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정부 부처 중 하나인 국토교통부의 업무는 다양하다. 어느 정책이든 소홀하게 할 수 없을 터지만 요즘에는 주택 공급에 엄청난 행정력을 집중하고 있다. 현 정부가 출범 직후부터 국민에게 좋은 품질의 주택을 신속하게 제공하고자 잇따라 수립한 각종 대책을 차질 없이 이행하기 위해서다. 지난달 말에는 ‘도심 내 주택 공급을 위한 노후 공공청사 등 복합개발 특별법’, ‘빈 건축물 정비 및 지원에 관한 특별법’ 제정안 등 2025년에 나온 ‘9·7대책’을 뒷받침하기 위한 법률 6건이 국회를 통과함으로써 정책 수행에 탄력이 붙게 됐다.
정부가 가장 최근에 내놓은 주택 공급 방안은 ‘8·13 대책’이다. 5대 핵심 추진 과제는 ▷공공택지 공급 확대 ▷도심 공급 확대 ▷민간 공급 금융·세제 지원 및 규제 완화 ▷전월세 부담 완화 등 주거 사다리 강화 ▷정책 추진 체계 강화 등으로 설정했다. 세부 과제는 승인 이후 평균 68개월이 걸리던 착공 시기를 37개월로 줄이는 ‘최단기 착공 모형’ 구축, 각종 세제·금융 혜택 제공을 통한 조기 착공 독려, 재개발조합 설립 동의율 75%에서 70%로 하향 등이다.
하지만 9·7 대책이나 8·13 대책의 세부 내용을 꼼꼼하게 들여다보면 지방을 위한 묘안은 찾기 힘들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사실상 대부분이 수도권을 겨냥하고 있다. 9·7 대책의 핵심은 2030년까지 수도권에 137만 가구 착공이다. 8·13 대책의 초점은 서울과 경기에 신규 택지 조성으로 2만7200가구 공급, 연내에 7만3000가구가 들어설 추가 후보지 선정 등에 맞춰져 있다. 용산공원 개발을 둘러싼 국토부와 서울시 간 불협화음도 이런 과정에서 발생했다.
물론 지난 몇 년 동안 이어진 착공 물량 부족으로 앞으로 수도권에 공급될 주택이 크게 줄어들 것이라는 국토부의 우려는 충분히 이해할 수 있다. 당연히 문제 해결을 위한 대책이 만들어져야 한다. 그러나 대한민국에는 수도권만 존재하지 않는다. 주택 공급 부족은 지방도 예외는 아니어서다. 이 때문에 관련 정책이 나올 때마다 비수도권을 홀대하는 것이 아니냐는 목소리가 커진다. 이에 정부는 부산을 비롯한 지방에는 미분양 주택이 많아 수도권에 비해 신규 물량 공급이 시급하지 않다는 점을 내세워 비판을 피하려 한다.
하지만 지역사회에서는 정부가 비수도권의 미분양 주택 증가를 해소할 방안도 찾아 달라고 강력하게 요구한다. 통계를 보면 올해 7월을 기준으로 할 때 전국의 미분양 주택 6만8217가구 중 71.5%인 4만8758가구가 지방에 몰려 있다. 특히 비수도권의 준공 후 미분양 주택은 2만4708가구로 전체(2만9152가구)의 84.8%를 차지했다. 부산의 미분양 주택(8379가구) 및 준공 후 미분양 주택(3253가구)은 전국에서 세 번째, 두 번째로 많았다.
전문가들은 지방에서 미분양 주택이 늘어나는 원인을 정부가 정확하게 파악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인다. 특히 주택이 제때 팔리지 않는 것은 교통 및 편의시설 부족, 열악한 학군 등의 이유에서 비롯되는 까닭에 미분양 물량이 많다고 해서 신규 주택 공급 필요성이 없다는 논리는 성립하지 않는다고 강조한다. 만약 비수도권에서도 이른바 지하철역과 가까운 ‘역세권’, 초등학교를 품 안에 둔다는 ‘초품아’, 슬리퍼를 신고도 각종 편의시설을 이용할 수 있는 ‘슬세권’ 등에 주택이 들어선다면 미분양이 생길 수가 없다는 것이다.
상황이 이런 데도 정부는 여전히 나 몰라라 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정치권에서 문제 해결을 촉구하고 나선 것은 그나마 다행이라 여겨진다. 더불어민주당 장종태 의원은 지난 8일 국회에서 ‘빈집이 삼킨 지방 경제-악성 미분양 3만 가구, 수도권과 벌어지는 격차’라는 주제로 토론회를 열었다. 또 국민의힘 이성권 의원도 지난 9일 국회에서 ‘미분양 늪에 빠진 지방 부동산, 해법은 무엇인가’라는 명제를 내걸고 각계의 의견을 들었다. 이 자리에서 전문가들은 ▷다주택자와 대출 규제 등에서 수도권-지방 거주자 간 차등화 ▷지역 주택 시장 활성화를 위한 법률 마련 ▷지역 맞춤형 부동산 정책 수립 등을 해법으로 제시했다.
정부가 주택 공급 정책 수립 때 모든 지역에 적용되는 큰 기준을 먼저 마련하는 것은 당연하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지방 현실을 명확하게 파악·분석해 차별화된 전략을 적용하는 것도 검토해야 한다. 팔리지 않는 주택이 많다는 단순한 사실만을 거론하며 비수도권을 외면해서는 안 되는 까닭이다. 미분양 물량 증가로 인한 지역 건설·부동산시장의 몰락은 필연적으로 비수도권의 경쟁력 추락을 불러온다. 이렇게 되면 정부가 내세우는 ‘5극 3특 국가 균형 성장’ 달성이나 ‘수도권 일극주의 극복’에도 먹구름이 낄 수밖에 없다. 주저할 시간이 없다. 지금은 정부의 결단이 필요한 시기다.
염창현 대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