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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디칼럼] 대법원 ‘석션 판결’이 던진 파장

정진우 동아대병원 응급의학과 교수

  • 정진우 동아대병원 응급의학과 교수
  •  |   입력 : 2026-08-16 18:41:52
  •  |   본지 1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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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환자실에서 치료 받는 환자 중 다수는 입을 통해 기도에 튜브를 삽입하고, 인공호흡기 치료를 받는다. 호흡 기능이 떨어진 중증 환자라는 뜻이다. 치료가 잘 되어서 튜브를 제거하고 퇴원할 수 있으면 좋겠지만, 그것이 항상 가능한 것은 아니다. 중환자실에서의 급성기 치료로 완전히 해결할 수 없는 뇌손상, 근육쇠약, 호흡기 질환 등 여러 이유로 장기간의 호흡 치료가 필요한 환자들은 기관절개를 통해 오래 사용할 수 있는 기도를 확보하고, 가정용 인공호흡기로 유지가 가능하면 중환자실을 벗어날 수 있다.

안정기에 접어들어서 대학병원에서 퇴원할 때가 되면, 호흡 관리가 필요한 환자는 요양병원으로 전원하는 예가 대부분이지만, 일부는 가정용 인공호흡기를 가지고 집으로 퇴원하기도 한다. 인공호흡기까지 부착하고 있는 중증 환자를 집에서 돌본다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니겠으나, 좀더 많은 시간을 함께 보내고 싶은 가족이 어려움을 감수하고 하는 선택일 것이다. 보건복지부는 2020년부터 가정용 인공호흡기 환자 재택의료 시범사업을 진행 중인데, 가정용 인공호흡기, 그리고 관련된 기기는 환자와 보호자가 스스로 안전하게 자가관리할 수 있게 교육하고 주기적으로 확인, 관리하는 사업이다. 교육해야 할 내용에는 인공호흡기의 기본 구조와 관리, 응급상황 시 대처법, 그리고 석션기 사용법과 분비물 흡인 등이 포함된다.

사람은 호흡기를 통해 침입하는 먼지, 이물질, 세균 등으로부터 보호하기 위해 기관지에서 점액을 분비하고, 이것을 가래의 형태로 뱉어낸다. 그런데 호흡 기능이 떨어져서 기계의 도움을 받을 정도의 환자는 스스로 가래를 뱉기 어려우므로 기계에 연결된 가느다란 관(카테터)를 사용해서 분비물을 제거해 주는 도움이 필요하다. 이를 분비물 흡인 또는 석션이라고 부른다. 즉, 석션기를 사용한 기도분비물 흡인(석션)은 의사 또는 간호사가 환자와 보호자에게 교육하여 스스로 관리하게 할 수 있는 행위로 제도화되어 있다.

최근 대법원은 석션을 ‘의료인만 할 수 있는 의료행위’로 정의하면서, 요양보호사 자격을 가진 간병인과 담당의사를 의료법 위반의 공범으로 인정한 1심 판결을 확정했다. 간병인이 시행한 석션을 무면허 의료행위로, 담당의가 간병인에게 석션 방법을 교육한 것을 무면허 의료행위 지시로 판단한 것이다. 1심 재판부는 ‘의료시스템의 개선 없이 병원 내 모든 환자에 대한 석션 시술이 의료인에 의하여 시행되는 것을 기대하기는 어려운 면이 있다’고 언급하면서 간병인에 집행유예, 담당의에는 선고유예를 내렸다. 당사자들은 당장의 실형을 면했지만, 이 판결이 가져올 파장은 매우 크다.

재판부 스스로도 인정했듯, 모든 석션 시술을 의료인이 시행하는 것은 현실적이지 않다. 앞으로 벌어질 일을 예상해 보자. 우선 기관절개관을 유지한 채 퇴원하는 환자와 보호자에게 석션을 교육할 수 없다. 법원이 석션은 의료인만 할 수 있는 행위로 규정했기 때문이다. 분비물 관리가 되지 않을 것이 뻔한데 집으로 보낼 수도 없다. 이제 ‘가정용 인공호흡기’는 더는 가정용으로 사용될 수 없다. 그런데 병원에서도 모든 석션을 다 제공할 만큼 충분한 수의 의료인은 없다. 간병인은 형사처벌을 감수할 이유가 없다. 의사나 간호사가 석션을 하겠지만, 지금처럼 분비물이 차는 즉시 해 주기는 어려울 것이다. 그나마 중환자실은 인력이 좀더 많으니, 기관절개관을 가진 환자는 중환자실에 더 오래 머물게 될 것이고, 일반병실에서 가래 제거가 잘 안 되어 상태가 악화되는 환자는 증가할 것이다.

보건복지부는 자문의뢰에 대해 ‘석션 행위는 원칙적으로 의료인만 할 수 있는 의료행위에 해당’한다고 답변했다. 틀린 말은 아니다. 그런데 환자와 보호자가 직접 시행하도록 교육하는 사업을 보건복지부 주도로 진행한다는 사실은 간과했던 모양이다. 종합하면, 지금 국가가 의료계에 주는 메시지는 다음과 같이 요약할 수 있겠다. ‘지킬 수 없는 법이란 걸 안다. 하지만 걸리면 처벌할 테니, 알아서 안 걸리게 잘들 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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