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균형발전이 우리 사회의 중요한 화두가 되고 있다. 새 정부가 추진하는 ‘5극 3특’ 전략을 비롯해 과거 참여정부의 공공기관 지방 이전 정책까지, 역대 정부들은 수도권 집중을 완화하고 지방의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다양한 노력을 기울여 왔다. 수도권 일극 체제로는 대한민국의 지속가능한 발전을 담보할 수 없다는 공감대가 형성되었기 때문이다.
부산 역시 그동안 국가균형발전의 필요성을 가장 강하게 주장해 온 지역 가운데 하나다. 수도권 집중으로 인해 인구와 기업, 자본이 서울로 빨려 들어가는 현실 속에서 지방의 생존과 국가의 미래를 위해 균형발전은 반드시 필요하다는 목소리를 지속적으로 내왔다.
그러나 국가균형발전을 주장하는 부산은 내부적으로는 심각한 지역 불균형을 안고 있다는 사실에도 주목해야 한다. 국가 불균형 못지 않게 부산의 동서 간 격차 또한 심각한 수준에 이르고 있기 때문이다. 현재 부산은 동부산과 서부산의 발전 수준이 뚜렷한 차이를 보이고 있다. 해운대와 수영, 남구 등 동부산권에는 문화시설과 교육시설, 의료기관, 상업시설, 주거환경 등 시민 삶의 질을 결정하는 대부분의 인프라가 집중되어 있다. 반면 강서구와 사하구, 사상구를 중심으로 한 서부산권은 부산 경제를 떠받치는 산업과 물류의 중심지임에도 생활·문화 인프라는 상대적으로 부족한 실정이다. 산업은 서부산에 있지만 문화와 생활환경은 동부산에 집중된 구조가 지속되고 있는 것이다.
이제 우리는 국가균형발전만을 이야기할 것이 아니라 부산 내부의 균형발전에도 큰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 국가 차원에서 수도권 집중이 문제라면 부산 차원에서는 동부산 집중 현상이 또 다른 과제로 존재하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부산의 동서균형발전은 단순한 지역 안배의 문제가 아니다. 부산의 미래 성장전략이자 시민 삶의 질 향상을 위한 필수 과제다.
한 도시가 지속적으로 성장하기 위해서는 산업과 경제 기능뿐만 아니라 문화와 교육, 의료와 정주환경이 균형 있게 발전해야 한다. 특정 지역에만 생활 인프라가 집중되고 다른 지역은 생산 기능만 담당하는 구조로는 도시 전체의 경쟁력을 높일 수 없다. 서부산 지역 기업은 우수 인력을 확보하기 어려워지고, 결국 도시의 활력과 성장 잠재력도 약화될 수밖에 없다.
특히 부산은 지금 새로운 전환점에 서 있다. 가덕도신공항 건설과 북극항로 시대의 도래, 해양수산부를 비롯해 HMM 등 주요 해운기업들의 이전 등 부산의 미래를 바꿀 굵직한 변화들이 진행되고 있다. 이러한 기회를 부산 전체의 성장으로 연결하기 위해서는 서부산권의 발전이 반드시 뒷받침되어야 한다.
마침 지난 7월 1일부터 서부산권 출신 시장이 새롭게 민선 9기 부산 시정을 이끌게 됐다. 이런 점을 감안해 오랫동안 누적된 동서 간 격차를 해소하고 부산 전체의 균형 있는 발전정책을 실현할 적기라는 인식 또한 확산되고 있다. 서부산권에 문화·체육·의료·교육 인프라를 대폭 확충하고, 시민이 체감할 수 있는 생활 SOC를 적극 공급해야 한다.
균형발전은 특정 지역을 위한 정책이 아니다. 부산 전체를 위한 정책이다. 서부산이 발전해야 동부산도 함께 성장할 수 있고, 부산 전체의 경쟁력도 높아질 수 있다. 지역 간 격차가 줄어들수록 시민은 더 나은 삶을 누릴 수 있고, 기업들은 더 좋은 투자환경을 확보할 수 있으며, 부산은 더 큰 성장동력을 얻게 된다.
국가균형발전이 대한민국의 미래를 위한 과제라면, 부산 동서균형발전은 부산의 미래를 위한 과제다. 어쩌면 부산 시민의 삶과 직결된다는 점에서 국가균형발전 못지 않게 절실하고 현실적인 과제일 수도 있다.
부산의 지속가능한 발전은 동부산과 서부산이 함께 성장하고, 모든 시민이 어느 지역에 살든 비슷한 수준의 문화·교육·의료 서비스를 누릴 수 있을 때 비로소 부산은 진정한 경쟁력을 가진 글로벌 해양수도로 도약할 수 있다.
이제 부산은 외부를 향해 국가균형발전을 요구하는 것과 동시에 내부의 균형발전을 실현하는 데도 과감한 결단을 내려야 한다. 부산의 미래 100년은 동서균형발전의 성공 여부에 달려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