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리다. 온 세상 사람들이 이렇게 주식에 관심 있던 때가 또 있었을까. 하루의 주식계좌 잔고 변화량이 나의 월급이나 연봉보다 많은 것을 보면, 혹은 급락하는 것을 보면 제 정신으로 매일의 일상을 평정심을 갖고 살아가기 힘들다. 주식 광풍이 일기 전엔 코인 투자 열풍이 불었었다. ‘누가 몇 억을 벌어 어디로 이사 갔다더라, 누구는 몇십 억을 벌어 회사에 사표를 던졌다더라’는 말을 몇 번쯤은 들어 보았을 것이다. 물론 그 주인공이 나는 아니다.
주식 변화 폭이 이렇게 큰 상황에서는 투자를 하는 사람도 괴롭지만, 투자는커녕 나처럼 주식 계좌조차 개설하지 않은 세상에 뒤떨어진 사람 또한 괴롭다. 손실을 본 사람은 그 자체로 큰 괴로움을 겪을 것이고, 적은 이득이나 원금 보존 정도의 결과를 본 사람도 괴롭다. 이미 내 통장에 플러스의 큰 금액이 찍혔었기 때문에 적은 이득을 손실로 해석한다. 나처럼 아예 주식 계좌가 없어 주식 투자 대열에 끼지 못한 사람 또한 괴롭다. 큰 기회를 놓친 것 같은 후회에 가슴을 치기 때문이다.
아는 것이 힘이라고 했던가. 심리학자로 ‘돈과 행복’에 대한 여러 연구 결과들을 생각하면서 마음을 다독여본다. 심리학은 애당초 마음이 아프거나, 힘들거나, 적응에 어려운 사람들에 관심을 가졌다. 임상심리학 상담심리학 등이 이와 관련된 분야이다. 이후 사회에 적응하며 평범하게 살아가는 사람들의 삶에도 학문적 관심이 모아지면서 긍정심리학(positive psychology)이라는 분야가 대두됐고 이 분야의 주된 연구주제는 행복(주관적 웰빙, subjective well-being)이다.
행복 연구의 주요 흐름 중 하나는 행복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들에 대한 연구다. 우리는 돈이 많으면 더 행복할 것이라고 생각한다. GDP(국내총생산) 기준, 부유한 국가의 국민은 가난한 국가의 국민보다 ‘조금은’ 더 행복하다. 같은 국가 내에서 돈이 많은 사람은 기본 생계에 허덕이는 사람보다는 ‘조금 더’ 행복하다. 부의 효과는 단기간에는 관찰된다. 유산, 로또 당첨, 혹은 코인이나 주식의 급등과 같은 돈벼락을 경험한 사람은 전형적으로 고양된 기분(행복함 기쁨 등)을 단기간 느낀다. 반대로 돈을 잃는 것은 훨씬 더 심각한 정서적 충격을 준다. ‘나쁜 것은 좋은 것보다 강도가 크다’는 심리학의 원리는 여기에도 적용된다. 비판은 칭찬보다 더 뇌리에 박히고 손실은 이득보다 커 보이는 법이다. 하지만 일관적으로 보고되는 연구결과는 장기적으로는 부와 행복의 상관이 없다는 것이고 고통스러운 감정도 그 지속시간이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는 짧다는 희망적인 소식이다.
어떤 면에서 부는 건강과 비슷해서 완전히 상실하게 되면 불행해지지만 가지고 있다고 해서 행복이 보장되지는 않는다. 우리는 돈으로 행복을 살 수 없다는 데에 동의하면서도 돈이 더 있으면 행복하게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놀랍게도 연구결과는 전혀 그렇지 않다. 지난 50년 동안 미국인의 평균 구매력은 2배 이상 증가했지만 행복 수준은 그대로이다. 하지만 같은 기간 동안 미국인의 이혼율, 청소년 자살률, 우울증의 비율은 급증해서 이런 수치들만 보면 부유함에도 불구하고 심리적으로는 비참한 삶을 사는 것처럼 해석된다. 부유해졌지만 행복하지는 않은 현상은 일본 중국, 그리고 우리나라에서도 반복 관찰되고 있다.
수많은 국가에서 수행되어 온 긍정심리학 연구에서 행복한 사람이 갖고 있는 특징을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높은 자존감, 낙관성, 외향성, 친절함, 친밀한 우정관계, 만족스러운 결혼, 자신의 기술을 사용하는 직업, 여가생활, 의미충만한 종교적 신념, 그리고 숙면과 규칙적인 운동. 삶의 만족감과 행복에 영향을 미치는 장기적인 요인에 돈은 없다. 돈은 장기적인 우리 삶에서 행복을 보장해주지 않는다. 오히려 별 상관이 없다.
한 가지 더! 승진 탈락, 해고, 참담한 이별 등 큰 고통을 겪은 사람을 조사해보면 몇 년 후 이런 일을 겪은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의 행복은 차이가 없다. 우리는 고통의 지속시간은 과대평가하고 적응하는 능력은 과소평가한다. 지금의 괴로움은 내 생각보다는 빨리 안개가 걷히듯 사라지고 우리 삶에 적응하며 묵묵히 살아가게 될 것이다. 한낱 심리학자의 얕은 위로가 아니라 수십 년간의 연구 결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