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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희대 대법원장이 지난 28일 서울 서초구 대법원을 나서고 있다. 청와대는 이날 노태악 전 대법관의 후임으로 제청된 손봉기 대구지방법원 부장판사에 대한 임명동의안을 국회에 제출하지 않기로 했다고 밝혔다. 연합뉴스 |
이재명 대통령이 조희대 대법원장의 대법관 후보자의 재(再)제청을 요구하면서 ‘삼권분립 훼손’ 논란이 인다. 대통령이 대법관 후보자 제청을 거부한 것인 헌정 사상 초유의 일이다. 청와대는 대법원장의 ‘서면 제청’을 문제 삼고 있다. 대통령과의 사전 협의를 거치지 않은 서면 제청은 대통령과 대법원의 권한을 상호 존중하라는 헌법 취지에 부합하지 않는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야권과 법조계에서는 대통령이 ‘원하는 인사’를 제청하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지적한다. 대통령의 사법 리스크 방어를 위해 입맛에 맞는 인물로 대법원을 채워 사법부를 장악하려는 이른바 ‘코트 패킹(Court Packing)’ 의혹까지 제기한다.
조 대법원장은 지난 18일 대법관 후보자로 손봉기 대구지방법원 부장판사와 김성수 서울고등법원 부장판사를 이 대통령에게 제청했다. 손봉기 김성수 후보자는 같은 날 서면 제청 방식으로 이뤄졌는데, 청와대는 김 후보자에 대해서만 국회에 임명동의안을 제출했다. 이는 절차적 문제가 아니라 원하지 않은 인물이 포함됐기 때문이라고 볼 수 밖에 없는 대목이다. 절차적 문제가 있다면 김 후보자에 대해서도 제청 거부가 있어야 하지만 손 후보자만 거부한 것은 ‘원하는 인물을 다시 제청하라’는 것으로 읽힌다. 청와대의 제청 거부가 정당성을 가지기 위해서는 손 후보자의 결격 이유에 대해 국민 앞에 명확하게 밝혀야 한다.
헌법 104조 2항은 대법관 인선에 대해 대법원장 제청과 국회 동의, 대통령 임명 절차를 규정한다. 제청·동의·임명 권한을 서로 다른 헌법기관으로 분리한 것은 어느 누구도 대법원 인선을 마음대로 독점하지 못하도록 한 삼권분립의 취지로 보는 것이 합당하다. 대통령이 대법원 인사권까지 가지지 못하도록 대법원장 제청과 국회 동의라는 견제 장치를 둔 것이다. 그러나 이번 사태는 대통령이 사실상 ‘대법관 지명권’까지 행사하겠다는 속내로 비춰질 수 있다. 대통령이 원하는 후보자를 선택하고 대법원장이 대통령의 뜻에 따라 제청해 다수당을 장악한 국회가 동의하는 구조가 만들어질 우려가 크다. 법원조직법 개정으로 이 대통령이 남은 임기 동안 대법관의 85%에 달하는 22명를 임명해야 하는 상황에서 견제와 균형이라는 삼권분립 원칙을 무너뜨리는 일이다.
대법관 제청 논란을 놓고 민주당과 국민의힘은 충돌한다.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소속 민주당 의원들은 30일 조 대법원장이 기존 대법관후보추천위원회가 추천한 후보 중 한 명을 대법관 후보로 재제청해야 한다고 밝혔다. 남은 3명의 후보자(김민기·박순영·윤성식) 중 한 명을 재제청해 절차를 마무리 지어야 한다는 것이다. 청와대의 입장과 결이 같다. 반면 국민의힘은 “대통령 탄핵 사유”라며 공세 수위를 높인다. 청와대가 대법관 재제청을 요구할 권한은 법 어디에도 없다는 것이다. 여야의 갈등은 종국에는 대법원장 탄핵과 대통령 탄핵으로 확산된다. 바라보는 국민의 심경은 참담할 따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