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부산메디클럽

[세상읽기] 일상에서 발견한 스트레스의 비밀

김민경 당근정신건강의학과 원장

  • 김민경 당근정신건강의학과 원장
  •  |   입력 : 2026-08-23 18:42:43
  •  |   본지 22면
  • 글자 크기 
  • 글씨 크게
  • 글씨 작게
사람은 어떤 상황에서 가장 큰 스트레스를 받을까? 대개는 주도권을 잃었다고 느끼는 순간이다. 갑작스러운 불안과 숨 막힘을 동반하는 공황발작도 고속도로나 고가도로, 비행기나 기차 등 인파가 많은 밀폐된 공간에서 흔히 경험한다. 이들의 공통점은 마음대로 그곳을 벗어나거나 통제할 수 없다는 느낌을 받는 것이다. 누군가 내 경계를 침범했는데 그 상황을 스스로 피하거나 바꿀 수 없다고 느끼면 스트레스를 받는다. 그런데 흥미로운 점은 같은 상황이라도 그것을 어떻게 해석하느냐에 따라서 스트레스의 강도가 달라진다는 것이다. 결국 몸의 스트레스 반응은 뇌가 상황에 대해 어떻게 신호를 보내느냐에 좌우된다고 볼 수 있다.

얼마 전 비행기를 탔을 때의 일이다. 외부 일정을 소화하고 늦은 저녁 비행기를 타서 무척 피곤했는데 앞자리 승객이 좌석을 지나치게 뒤로 젖히는 것이 아닌가. ‘피곤한 일정이 있었겠지’라고 이해하려 했지만 타인에 대한 배려가 없다는 생각이 자꾸 올라왔다. 식사 시간이 됐음에도 좌석을 세울 생각이 없어 보이는 그 승객에게 승무원은 여러 차례 좌석을 세워줄 것을 요청했고, 나는 내심 승무원이 고마우면서도 여전히 반복해서 좌석을 젖히는 앞 승객에게 점점 짜증이 났다. 그런데 공항에 도착해서 내릴 때 뜻밖의 이야기를 들었다. 그 승객이 승무원에게 좌석이 고장이 나서 아무런 조작을 하지 않아도 저절로 좌석이 젖혀진다고 하소연을 하는 것이 아닌가. 승무원이 직접 앉아서 확인해보니 정말 좌석에 문제가 있었다.

타인에 대한 배려 없이 이기적으로 좌석을 젖히는 사람이라고 생각했던 것이 미안해지는 순간이었다. 아무런 이유 없이 공간을 침해받는다고 느꼈을 때는 화가났지만 이제 그 이유를 알고 나니 그 사람 입장에서는 무척 억울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무심결에 내 두뇌에서는 앞사람이 ‘나를’ 배려하지 않아서 좌석을 뒤로 젖히고 주도권을 빼앗겼다는 생각이 들면서 불편함과 짜증이라는 감정이 나타났던 것이다. 확실치 않는 지레짐작을 하는 바람에 앞 승객은 아무 잘못도 하지 않았는데 나 혼자 불쾌감을 느끼고 짜증을 내고 있었던 것이다.

비슷한 예로 응급실에서 치료받는 환자들의 통증강도를 들 수 있다. 교통사고로 응급실에서 치료받는 환자와 전쟁터에서 부상을 당하고 응급실로 이송된 환자 중 누가 더 통증을 심하게 느낄까? 비슷한 정도의 부상이라고 가정할 때 전쟁터에서 이송된 환자가 오히려 통증을 덜 느낀다고 한다. 전쟁터에서의 부상은 목숨이 위태로울 수도 있는 심각한 상황이다. 훨씬 더 나쁜 상황에서 병원 응급실로 왔다는 것은 안전한 곳으로 탈출했다는 신호이기도 하고 이제 안심하고 치료에만 전념하면 되는 것이다. 더 이상 위험을 감수하고 싸울 필요가 없어진 것이다. 희망이 생기고 그 희망과 기대는 통증을 완화시킨다. 반면 교통사고를 당한 환자 입장에서는 기본적인 일상의 리듬이 깨진 상태이다. 계획했던 일상은 사라졌고 갑작스런 부상으로 예기지 않게 응급실을 방문했다. 내 주도권을 잃었다는 생각을 더 많이 하게 되고 불안과 분노가 몰려와 통증이 더 심하게 느껴질 수 있다.

평소에는 자유롭게 걷는 일이 너무 당연해서 그 고마움을 느끼지 못한다. 그러나 아기를 데리고 유모차를 밀거나 다리를 다쳐 목발을 했다고 치면 세상이 달라 보인다. 계단 없이 이동할 수 있는 길이 얼마나 드문지, 승강기와 완만한 경사로가 얼마나 소중한지 비로소 알게 된다. 익숙했던 도시의 풍경이 나에게 전혀 다른 모습으로 다가오는 것이다.

세상을 살다보면 뜻대로 되지 않는 일들이 많다. 일상의 변수가 우리에게 큰 스트레스가 될 때 생각의 틀을 조금만 바꾸어 보면 어떨까. 상황은 같아도 내가 그것을 어떻게 받아들이느냐에 따라 몸과 마음의 반응은 달라질 수 있다. 그리고 그 작은 변화가 스트레스를 줄이는 첫걸음이 된다. 괜한 짜증과 화가 밀려온다면 현재의 순간에 집중해 보자. 아주 사소한 것이라도 감사할 수 있는 대상을 찾아보는 것이다. 만약 아무 것도 떠오르지 않는다면 신문을 읽는 지금 이 순간, 몰입해보자. ‘나는 지금 이 글을 읽고 있다. 글을 읽을 수 있는 시력과 인지 능력을 가지고 있다. 지금 이 순간에도 내 뇌는 새로운 정보를 받아들이며 아주 건강하게 활동하고 있다’고.
ⓒ국제신문(www.kookje.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국제신문 뉴스레터
국제신문 네이버 뉴스스탠드 구독하기
국제신문 네이버 구독하기
뭐라노 뉴스

 많이 본 뉴스RSS

  1. 1100억대 체임 국제신문 대주주, 국감 증인 채택
  2. 2실속 없는 ‘국제기구 인증’ 혈세 붓는 기초단체
  3. 3[사설] 외국인 400만 시대, 부산은 이제 체류형 관광이다
  4. 4‘부캉이’는 무태상어 아닌 흑상어…수과원 근접영상 분석 최종 확인(종합)
  5. 5부산 전셋집 1년새 11%↓…매물가뭄 심화에 세입자 울상
  6. 6‘경영난’ 태종대 집와이어 재개장…이용료 1만 원 낮췄다
  7. 7센텀2지구 속도전…풍산 이전지 주민 경청·토지보상 착수
  8. 8부캉이 떠나도 북항 북적이려면…“원도심 접근성 개선을”
  9. 9기장군수실 1층 이전 ‘없던 일로’
  10. 10매표소 오픈런…레드카펫 ★ 보려 외국인 새벽부터 달려왔다
  1. 1100억대 체임 국제신문 대주주, 국감 증인 채택
  2. 2조희대 “국회·대통령의 제청 간섭은 위헌”(종합)
  3. 3송곳검증 벼르더니…교통·시설公도 싱거웠던 시의회 청문회
  4. 4여야, 국감서 알래스카 LNG 사업 집중 추궁
  5. 5연일 노무현 때리는 한동훈, 박정희 띄우는 주진우…檢 출신들 속내는
  6. 6이 대통령 "북극항로 시범운항 선박 귀항 부산의 미래 깃발, 신경써달라"
  7. 7‘맹탕 청문’ 의식 부산시의회, 교통·시설公 송곳검증 벼른다
  8. 8[속보]조희대 작심 발언 “국회·대통령은 대법원장 제청에 관여 못 해”
  9. 9부산 민주당 "주진우, 암살자(들) 부산영상위 시사회 사실왜곡 비판"
  10. 10검찰개혁, 중수청장 임명 두고 커지는 집안싸움
  1. 1‘부캉이’는 무태상어 아닌 흑상어…수과원 근접영상 분석 최종 확인(종합)
  2. 2부산 전셋집 1년새 11%↓…매물가뭄 심화에 세입자 울상
  3. 3센텀2지구 속도전…풍산 이전지 주민 경청·토지보상 착수
  4. 4롯데백화점, 업계 첫 외국인 매출 1조 ‘포문’
  5. 5금감원 “AI 해킹 시도 IP 28개 확인”
  6. 6부산 극지해양 전문강사 “현장 능력 키워요”
  7. 7주가지수- 2026년 10월 6일
  8. 8부산 청년기업 ‘DPP(디지털제품여권)’ 국내 첫 상용화
  9. 9부산 아파트 매매 침체일로…해운대·수영·동래만 웃었다
  10. 10부산지역 농지 41%, 외지인이 소유
  1. 1실속 없는 ‘국제기구 인증’ 혈세 붓는 기초단체
  2. 2‘경영난’ 태종대 집와이어 재개장…이용료 1만 원 낮췄다
  3. 3부캉이 떠나도 북항 북적이려면…“원도심 접근성 개선을”
  4. 4기장군수실 1층 이전 ‘없던 일로’
  5. 5전기車 높아진 인기에 예산 동나…부산시, 하반기 1520대 더 지원
  6. 6전재수 시장, 소통 행보…사흘 연속 생중계 회의(종합)
  7. 7“침묵하는 대주주, 대화 자리 나서라”
  8. 8부산중수청장 “정치 중립성·수사 독립성 엄격히 지키겠다”
  9. 9박완수 경남도지사 “행정통합 위해 부울 시장 설득”
  10. 10양산시보건소 일반진료 줄인다
  1. 1롯데, 6위 탈환 사활…3위 싸움 변수로
  2. 2김도영 굳히기냐, 힐리어드·오스틴 뒤집기냐
  3. 3조코비치, 올 첫 우승 눈앞
  4. 4장애인AG 결단식…“金 21개 이상 목표”
  5. 5가을은 놓쳤지만…거인 ‘레·황(레이예스·황성빈)’ 도전은 계속된다
  6. 6“감독님이 먹으라고” 정수진, 내막 폭로…유도회 “선수관리·운영체계 점검” 사과
  7. 7불안한 모레노호 우즈벡전 반등할까
  8. 8레이예스 200안타 달성에도…롯데, 두산에 4안타 그치며 패배
  9. 9‘손흥민 A매치 한국인 최다 골’ 우즈베키스탄에 2-0 완승
  10. 10아시안게임 폐막…한국 金 39개, 44년 만에 최소
우리은행
10대 부산시의회 상임위 들여다보기
“학교 통폐합 지역 맞춤형으로 접근”
10대 부산시의회 상임위 들여다보기
해운기업 유치, 해사법원 신설 “해양수도 부산 경쟁력 키울 것”
강동진의 도시이야기 [전체보기]
바흐를 찾아간 나, 한국을 꿈꾸는 그녀
세계유산위원회, 부산의 시간을 세계와 나누다
경제프리즘 [전체보기]
소비 아닌 문화 생산 주체 오페라하우스
한국 갯벌의 2단계 확대 등재 의미
과학에세이 [전체보기]
원자력 청출어람, 스승을 가르치다
‘인공지능 정렬’ 골든타임 놓치지 말라
국제칼럼 [전체보기]
누구도 법 앞에 국민보다 ‘더 평등’할 수 없다
배지의 실력행사
기고 [전체보기]
전문대학을 소개합니다
상어가 떠난 뒤, 북항에 남겨야 할 것
기자수첩 [전체보기]
금고 이사장 전횡, 지금도 진행중
엘리트 자평해온 市 공무원…생중계 회의서 능력 입증을
김준희의 클래식 인사이트 [전체보기]
여름의 끝자락, 브람스
여름날의 애상, 왈츠
김지윤의 우리음악 이야기 [전체보기]
다대포에서 만난 퇴계 이황
세종시대 음악이 전해진 이유
뉴스와 현장 [전체보기]
솔직할 수 있는 용기, 당신에게도 닿기를
히말라야의 경고
도청도설 [전체보기]
통행료 면제 명암
논란의 AG
독자 투고 [전체보기]
새로운 시작 ‘황혼 이혼’
무료 화장실 깨끗하게 쓰자
메디칼럼 [전체보기]
B형 간염 ‘바이러스 수치’에 ‘급여’ 맞춰야
‘공동선(Common Good)’으로서 간병 복지
목지수의 도시브랜드 산책 [전체보기]
랜드마크 시스템의 시대
북항 돔구장에서 야구 보며 사우나를
박지욱의 뇌력이 매력 [전체보기]
건망증, 이렇게 잡자
운동으로 해마를 키우자
박진희의 컬처 픽 [전체보기]
부산 문화정책, 지금 필요한 선택
지독한 집념이 세운 로컬 자산, 대한도기
사설 [전체보기]
외국인 400만 시대, 부산은 이제 체류형 관광이다
삼권분립 훼손하는 정파적 국감 안 된다
세상읽기 [전체보기]
부자(富者)가 되고 싶다면
드골 대통령과 군복
안재철의 연결하는 공간 [전체보기]
지구와 도시의 연결을 묻다
해양수도 부산, ‘제3의 경계 공간’
엄길청의 문전성시 [전체보기]
말과 현실이 너무 다른 부산
반도체와 부산
이보성의 미술 현장 산책 [전체보기]
시장이 강해진 것일까, 비엔날레가 약해진 것일까
아트부산, 숫자 이후의 질문
이상이 칼럼 [전체보기]
보건의료에서 지방정부 역할과 ‘정책 의료’
행위별수가제와 인두제, 오해와 진실
이정구의 맛과 건강 [전체보기]
미식과 오래 씹기
이제명의 오션 드림 [전체보기]
광복 81년, 다음은 바다의 산업 주권
HMM 부산 이전, 해양수도의 시험대
이홍의 세상현미경 [전체보기]
국제질서의 지각변동과 한국의 성장경로
한국이 가진 자산
정쾌호의 부동산 탐구생활 [전체보기]
부산 아파트 10년, 이중 양극화와 위상 추락
미분양의 경고, 지방 맞춤 ‘출구전략’ 서둘러야
주재민의 명당을 찾아서 [전체보기]
조선 8대 명당 중 하나인 정문도 묘
금가락지가 땅에 떨어진 형국, 곡전재
최태호의 와인 한 잔 [전체보기]
추석의 식탁, 가족을 잇는 와인
오스트리아 와인,빈의 시간을 마시다
특별기고 [전체보기]
‘해양수도 부산’ 토대부터 바로 놓아야
당론 따를지 역사 따를지 양심의 선택을
하순봉의 음악이야기 [전체보기]
박자와 기보
국민악파
황정수의 그림산책 [전체보기]
이대원의 ‘온정리 풍경’
유영국의 1957년 작 ‘사람’
CEO 칼럼 [전체보기]
물 들어올 때 노 저어라
무(武)
  • 국제신문 골프대회
  • 맘편한 부산
  • 부산국제마라톤
  • BNK생명나눔챌린지
  • 유콘서트
걷고 싶은 부산 그린워킹 홈페이지
국제신문 대관안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