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일상적으로 사용하는 ChatGPT는 얼마나 많은 전기를 사용할까. 국제에너지기구 분석에 따르면 ChatGPT 요청 한 번에는 일반적인 구글 검색보다 약 9.7배 많은 전력이 사용된다. AI뿐만 아니라 반도체 데이터센터 등 첨단산업이 국가 경쟁력을 좌우하면서 안정적인 전력공급은 이제 단순한 에너지 문제를 넘어 국가 산업경쟁력의 핵심 요소가 되고 있다.
한편 지역에서 생산한 전력을 지역에서 소비하는 전력의 지산지소(地産地消)와 분산에너지에 대한 관심도 높아지고 있다. 산업단지와 건축물의 태양광, 에너지저장장치(ESS), 분산형 전원을 연계하고 지역에서 생산한 재생에너지를 지역 기업이 활용한다면 장거리 송전에 따른 부담을 줄이는 동시에 K-RE100(한국형 재생에너지 100%사용)과 지역에너지 자립도를 높이는 기반이 될 수 있다.
이와 같이 전기 생산과 소비의 패러다임이 변화하는 과정에서 광역 단위의 국가기간 전력망 확충의 중요성은 커지고 있다. 다양한 발전원과 수요처를 연결하고 지역 간 전력을 유연하게 주고받기 위해서는 더욱 지능적이고 효율적인 대규모 전력망이 필요한 것이다. 전력망이 제때 구축되지 않을 때 발생하는 비용도 적지 않다.
송전망 부족으로 저렴한 전력을 필요한 곳으로 보내지 못하면 상대적으로 발전비용이 높은 LNG 발전 등을 추가 가동해야 한다. 실제 동해안~신가평 송전망 건설 지연으로 석탄발전 1GW를 수도권 LNG 발전으로 대체할 경우 연간 5000억 원 이상의 추가 전력공급 비용이 발생할 수 있다는 분석도 있다. 여기에 반도체 공장과 데이터센터 등에 필요한 전력공급까지 늦어진다면 기업 투자와 산업 경쟁력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
문제는 전력망을 하루아침에 건설할 수 없다는 데 있다. 345kV 송전선로의 경우 표준건설 기간이 약 9년이지만, 실제 사업에서는 입지선정부터 사업인허가를 거쳐 송전선로를 시공하기까지 평균 13년 가량 소요되는 등 사업 지연이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다. 송전선로와 변전소는 불가피하게 사유지를 지나거나 주거지역 인근에 들어서는 경우가 있어 주민 수용성을 확보하고 지자체의 각종 인허가를 거치는 데 상당한 시간이 걸리는 것이다.
AI와 반도체 등 첨단산업의 성장으로 전력수요가 빠르게 늘어나는 지금, 전력망의 적기 확충은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과제다. 산업의 투자 속도를 전력 인프라가 따라가지 못한다면 전력망이 국가 성장의 병목이 될 수도 있다. 다행히 2025년 ‘국가기간 전력망 확충 특별법’이 제정·시행되면서 범정부 지원체계와 인허가 절차 개선, 주민 보상·지원 등을 위한 제도적 기반이 마련됐다. 동남권 지역에서도 한전은 데이터센터 등 신규 전력수요 증가, 분산에너지 공급 확대 등에 대응하여 345kV 신강서 변전소 건설, 154kV 기장-장안 송전선로 건설 등 신규 전력망 확충이 진행중이다.
전력망은 산업과 국민의 일상을 연결하는 핵심 기반시설이다. 송전탑과 변전소를 단순한 기피시설로 바라보기보다 우리 지역의 산업과 일자리, 미래세대를 위한 인프라의 관점에서 바라봐야할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