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부산메디클럽

[하순봉의 음악이야기] 박자와 기보

  • 하순봉 작곡가
  •  |   입력 : 2026-09-13 18:53:43
  •  |   본지 21면
  • 글자 크기 
  • 글씨 크게
  • 글씨 작게
음악의 3요소중 리듬은 어떤 흐름 속에서의 규칙으로 측정된 운동을 일컫는다.
음악의 3요소는? ‘선율, 화성, 리듬’을 의미도 잘 모르며 음악 시간에 외웠던 기억이 있다. 선율은 가장 두드러지고 화성은 그 선율에 풍부함을 더한다. 그러나 리듬은 크게 잘 의식하지 못한다. 끊임없이 음악이 흘러가기 때문이다.

리듬(rhythmus)의 그리스어 어원은 ‘흐르다’란 뜻으로, 어떤 흐름 속에서 규칙적으로 측정된 운동을 말한다. 피타고라스가 12개의 음을 현과 관의 배음 현상에서 다 찾아낼 수 있었지만, 리듬은 엄밀히 말해 바람 소리, 물소리 같은 자연의 소리에선 없다고 할 수 있다. 리듬은 인위적인 어떤 의도와 체계이다. 리듬을 인식하는 가장 단순한 방법은 박자이다. 박자는 무한한 흐름에 마디를 통해 일련의 구분과 반복을 부여한다. 박자는 다르게 보면 같은 모양이 반복되는 패턴이다. 왈츠나 춤곡 등에서 이런 패턴을 많이 볼 수 있다. 그리고 강세가 중요하다. 강세의 위치에 따라 음악이 전혀 달라진다. 언어에서의 억양과 강세가 달라지면 다른 뜻이 되는 것과 마찬가지다. 마지막으로 속도이다. 속도 역시 그 차이에 따라 음악의 성격이 완전히 달라진다. 이렇게 박자 패턴 강세 속도, 네 가지 요소가 리듬의 조건이다. 박자와 리듬은 음악 작품의 골격 같은 역할을 한다. 교향곡의 각 악장이 박자와 속도가 다른 것이 그 좋은 보기이다. 작곡가들은 점점 더 치밀하고 정교한 리듬과 박자를 실험한다.

서양음악의 역사를 다르게 보면 기보법의 역사이기도 하다. 현재와 같은 오선과 음표의 전통적인 기보법은 대략 바로크 시대에 완성되어서 지금까지 사용되고 있다. 기보는 음정의 표기도 중요하지만 특히 박자의 표기가 중요하다. 중세 초기엔 종교적인 영향으로 삼위일체와 함께 세 박자가 완전한 박자로 여겨졌고 두 박자는 불완전한 박자로 여겨졌다. 그리고 템포도 지금과 조금은 달랐다. 메트로놈이 발명되면서 템포의 객관성은 해결되었지만, 그러나 그레고리오 성가처럼 연주자의 임의에 따른 즉흥적인 부분도 많이 있었다. 근대, 현대로 넘어가면서 리듬은 더욱 강렬해지고 복잡해진다. 20세기 초반에는 리듬의 복잡함이 최고조에 달했다. 그러나 이후 이렇게 정교하게 구축해 놓은 박자와 리듬의 체계를 작곡가들은 다시 없애기 시작한다. 박자와 마딧줄이 자유로운 음악의 진행을 도로 방해한다는 것이다. 그래서 현대음악에서는 박자와 마딧줄이 없는 ‘박자 없이(senza misura)’란 지시어를 자주 볼 수 있다. 이런 무박자는 결국 임의성과 즉흥성이 중시되고 기존의 체계와 다른 색다른 도형과 문자로 된 그래픽 기보란 새로운 기보법을 탄생시키게 된다. 이런 그래픽 악보는 마치 전위적 추상화같이 때로는 아름답기도 하다.

박자 중에 5/4박자가 있다. 2+3 혹은 3+2로 되는 이 불편한 비대칭의 박자는 규칙성을 바라는 인간의 본능적인 욕구를 어긋나게 하면서 음악의 기대감을 더욱 고조시키는 묘한 매력이 있다. 차이코프스키가 ‘비창 교향곡 2악장’에 사용하였고 홀스트의 행성 중 ‘화성’도 이 박자이다. 그리고 재즈의 ‘테이크 파이브’, 영화 ‘미션 임파서블’의 테마음악이 모두 이 박자이다.

흥미로운 것은 우리 국악의 엇모리장단이 바로 이 5박이다. 이 5박 장단을 클라이맥스인 휘모리나 자진모리 직전에 사용하는 것은 대단히 흥미로운 리듬 배치이다. 중국 일본 동아시아 국가 음악 대부분이 규칙적인 2박자 계열인 것과 비교하면 우리의 박자는 아주 현대적이다. 우리 민족의 역동성 저류엔 이런 세련된 리듬감이 유전자로 자리하고 있는 게 아닌지 생각해 본다. 베토벤의 음악이 강렬한 그것도 그의 음악이 본질적으로 리듬적이기 때문이다.
ⓒ국제신문(www.kookje.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국제신문 뉴스레터
국제신문 네이버 뉴스스탠드 구독하기
국제신문 네이버 구독하기
뭐라노 뉴스

 많이 본 뉴스RSS

  1. 1직무정지 새마을금고 이사장, 여전히 경영 관여
  2. 2경정 승진자도 전국 교류…경위 이하 5년씩 부서순환 추진
  3. 3지광 70억 있다면서…세금도 34억 10여 년 체납
  4. 4[근교산&그너머] <1484> 통영 학림도 망산
  5. 5송파 247만 장 검증, 신분확인·촬영요구로 시작부터 차질(종합)
  6. 6‘가덕 증액 문서화’ 쳇바퀴…우선시공분 내달초 착공 희박(종합)
  7. 7롯데 수석코치 허문회, 2군 감독 박승민
  8. 8아직 관객 많은 ‘오디세이’인데…아이맥스관에서 내린 사정
  9. 9신임 부산시 행정부시장에 김성기 행안부 인사기획관
  10. 10후배 경찰 신체 ‘덥석’…파출소 팀장 추행 혐의 피소
  1. 1송파 247만 장 검증, 신분확인·촬영요구로 시작부터 차질(종합)
  2. 2대한항공 말흐리기…실체없는 통합LCC 부산 허브
  3. 3[뉴스 분석] 종교인·언론사주가 국회 권위 훼손…도덕성 논란까지
  4. 4부울경 광역의회 협력강화 선언 “미래산업 함께 육성”
  5. 5李 대통령 “국민 생명·안전 지키기가 최우선”
  6. 6‘가상자산 과세 유예’ 결론 못낸 당정
  7. 7여야 ‘조희대 국조’ 두고 공방 격화
  8. 8李 대통령 지지율 2%p 오른 46%…조희대 탄핵 반대 45%
  9. 9밤샘농성 장동혁 "피의자 선관위가 새벽 4시에 투표용지 가져가"
  10. 10[속보] 대통령비서실, 30억 들여 월평균 11회 여론조사…내용은 비공개
  1. 1지광 70억 있다면서…세금도 34억 10여 년 체납
  2. 2‘가덕 증액 문서화’ 쳇바퀴…우선시공분 내달초 착공 희박(종합)
  3. 3퇴직금 2028년부터 사외적립…체불 예방
  4. 4부산시 “부산에 글로벌 AI 허브 유치하겠다”
  5. 5미래에셋·대신증권·빗썸도 뚫렸다(종합)
  6. 6사실상 금융업 전체가 다 털릴 판…靑, 긴급 대응회의(종합)
  7. 7첫 100조 분기매출 하닉 “100조 주주환원 하겠다”(종합)
  8. 8전용터미널·화주 인센티브 등 북극항로 상업운항 지원 요구
  9. 9부산과학기술협의회·CTO평의회 역량 확대
  10. 10부산銀 센텀센터, 스타트업 지원 거점화
  1. 1직무정지 새마을금고 이사장, 여전히 경영 관여
  2. 2경정 승진자도 전국 교류…경위 이하 5년씩 부서순환 추진
  3. 3신임 부산시 행정부시장에 김성기 행안부 인사기획관
  4. 4후배 경찰 신체 ‘덥석’…파출소 팀장 추행 혐의 피소
  5. 5영업중단 이어 단전 위기…피가 마르는 홈플러스 입점업체들
  6. 6아울렛서 만나는 김해 도자기
  7. 7부경대 5108명 정보유출…위탁보안 비상
  8. 8“일부 수사 강압·부실” 부산변회, 권한 커진 경찰 첫 평가
  9. 9김해 어르신 생활 불편 해결해 드립니다
  10. 10“공장화재 대원 고립됐다” 실전같은 훈련
  1. 1롯데 수석코치 허문회, 2군 감독 박승민
  2. 2모레노, 은퇴소동 ‘96라인’ 달랜다…대표팀 내홍 풀까
  3. 3부산시대 2년차 읏맨 “홈팬 응원에 성적으로 보답”
  4. 4경남 생활체육 대축전 30일 개막…3일간 31개 종목 열전
  5. 5롯데, 공격서 수비로 중심 이동…주전 새판짜기 예고
  6. 6‘무관의 제왕’은 옛말…케인 발롱도르 품었다
  7. 7‘은퇴 기로’ 손아섭, 2년 만에 NC로…3000고지 향한 행진 계속
  8. 8허구연 KBO 총재, 3연임 사실상 성공
  9. 9K리그2 준PO 12월 2일 개최
  10. 10김해FC, 제6대 사령탑에 설기현 감독 선임
우리은행
10대 부산시의회 상임위 들여다보기
“학교 통폐합 지역 맞춤형으로 접근”
10대 부산시의회 상임위 들여다보기
해운기업 유치, 해사법원 신설 “해양수도 부산 경쟁력 키울 것”
강동진의 도시이야기 [전체보기]
바흐를 찾아간 나, 한국을 꿈꾸는 그녀
세계유산위원회, 부산의 시간을 세계와 나누다
경제프리즘 [전체보기]
소비 아닌 문화 생산 주체 오페라하우스
한국 갯벌의 2단계 확대 등재 의미
과학에세이 [전체보기]
지역이 기획, 국가가 지원하는 R&D 시대 열자
진짜 질문의 시작
국제칼럼 [전체보기]
부캉이에게 부끄러운 북항 재개발 민낯
부산 관광, 마냥 좋기만 할까
기고 [전체보기]
‘2028 세계디자인수도 부산’의 과제
배의 피부를 지키는 기술은 도장이다
기자수첩 [전체보기]
금고 이사장 전횡, 지금도 진행중
엘리트 자평해온 市 공무원…생중계 회의서 능력 입증을
김준희의 클래식 인사이트 [전체보기]
여름의 끝자락, 브람스
여름날의 애상, 왈츠
김지윤의 우리음악 이야기 [전체보기]
다대포에서 만난 퇴계 이황
세종시대 음악이 전해진 이유
뉴스와 현장 [전체보기]
‘탈서울’ 안 된다던 원안위, 세종행에 왜 침묵하나
AX·반도체 전시회 5개 동시에 열렸는데…
도청도설 [전체보기]
지긋지긋한 론스타
어떤 ‘최장수’ 기록
독자 투고 [전체보기]
새로운 시작 ‘황혼 이혼’
무료 화장실 깨끗하게 쓰자
메디칼럼 [전체보기]
개정 응급의료법이 ‘미수용 방지법’?
25년을 간직한 리플렛 세 장
목지수의 도시브랜드 산책 [전체보기]
랜드마크 시스템의 시대
북항 돔구장에서 야구 보며 사우나를
박지욱의 뇌력이 매력 [전체보기]
건망증, 이렇게 잡자
운동으로 해마를 키우자
박진희의 컬처 픽 [전체보기]
‘부캉이’ 스펙터클에서 공존으로
부산 문화정책, 지금 필요한 선택
사설 [전체보기]
79년 정론 국제신문 정상화 요구 들불처럼 번진다
노후 원전 사용연장 안전에 일말의 의심 남지않게
세상읽기 [전체보기]
반복된 일상에서 마음의 여유를 찾는 법
한국 경제 떠받치는 중장년, 이제 다시 봐야
안재철의 연결하는 공간 [전체보기]
지구와 도시의 연결을 묻다
해양수도 부산, ‘제3의 경계 공간’
엄길청의 문전성시 [전체보기]
말과 현실이 너무 다른 부산
반도체와 부산
이보성의 미술 현장 산책 [전체보기]
두 미술관, 각자의 역할을 묻다
시장이 강해진 것일까, 비엔날레가 약해진 것일까
이상이 칼럼 [전체보기]
복지의 ‘필요 원칙’과 포퓰리즘
보건의료에서 지방정부 역할과 ‘정책 의료’
이정구의 맛과 건강 [전체보기]
미식과 오래 씹기
이제명의 오션 드림 [전체보기]
광복 81년, 다음은 바다의 산업 주권
HMM 부산 이전, 해양수도의 시험대
이홍의 세상현미경 [전체보기]
대규모 대미 투자, 기회인가 위협인가
국제질서의 지각변동과 한국의 성장경로
정쾌호의 부동산 탐구생활 [전체보기]
부산 아파트 10년, 이중 양극화와 위상 추락
미분양의 경고, 지방 맞춤 ‘출구전략’ 서둘러야
주재민의 명당을 찾아서 [전체보기]
사람은 갔어도 명당은 남아 있다
조선 8대 명당 중 하나인 정문도 묘
최태호의 와인 한 잔 [전체보기]
와인은 어떻게 마음에 남는가
추석의 식탁, 가족을 잇는 와인
특별기고 [전체보기]
‘해양수도 부산’ 토대부터 바로 놓아야
당론 따를지 역사 따를지 양심의 선택을
하순봉의 음악이야기 [전체보기]
박자와 기보
국민악파
황정수의 그림산책 [전체보기]
이대원의 ‘온정리 풍경’
유영국의 1957년 작 ‘사람’
CEO 칼럼 [전체보기]
시민 주거안정에서 지역경제 활성화까지
청년 떠나는 지방, 수도권 인구 분산해야
  • 국제신문 골프대회
  • 맘편한 부산
  • 부산국제마라톤
  • BNK생명나눔챌린지
  • 유콘서트
걷고 싶은 부산 그린워킹 홈페이지
국제신문 대관안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