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대전화가 드물던 1997년 여름, 아침부터 기자의 호출기에 불이 났다. 경찰이 부산대 앞 라이브클럽을 전부 덮쳐 단속을 벌인다는 것이었다. 라이브클럽 문화를 조명한 기자의 기사가 나간 당일이었다. 당시로선 커피 맥주를 마시며 밴드나 가수의 공연을 감상하는 문화 현상이 주목거리였다. 며칠간 취재를 거쳐 클럽 분위기, 사장과 손님 인터뷰 등을 2개 면에 실었다. 이게 경찰 타깃이 될 줄은 꿈에도 생각지 못했다. 허겁지겁 달려간 현장은 그야말로 쑥대밭이었다. 사색이 된 클럽 사장들은 “우리도 법이 이런 줄 몰랐다”며 안절부절 못했다.
기자는 금정경찰서를 찾아갔다. 클럽의 긍정적인 면을 부각한 기사를 단속 근거로 삼는 경우가 있느냐고 항의했다. 경찰은 “법이 그렇다”며 막무가내였다. 그때 부산대 앞은 라이브클럽 문화가 막 움트려던 곳이었다. 한발 앞서 있던 서울 홍대 앞과 비교해도 규모나 깊이에 뒤지지 않았다. 그러나 미처 꽃을 피우기 전에 가차 없이 짓밟히는 바람에 일부는 문을 닫고 일부는 터전을 옮겨야 했다. 자유롭고 발랄한 청년문화를 소개하려다 오히려 큰 피해를 줬다는 죄책감은 그 후로도 오랫동안 가슴을 짓눌렀다.
라이브클럽이라는 신생 업종에 관해 업주조차 몰랐던 법 규정은 이랬다. 실내 라이브공연을 하려면 공연장 또는 유흥주점으로 등록하라는 것이다. 공연장이 되려면 상시 공연에 티켓 수입만으로 운영이 가능한 시스템이어야 하는데 라이브클럽 무대에 서는 예술인은 대중적 인지도가 낮은 언더그라운드 가수나 인디밴드가 대부분이다. 음식이나 주류 판매로 수입을 만회하려 해도 공연장에선 안 된다. 술 음식 공연이 모두 허용되는 유흥주점은 세금이 비싸고 입장객 업장위치 등에 제약이 크다. 비주류 예술가의 활동거점이자 서브컬처를 즐기는 소수 마니아를 위한 공간으로선 둘 다 비현실적이다. 그때나 지금이나 라이브클럽이 거의 ‘일반음식점’으로 운영되는 이유다.
당시 소동이 역설적으로 관련 법이 바뀌는 계기가 됐다는 사실은 나중에 알게 됐다. 라이브공연 허가 여부는 라이브클럽만의 문제가 아니었고 부산만의 문제도 아니었던 것이다. DJ클럽 재즈바 등 비슷한 어려움에 처한 업주, 유명 아티스트와 인디 뮤지션이 합세해 법 개정 운동에 나섰고, 그 결과 새천년이 시작되기 전 드디어 ‘일반음식점’에서의 라이브공연이 허락됐다.
하지만 그렇게 쉽게 끝날 수난사가 아니다. 이번에는 2016년 신설된 식품위생법 시행규칙 개정안이 발목을 잡았다. 일반음식점에서 공연은 괜찮지만 춤을 추면 안된다는 규정이다. 일각의 변칙영업을 막기 위한 이 규정에 숱한 라이브클럽이 또 걸려들었다. 부산과 서울 일부 구청이 자체 조례로 춤을 허용했으나 극소수다. 그 사이 부산의 인디 생태계를 떠받치던 라이브클럽들은 영업정지와 영업재개를 반복하다 폐업한 곳이 하나 둘 아니다. 최근 2개월 영업정지 처분을 받은 오방가르드는 그 무한 악순환의 루프에 추가된 사례일 뿐이다.
라이브클럽은 룸살롱도, 나이트클럽도, 가라오케도 아니다. 마이너 예술창작자와 이를 소비하는 계층이 필요로 하는 라이브클럽은 현존하는 어떤 업종의 카테고리로도 정의되지 않는다. 새롭고 낯선 것을 추구하는 예술가와 젊은이들이 만들어낸 새로운 문화이기 때문이다. 흐르는 음악과 노래를 함께 흥얼거리고 느끼는 건 당연한 몸의 반응이다. 이는 아티스트에 대한 배려이자 매너이기도 하다. 전국노래자랑에서 어르신들이 어깨 춤을 안 추면 가수가 노래할 맛 나겠는가.
30년 전 라이브클럽 사장이나 밴드들은 요즘 같은 K-컬처 부상을 꿈도 못 꿨다. 그 척박한 토양에서도 꺾이지 않은 누군가의 꿈이 K-컬처 토대가 됐다고 봐도 무방하다. 비주류 언더 문화가 큰 돈이 될 리 없다. 본인이 좋아서, 동료와 선후배에 대한 책임감으로 버틸 뿐이다. 이 불확실성과 혼란함 와중에 또 다른 누군가가 끈질기게 클럽의 맥을 이었고, 거기서 실력을 닦은 ‘세이수미’ ‘해서웨이’ 같은 부산 인디밴드들이 한국을 넘어 세계로 뻗어나간다니 신기할 따름이다.
30대 후반인 오방가르드의 이승철 정아윤 대표는 부산대 사태 때 세상물정 모르는 꼬마였다. 성장하며 인디 문화에 마음을 빼앗기고 그 세계에 직접 발을 들였다. 시대도 사람도 달라졌지만 현실을 담지 못하는 시대착오적 법 때문에 선배들이 겪은 수난을 무섭게 반복 경험하고 있다. 지금도 부산대 광안리 일대 클럽들은 불똥이 튈까봐 전전긍긍이라고 한다. 소규모 라이브클럽 공연 보장을 위한 국회청원이 진행되고 문화체육관광부장관도 “낡은 규제를 깨겠다”고 한마디 보탰다. 이번엔 종지부가 찍힐까. “30년이면 강산이 세 번 바뀌는 시간인데 어떻게 이렇게 똑같나”하는 이들의 한숨이 절규처럼 들린다.
강필희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