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부산메디클럽

[세상읽기] AI, 기회와 장벽 어디쯤인가

현광희 부산광역시장애아동 발달장애인지원센터 센터장

  • 현광희 부산광역시장애아동 발달장애인지원센터 센터장
  •  |   입력 : 2026-09-13 18:51:18
  •  |   본지 22면
  • 글자 크기 
  • 글씨 크게
  • 글씨 작게
한 장애인이 AI에게 묻는다. “이 계약서에서 내가 꼭 알아야 할 내용을 알려줘” AI는 복잡한 문서를 요약하고 중요한 내용을 골라 알려준다. 병원에서 의사에게 무엇을 물어봐야 하는지, 낯선 장소에는 어떻게 찾아가야 하는지도 설명해준다. 이 장면에서 AI는 장애인이 정보에 접근하고 결정을 돕는 든든한 조력자다. 하지만 다른 장면도 있다. 글을 읽기 어려운 장애인 A 씨가 복잡하고 긴 문서를 AI에게 보여주며 요약을 요청한다. AI는 곧바로 요약문과 꼭 알아야 할 내용을 제시한다. 그러나 A 씨는 요약된 문장 속에서도 낯선 단어와 복잡한 문장의 뜻을 알기 어렵다. 음성으로 들려줘도 마찬가지다. 한편 말로 의사를 표현하기 어려운 B 씨는 AI에게 무엇을 원하는지 질문하는 것부터 막힌다. AI가 아무리 정확한 답을 내놓더라도 질문할 수 없고 답을 이해할 수 없다면, 그 기술은 누구를 위한 것일까?

디지털시대에 장애인이 마주한 장벽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례가 키오스크다. 상점마다 화면구성과 작동 방식이 달라 발달장애인은 새로운 키오스크를 만날 때마다 사용법을 다시 배워야 한다. 그래서 기기의 표준화와 접근성 개선이 요구되기도 한다. 이처럼 디지털 격차에 대한 대응은 주로 기기를 보급해 접근성을 높이고, 사용법을 교육해 활용능력을 키우는데 초점이 맞춰진다. 그러나 AI시대에는 새로운 문제가 더해진다. 생성형 AI를 제대로 이용하려면 질문을 구성하고 자신의 상황을 설명할 수 있어야 한다. AI가 내놓은 답을 이해하고, 잘못된 정보인지 판단하며, 부족한 답변에는 다시 질문할 수도 있어야 한다. 단순히 스마트폰을 가지고 있거나 AI사용법을 배웠다고 해서 해결되는 문제가 아니다. 장애 특성을 고려한 교육과 쉬운 인터페이스는 물론, 질문과 이해, 판단을 돕는 ‘AI 조력지원 서비스’가 필요한 이유다.

한 발 더 나아가 AI가 장애인을 제대로 학습하고 있는지도 물어야 한다. AI는 수많은 데이터를 학습해 상황을 판단하고 응답한다. 그러나 장애의 유형과 특성은 매우 다양하다. 행동을 감지하는 AI는 길을 걷던 발달장애인이 갑자기 제자리에 멈추면 단순히 ‘정지해 있다’고 판단할 수 있다. 그러나 그 사람은 주변의 소리나 낮선 상황에 불안을 느껴 몸이 굳어 있을 수도 있다. 안면근육을 움직이는데 어려움을 겪는 뇌병변장애인의 표정을 AI는 과연 정확하게 해석할 수 있을까. 평소와 다른 표정이라는 것만으로 엉뚱한 판단을 내리지는 않을까.

장애정보는 차별에 이용될 수 있어 충분히 수집되거나 공개되지 않는 경우가 많다. 결국 AI가 학습할 수 있는 장애 관련 데이터가 부족하거나, 장애인의 실제 삶과 경험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할 수 있다. 이러한 데이터로 학습한 AI는 객관적이고 중립적으로 판단하는 것처럼 보이면서 기존 사회의 장애인 배제와 편견을 자동화할 위험이 있다. 사람의 편견은 겉으로 드러나지만 알고리즘의 편견은 좀처럼 보이지 않는다는 사실을 기억해야 한다.

이를 바꾸는 방법 중 하나는 AI의 개발과정에 장애인이 참여하는 것이다. 개발이 끝난 제품을 시험해보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다. 어떤 문제를 AI로 해결할 것인지 정하는 기획 단계부터 설계·개발·평가·개선의 전 과정에 다양한 유형의 장애인이 공동설계자로 함께 해야 한다. 정책도 달라져야 한다. 먼저 장애유형별 특성을 고려한 AI활용교육이 마련돼야 한다. 공공기관이 AI 민원창구나 복지서비스를 도입할 때는 처음부터 장애인 접근성을 평가해야 한다. AI활용에 따른 비용장벽을 낮추기 위한 정책과 정보의 이해와 의사결정을 돕는 AI조력지원서비스도 새로운 복지서비스로 검토할 필요가 있다.

이제 우리는 “AI 시대에 뒤처지지 않으려면 사용법을 열심히 배우자”고만 말해서는 안 된다. 그 말은 AI로 인해 발생한 장벽을 개인의 책임으로 전가하고 장애인 개인의 노력으로 넘으라고 요구하는 것과 다르지 않다. 질문을 바꿔야 한다. “AI는 장애인이 사용할 수 있도록 만들어지고 있는가?” AI가 장애인의 기능적 어려움을 보완하는 기술에 머물러서는 안 된다. 장애인이 정보를 이해하고 자신의 의사를 표현하며, 삶을 스스로 결정할 수 있도록 돕는 기술이어야 한다.

AI가 장애인에게 기회가 될지 새로운 장벽이 될지, 기술 자체가 발전하는 것에만 맡길 것이 아니라 무엇을 경험하고 누구와 함께 설계할지 우리사회가 같이 판단하고 요구해야 한다.
ⓒ국제신문(www.kookje.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국제신문 뉴스레터
국제신문 네이버 뉴스스탠드 구독하기
국제신문 네이버 구독하기
뭐라노 뉴스

 많이 본 뉴스RSS

  1. 1다 쓰지도 못하는데…어르신 품위유지비 늘린 중구
  2. 2기장군수실 1층 이전 놓고 직원 반대 우세
  3. 3양산 구불구불 새미기고개 대체길 뚫리나
  4. 4부산 아파트 매매 침체일로…해운대·수영·동래만 웃었다
  5. 5“정체성 부재” 비판 많은 ‘부산이즈굿(Busan is Good)’ 손본다
  6. 6연일 노무현 때리는 한동훈, 박정희 띄우는 주진우…檢 출신들 속내는
  7. 7가을은 놓쳤지만…거인 ‘레·황(레이예스·황성빈)’ 도전은 계속된다
  8. 86일 부산국제영화제 팡파르…사상 첫 화요일 개막
  9. 9“내가 국회의원 당선시켜” 사하구체육회장 정치개입 정조준
  10. 103년 표류 창원 제2국가산단…LH 사업비 낮추나
  1. 1연일 노무현 때리는 한동훈, 박정희 띄우는 주진우…檢 출신들 속내는
  2. 2‘맹탕 청문’ 의식 부산시의회, 교통·시설公 송곳검증 벼른다
  3. 3[속보]조희대 작심 발언 “국회·대통령은 대법원장 제청에 관여 못 해”
  4. 4부울경 펀드인데 절반가량은 수도권 투자…제도취지 무색
  5. 5장동혁, 육영수 생가 방문…‘암살자(들)’로 진보 맹공
  6. 6軍 “北 지뢰 터져 장병 부상” 결론…군사분계선 이남 제거작전 돌입(종합)
  7. 7강신철 “DMZ 北지뢰제거작전은 역사상 처음…단호한 대응이라고 본다”
  8. 8부산 영도 출신 이언주 의원, 부산·울산서 '공짜 질서는 끝났다' 북콘서트 개최
  9. 9"'국가전산망 먹통' 국정자원 화재로 소실된 데이터 완전복구 안돼"
  10. 10조희대 “재제청 요구 헌법적 근거 없어" 거부 입장 재확인
  1. 1부산 아파트 매매 침체일로…해운대·수영·동래만 웃었다
  2. 2지역상품 우선구매 ‘부산이 삽니다’ 민간 확산 드라이브
  3. 3해킹 피해 신한은행 2만5727건 vs 우리·농협 0건…금융기관 ‘보안 체력’이 갈랐다
  4. 4누리호 7일 발사 앞두고 6일 기립(종합)
  5. 5증권·산업계도 AI 해킹 포비아…휴일 반납 하고 긴급 점검
  6. 6기업 보유 토지 공시지가 공시 의무화…‘땅부자’ 상장사 수면 위로
  7. 7“북항 더 핫하게” 시민과 명소화 모색
  8. 8[한 손 뉴스] 양양 송이 ㎏당 171만 원…생산량 줄어 역대 최고가
  9. 9SNS레시피가 제품으로…농심 스낵 ‘너구링’ 선봬
  10. 10어선원 직불금, 60일 승선하면 받는다
  1. 1다 쓰지도 못하는데…어르신 품위유지비 늘린 중구
  2. 2기장군수실 1층 이전 놓고 직원 반대 우세
  3. 3양산 구불구불 새미기고개 대체길 뚫리나
  4. 4“정체성 부재” 비판 많은 ‘부산이즈굿(Busan is Good)’ 손본다
  5. 5“내가 국회의원 당선시켜” 사하구체육회장 정치개입 정조준
  6. 63년 표류 창원 제2국가산단…LH 사업비 낮추나
  7. 7오늘의 날씨- 2026년 10월 6일
  8. 8김해시의원 활동비는 1만 원 깎였다
  9. 9출소 한 달 만에 또…유치장 난동 40대 징역형
  10. 10“디지털농업·특화브랜드로 청년농부 유입 이끌 것”
  1. 1가을은 놓쳤지만…거인 ‘레·황(레이예스·황성빈)’ 도전은 계속된다
  2. 2“감독님이 먹으라고” 정수진, 내막 폭로…유도회 “선수관리·운영체계 점검” 사과
  3. 3불안한 모레노호 우즈벡전 반등할까
  4. 4아시안게임 폐막…한국 金 39개, 44년 만에 최소
  5. 5공은 웃었고 활은 울었다…경기운영·숙소는 빵점 대회
  6. 6작은 체격·부상 딛고 金 “LA올림픽서 그랜드슬램 이룰 것”
  7. 7“의도한 거라면 안 좋다” 축구 금메달 시상식서 제때 오르지 못한 태극기
  8. 8AG 4연패 위업 축구 대표팀, 병역 관련 언행 논란
  9. 9스포츠클라이밍 서채현, 한국 선수단 폐회식 기수
  10. 10‘단체전 대역전극’ 펜싱 2관왕 오상욱, 한국선수단 MVP
우리은행
10대 부산시의회 상임위 들여다보기
“학교 통폐합 지역 맞춤형으로 접근”
10대 부산시의회 상임위 들여다보기
해운기업 유치, 해사법원 신설 “해양수도 부산 경쟁력 키울 것”
강동진의 도시이야기 [전체보기]
바흐를 찾아간 나, 한국을 꿈꾸는 그녀
세계유산위원회, 부산의 시간을 세계와 나누다
경제프리즘 [전체보기]
소비 아닌 문화 생산 주체 오페라하우스
한국 갯벌의 2단계 확대 등재 의미
과학에세이 [전체보기]
원자력 청출어람, 스승을 가르치다
‘인공지능 정렬’ 골든타임 놓치지 말라
국제칼럼 [전체보기]
누구도 법 앞에 국민보다 ‘더 평등’할 수 없다
배지의 실력행사
기고 [전체보기]
전문대학을 소개합니다
상어가 떠난 뒤, 북항에 남겨야 할 것
기자수첩 [전체보기]
금고 이사장 전횡, 지금도 진행중
엘리트 자평해온 市 공무원…생중계 회의서 능력 입증을
김준희의 클래식 인사이트 [전체보기]
여름의 끝자락, 브람스
여름날의 애상, 왈츠
김지윤의 우리음악 이야기 [전체보기]
다대포에서 만난 퇴계 이황
세종시대 음악이 전해진 이유
뉴스와 현장 [전체보기]
솔직할 수 있는 용기, 당신에게도 닿기를
히말라야의 경고
도청도설 [전체보기]
논란의 AG
상표권 알박기
독자 투고 [전체보기]
새로운 시작 ‘황혼 이혼’
무료 화장실 깨끗하게 쓰자
메디칼럼 [전체보기]
B형 간염 ‘바이러스 수치’에 ‘급여’ 맞춰야
‘공동선(Common Good)’으로서 간병 복지
목지수의 도시브랜드 산책 [전체보기]
랜드마크 시스템의 시대
북항 돔구장에서 야구 보며 사우나를
박지욱의 뇌력이 매력 [전체보기]
건망증, 이렇게 잡자
운동으로 해마를 키우자
박진희의 컬처 픽 [전체보기]
부산 문화정책, 지금 필요한 선택
지독한 집념이 세운 로컬 자산, 대한도기
사설 [전체보기]
중수청·공소청 혼란 땐 수정 보완 주저 말아야
북 미사일 위협 속 ‘빈총 경계’ 안보 불안 키워선 안 된다
세상읽기 [전체보기]
드골 대통령과 군복
청년기본법, 청년친화도시
안재철의 연결하는 공간 [전체보기]
지구와 도시의 연결을 묻다
해양수도 부산, ‘제3의 경계 공간’
엄길청의 문전성시 [전체보기]
말과 현실이 너무 다른 부산
반도체와 부산
이보성의 미술 현장 산책 [전체보기]
시장이 강해진 것일까, 비엔날레가 약해진 것일까
아트부산, 숫자 이후의 질문
이상이 칼럼 [전체보기]
보건의료에서 지방정부 역할과 ‘정책 의료’
행위별수가제와 인두제, 오해와 진실
이정구의 맛과 건강 [전체보기]
미식과 오래 씹기
이제명의 오션 드림 [전체보기]
광복 81년, 다음은 바다의 산업 주권
HMM 부산 이전, 해양수도의 시험대
이홍의 세상현미경 [전체보기]
국제질서의 지각변동과 한국의 성장경로
한국이 가진 자산
정쾌호의 부동산 탐구생활 [전체보기]
부산 아파트 10년, 이중 양극화와 위상 추락
미분양의 경고, 지방 맞춤 ‘출구전략’ 서둘러야
주재민의 명당을 찾아서 [전체보기]
조선 8대 명당 중 하나인 정문도 묘
금가락지가 땅에 떨어진 형국, 곡전재
최태호의 와인 한 잔 [전체보기]
추석의 식탁, 가족을 잇는 와인
오스트리아 와인,빈의 시간을 마시다
특별기고 [전체보기]
‘해양수도 부산’ 토대부터 바로 놓아야
당론 따를지 역사 따를지 양심의 선택을
하순봉의 음악이야기 [전체보기]
박자와 기보
국민악파
황정수의 그림산책 [전체보기]
이대원의 ‘온정리 풍경’
유영국의 1957년 작 ‘사람’
CEO 칼럼 [전체보기]
무(武)
의료 전문성이 병원 밖 나가는 길 열어야
  • 국제신문 골프대회
  • 맘편한 부산
  • 부산국제마라톤
  • BNK생명나눔챌린지
  • 유콘서트
걷고 싶은 부산 그린워킹 홈페이지
국제신문 대관안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