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대가 전남대 충남대와 함께 정부의 ‘거점국립대 패키지 지원 사업’ 첫 지원대학에 선정됐다. 이 사업은 이재명 정부의 핵심 교육 국정과제인 ‘서울대 10개 만들기’를 구체화한 것으로 부산대는 올해부터 2030년까지 매년 700억 원 규모의 패키지 지원을 받는다. 여기에 학부교육 혁신을 위한 일반 재정지원 등을 통해 전년 대비 200억~300억 원이 추가되면서 총지원금은 5년간 5000억 원에 달할 전망이다. 부산대는 이를 바탕으로 혁신제조융합대학과 AI대학을 만들고 전략산업 AX(인공지능 전환)융합대학원을 설립해 조선·해양과 미래모빌리티, 우주항공·방산, 원전·에너지 등 동남권의 미래 산업을 대학과 연결한다는 구상이다.
지역 대학에 대규모 국가 투자가 이뤄지면서 수도권으로 향하던 지역 인재와 돈을 지역으로 돌려놓겠다는 정책 방향은 좋다. 그런데 한 가지 질문이 남는다. 부산대를 서울대만큼 좋은 대학으로 만들면 부산 청년은 부산에 남을까?
지난 20년간(2004~2024년) 부산에서 수도권으로 순유출된 인구는 23만7000여 명이다. 그 중 19~34세 청년이 18만6000여 명(78.7%)에 달했다. 이들이 부산을 떠나는 가장 큰 이유는 일자리다. 부산 청년의 타 시·도 전출 사유에서 직업이 차지하는 비중은 꾸준히 커져 왔다. 좋은 대학이 없어서 부산을 떠나는 것만은 아니라는 얘기다. 이와 관련 부산대는 2026학년도 정시모집에서 서울 경기 인천 출신 입학생 비율이 13.9%까지 올라가는 기염을 토했다. 2024학년도 6.5%, 2025학년도 9.2%에 이어 3년 연속 크게 늘었다. 서울대 10개 만들기, 지역인재 채용 의무화 등 거점국립대 지원 확대 분위기가 수도권 학생과 학부모에게 어필한다는 분석도 나온다.
부산대 등 거점국립대 지원이 실효를 거두려면 일자리 정책이 뒤따라야 한다. 지금 상태라면 수천억 원의 세금을 들여 부산에서 최고의 인재를 길러내지만 정작 그 인재는 수도권 기업에 뺏길 수 있다. 이 때문에 부산대도 이번 사업을 통해 조선·해양과 혁신제조, 우주항공·방산 분야에 기업 수요를 반영한 특화 교육과 채용조건형 계약학과를 만들겠다고 한다. 기업과 공동연구소를 세우고 산업현장과 대학 교육을 연결하겠다는 계획도 내놨다.
물론 대학 혼자서 할 수 있는 일은 아니다. 청년에 필요한 것은 취업상담 몇 번이나 취업 프로그램 하나가 아니다. 이들이 원하는 것은 하고 싶은 일을 하면서 수도권과 크게 차이나지 않는 임금을 받고, 경력을 쌓고, 더 좋은 자리로 옮길 수 있는 노동시장이다. 여기다 문화와 주거, 교통까지 갖춰지면 부산에 남을 이유는 더욱 명확해진다. 정부의 공공기관 지방 이전도 지역거점국립대와 손발을 맞출 수 있는 기관으로 매칭을 시킨다면 금상첨화다.
결국 부산대가 도달해야 할 목표는 ‘제2의 서울대’가 아니라 부산과 동남권 산업을 움직이는 대학이어야 한다. 부산 울산 경남에 이미 있는 산업과 대학의 연구 인재를 결합해 ‘수도권에는 없는 성장 생태계를 만드는 것’이 진짜 경쟁력이 된다.
부산은 오랫동안 청년에게 “떠나지 말아달라”고 했다. 청년정책을 만들고 주거비를 지원하고 창업을 독려했다. 하지만 청년에게 애향심을 요구하는 것으로 도시의 미래를 지킬 수는 없다. 더 좋은 기회를 찾아 떠나는 것은 청년에게 지극히 합리적인 선택이다. 바뀌어야 할 것은 청년의 선택이 아니라 그 선택을 만드는 도시의 조건이다. 5년 뒤 우리는 세계대학 순위와 연구 실적만 들여다봐서는 안 된다. 부산대 졸업생 몇 명이 부산·동남권에서 일하고 있는지, 수도권에서 내려온 학생 가운데 몇 명이 이 곳에 뿌리를 내렸는지를 물어야 한다.
좋은 대학이 있는 도시와 청년이 살고 싶은 도시는 일치하지 않을 수 있다. 부산대를 서울대처럼 만드는 데 수천억 원을 쓰는 동안에도 부산역에서는 서울행 열차가 떠난다. 그 열차에 올라타는 부산 청년을 줄이지 못한다면 서울대 10개가 아니라 서울로 인재를 보내는 대학 10개를 만드는 ‘비극의 씨앗’으로 전락할 수 있다. 부산대의 진짜 성적표는 부산에 남은 청년의 숫자로 매겨져야 한다.
유정환 사회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