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세 이하(U-18) 한국 야구대표팀이 지난 13일 대만 타이베이돔에서 열린 제14회 아시아청소년선수권대회 결승에서 일본을 2-0으로 꺾고 우승했다. 이번 대회에서 두 번의 한일전 싹쓸이를 포함, 6전 전승을 거두며 8년 만에 정상을 탈환했다.
우승 주역은 단연 에이스 부산고 하현승이다. 그는 대회 내내 눈부신 역투를 선보이며 최고 스타로 떠올랐다. 일본과의 결승전이 하이라이트였다. 예상을 깨고 선발 등판한 하현승은 7이닝 1피안타 8탈삼진 완봉승을 거두며 대회 최우수선수(MVP)를 거머쥐었다. 이번 대회 총 3경기(선발 2, 구원 1)에서 3승 무패, 15⅔이닝 무실점, 25탈삼진이라는 무시무시한 기록을 세운 그를 두고 세계 최강 일본야구계도 적잖이 당황하는 기색이다. 일본 언론은 ‘부산고 오타니’ ‘앞으로 10년 이상 일본을 괴롭힐 투수’로 칭하며 예의주시한다.
하현승은 신장 195㎝, 체중 94㎏의 압도적 피지컬을 바탕으로 시속 150㎞를 넘나드는 강속구를 뿌리는 좌완 투수로 주목받지만 타격에 더 재능을 보인다는 평가를 받는다. 미국프로야구 메이저리그(MLB) 뉴욕 양키스가 지난 6월 300만 달러 입단 제의를 보냈을 때도 타자로서의 가치를 더 높이 매긴 것으로 전해진다. MLB LA 다저스 소속 오타니 쇼헤이처럼 투타 모두 능하다 보니, 국내 아구팬들은 ‘우리도 드디어 한국판 오타니를 보유하게 되는 거냐’며 기대를 품는다. 지난 14일 귀국 인터뷰에서 그는 “투수만 해도 좋겠다”며 투수 전념 가능성을 열어두긴 했다.
하현승이 ‘부산의 아들’이라는 점에서 지역 야구팬도 기쁨을 감추지 못한다. 그러나 이내 씁쓸함이 밀려온다. 그가 빅리그 러브콜을 뿌리치고 오는 21일 열리는 ‘KBO리그 2027 신인 드래프트’ 참가를 결정했기 때문이다. 드래프트 전체 1순위가 확정적인데, 해당 지명권을 가진 구단은 키움 히어로즈다. 부산 갈매기들의 아쉬움에 찬 분노는 ‘지역 드래프트제 폐지’로 향했다. KBO는 지역 연고 우선지명제(1차 지명)를 2023 드래프트부터 완전 폐지했다. 우수 자원이 수도권으로 쏠리면서 리그 전력에 불균형이 발생하자 이를 개선한다는 명분이었다. 부산 등 대도시권을 중심으로 ‘지역 유소년 스포츠를 육성할 동기와 우수 선수 선점 기회가 사라진다’는 반발이 나왔으나 전면 드래프트제로의 전환은 막지 못했다. ‘우려가 현실이 됐다’는 한풀이가 지금 그래서 나온다. 한편에선 ‘롯데 자이언츠로 온다고 해도 제대로 키우지 못할 것’이라는 자조적 위안도 나온다.
이선정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