCC 본사 부산행 결정 땐 적극 지원”
  2. 2전재수 “가덕 공사비 증액 법 개정 조속 통과…소급적용도 추진”
  3. 3부산 복덩이 ‘부캉이’ 대선소주 모델됐다(종합)
  4. 4부산 찾은 외국인 올 1~8월 343만 명 돌파…프랑스 관광객 작년보다 111%↑
  5. 5[뉴스 분석] 수도권, 가덕신공항 또 트집…국책사업 발목 자성 촉구 목소리(종합)
  6. 6태웅, 1년 갈등 ‘봉합’…노사정 상생협약 체결
  7. 7부산항 오는 배 위치 실시간 확인
  8. 8지자체 ‘비상금’ 3년새 반토막…국고사업 매칭비는 23% 늘어(종합)
  9. 9[증시와이드] 실적 유지·턴어라운드 종목 선별 접근을
  10. 10“AI 해킹범은 中 광둥성 26세” 글로벌보안기업 보고서 추정(종합)
  1. 1전재수 “2028년 G20 정상회의 유치 도전”(종합)
  2. 2양산선 개통 코앞인데…인력 충원 없다
  3. 3동백전 캐시백 상향해 상권 온기…부산형 청년사다리 박차
  4. 4골목길 외국어로만 채운 간판 15개…위법입니다
  5. 5김척수 구청장 후보자 수사 7개월째 표류
  6. 6특혜 논란에도…엘시티 투자이민제 13년 실적 고작 2건
  7. 7“크루즈 관광객 동선, 부산항서 이바구길까지 넓힐 것”
  8. 8박완수, 우주항공·SMR 기반 메가 특구 공들여
  9. 9부산 동백중 교사와 학생 “우리는 와플처럼 달콤한 사이”
  10. 10[한 손 뉴스] 市 굿즈 플랫폼 ‘부산꾸’…디지털 스티커 받으세요
  1. 1니가 치면 나도 친다…프로야구 막판에 안타왕 쟁탈전
  2. 2AG 4개의 金 호령한 바다의 왕자…“다음은 올림픽 포디움”
  3. 3막 오른 ‘HJ중공업·동부건설 챔피언십’…최예본·한아름 공동 선두
  4. 4“핸드볼 8년 만의 아시안게임 金…맏언니로서 기뻐”
  5. 5하현승, 계약금 16억에 키움 입단
  6. 6SON A매치 최다골 대기록에도…뒤숭숭한 韓축구
  7. 7김도영 굳히기냐, 힐리어드·오스틴 뒤집기냐
  8. 8롯데, KIA에 4-12 패…8회 7실점 ‘와르르’
  9. 9롯데, 6위 탈환 사활…3위 싸움 변수로
  10. 10조코비치, 올 첫 우승 눈앞
우리은행
10대 부산시의회 상임위 들여다보기
“학교 통폐합 지역 맞춤형으로 접근”
10대 부산시의회 상임위 들여다보기
해운기업 유치, 해사법원 신설 “해양수도 부산 경쟁력 키울 것”
강동진의 도시이야기 [전체보기]
바흐를 찾아간 나, 한국을 꿈꾸는 그녀
세계유산위원회, 부산의 시간을 세계와 나누다
경제프리즘 [전체보기]
소비 아닌 문화 생산 주체 오페라하우스
한국 갯벌의 2단계 확대 등재 의미
과학에세이 [전체보기]
원자력 청출어람, 스승을 가르치다
‘인공지능 정렬’ 골든타임 놓치지 말라
국제칼럼 [전체보기]
누구도 법 앞에 국민보다 ‘더 평등’할 수 없다
배지의 실력행사
기고 [전체보기]
거장은 떠나도, 오케스트라는 남아야 한다
전문대학을 소개합니다
기자수첩 [전체보기]
금고 이사장 전횡, 지금도 진행중
엘리트 자평해온 市 공무원…생중계 회의서 능력 입증을
김준희의 클래식 인사이트 [전체보기]
여름의 끝자락, 브람스
여름날의 애상, 왈츠
김지윤의 우리음악 이야기 [전체보기]
다대포에서 만난 퇴계 이황
세종시대 음악이 전해진 이유
뉴스와 현장 [전체보기]
솔직할 수 있는 용기, 당신에게도 닿기를
히말라야의 경고
도청도설 [전체보기]
배우 한선화
유튜브 쇼츠 정치
독자 투고 [전체보기]
새로운 시작 ‘황혼 이혼’
무료 화장실 깨끗하게 쓰자
메디칼럼 [전체보기]
B형 간염 ‘바이러스 수치’에 ‘급여’ 맞춰야
‘공동선(Common Good)’으로서 간병 복지
목지수의 도시브랜드 산책 [전체보기]
랜드마크 시스템의 시대
북항 돔구장에서 야구 보며 사우나를
박지욱의 뇌력이 매력 [전체보기]
건망증, 이렇게 잡자
운동으로 해마를 키우자
박진희의 컬처 픽 [전체보기]
‘부캉이’ 스펙터클에서 공존으로
부산 문화정책, 지금 필요한 선택
사설 [전체보기]
삼전 영업익 107조 시대…미래기금 지방우대 필요하다
‘부캉이 열풍’이 던진 부산관광 활성화의 과제
세상읽기 [전체보기]
빚을 물려받는 사회
부자(富者)가 되고 싶다면
안재철의 연결하는 공간 [전체보기]
지구와 도시의 연결을 묻다
해양수도 부산, ‘제3의 경계 공간’
엄길청의 문전성시 [전체보기]
말과 현실이 너무 다른 부산
반도체와 부산
이보성의 미술 현장 산책 [전체보기]
시장이 강해진 것일까, 비엔날레가 약해진 것일까
아트부산, 숫자 이후의 질문
이상이 칼럼 [전체보기]
보건의료에서 지방정부 역할과 ‘정책 의료’
행위별수가제와 인두제, 오해와 진실
이정구의 맛과 건강 [전체보기]
미식과 오래 씹기
이제명의 오션 드림 [전체보기]
광복 81년, 다음은 바다의 산업 주권
HMM 부산 이전, 해양수도의 시험대
이홍의 세상현미경 [전체보기]
국제질서의 지각변동과 한국의 성장경로
한국이 가진 자산
정쾌호의 부동산 탐구생활 [전체보기]
부산 아파트 10년, 이중 양극화와 위상 추락
미분양의 경고, 지방 맞춤 ‘출구전략’ 서둘러야
주재민의 명당을 찾아서 [전체보기]
조선 8대 명당 중 하나인 정문도 묘
금가락지가 땅에 떨어진 형국, 곡전재
최태호의 와인 한 잔 [전체보기]
추석의 식탁, 가족을 잇는 와인
오스트리아 와인,빈의 시간을 마시다
특별기고 [전체보기]
‘해양수도 부산’ 토대부터 바로 놓아야
당론 따를지 역사 따를지 양심의 선택을
하순봉의 음악이야기 [전체보기]
박자와 기보
국민악파
황정수의 그림산책 [전체보기]
이대원의 ‘온정리 풍경’
유영국의 1957년 작 ‘사람’
CEO 칼럼 [전체보기]
물 들어올 때 노 저어라
무(武)
  • 국제신문 골프대회
  • 맘편한 부산
  • 부산국제마라톤
  • BNK생명나눔챌린지
  • 유콘서트
걷고 싶은 부산 그린워킹 홈페이지
국제신문 대관안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