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다는 깊고 어둡다. 속을 볼 수 없고 한번 들어가기도 너무 어려우니 그 속에서 일어난 일에 대해서 아무 말을 해도 그것을 확인할 방법은 없고, 그래서 온갖 거창한 정부 사업도 다 통한다. 바다는 세상 모든 거짓도 품어줄 수 있기 때문이다.
지난 30년 동안 해양수산부가 요란하게 추진했던 사업들을 보면 용두사미로 끝난 경우가 한두 번이 아니다. 가령, 2002년에는 태평양 심해에서 남한 면적 4분의 3 규모의 독점 심해 탐사 광구를 확보하며 연간 2조 원에 달하는 수입 망간 대체 효과를 가져올 것이라면서 관련 연구 사업들을 시작했는데, 지금 거기서 망간을 얼마나 채취하고 있는지 어떤 소식도 듣지 못했다.
또 2014년에는 ‘명태 살리기 프로젝트’로 연간 5만t, 5000억 원에 달하는 국내산 명태를 국민 아침 밥상에 올리겠다고 발표하고 언론에서도 대대적으로 보도했지만 12년이 지난 지금까지 국내산 명태를 본 적이 없다. 당시 사업을 추진해 정부 포상과 함께 승진한 공무원들은 지금 아무 말도 하지 않고, 또 책임을 묻는 사람도 지는 사람도 없다.
2025년에는 새 정부가 해수부 청사를 부산으로 옮기면서 지금 해양수산 관련 뉴스는 온통 ‘북극항로’로 도배돼 있다. 이 뜬금없는 북극항로 개척 실체가 뭔지 나름 해양수산 전문가라고 하는 나도 잘 모르는데 일반 시민들은 오죽할까? 지난 사업들과 마찬가지로 북극항로도 처음 소리만 요란하다가 5년쯤 지나면 다시 조용해질 것 같다. 한국이 주로 수출하는 자동차 반도체 가전제품은 정해진 날짜에 정확히 배달해야 하는 정기 컨테이너선이 필요하지만, 북극항로는 예측 불가능한 기상 악화와 얼음 두께 문제로 정해진 일정을 맞추기 어렵다.
또 유럽행 선박은 싱가포르 인도 중동 대형 항구들에 차례로 들러 화물을 계속 싣고 내리며 수익을 높일 수 있지만, 북극해를 지나는 동안에는 화물을 추가로 확보할 만한 큰 무역 항구도 없다. 결국 북극항로는 시간 단축 효과는 있지만 해운 물류 전체 판도를 바꾸지는 못하고, 유럽행 에너지 자원과 일부 특수 목적 화물을 실어 보내는 단순 보조 항로에 머물 것으로 보인다.
2020년 기준 우리나라 전체 국가물류비가 약 252조 원인데, 여기서 3.6%에 해당하는 약 9조 원이 해상운송비 총액이다, 이중 약 5% 물량이 북극항로를 이용할 수 있는 유럽행 직항 노선으로 전환하고, 수에즈 운하 통행료 면제와 운항 시간 단축에 따른 연료비 감소로 순수 운송비가 기존 대비 20% 절감된다고 가정하면, 북극항로 개척으로 한국이 연간 절감할 수 있는 해상운송비는 잘해야 900억 원에 지나지 않는다.
이처럼 해양이나 해운은 강조하고 수산을 무시하면서 막상 국민이 매일 먹는 생선을 공급하는 어업을 어떻게 회생시키고 어촌 소멸을 막을지는 신임 해수부 장관부터 아무런 관심이 없어 보인다. 가령, 지금 동해에서 할당량을 초과하여 잡히면 바다로 버려야만 하는 참다랑어 문제만 제대로 해결해도 연간 1조 원 이상 경제 효과를 낼 수 있을 것으로 보지만 해수부 사업이나 예산은 많아야 연간 1000억 원 절감 효과 밖에 못낼 북극항로에 쏠려 있는 실정이다.
2026년 기준 국제수산기구인 중서부태평양수산위원회가 할당한 국가별 참다랑어 쿼터를 보면 일본은 1만2898t, 한국 1219t, 대만 2947t이다. 한국 할당량이 이렇게 적은 것은 2002~2004년 어민들이 보고한 어획량이 너무 적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지난 20년 동안 기후변화에 따른 서식지 북상으로 우리 바다에서 참다랑어는 급증하고 있으므로, 관련 연구개발 사업을 확대하여 참다랑어 현존량과 바다에 버려지는 양을 제대로 추정하면 할당량을 더 받을 수 있는 과학적 근거가 된다.
실체도 모호한 북극항로 대신에 구체적으로 보이는 참다랑어 어업 실태를 해수부 장관부터 가까운 현장에서 가서 살펴보면 관련 수산업을 1조 원 시장 규모로 키우는 방안들이 나올 것으로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