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7일 온라인 공론장의 질서를 뿌리째 바꿀 개정 정보통신망법이 시행됐다. 고의로 불법·허위조작정보를 유통해 부당한 이익을 취하거나 타인에게 손해를 끼친 게재자에게 실제 손해액의 최대 5배에 달하는 징벌적 손해배상을 묻고, 법원 판결로 허위성이 확정된 정보를 반복 유포할 경우 최대 10억 원의 과징금을 부과하는 것이 핵심이다. 이른바 ‘사이버 레커’로 대표되는 악성 허위 정보 유포자들의 무책임한 돈벌이 행태에 철퇴를 내리겠다는 입법부 의지가 반영된 결과다.
이번 개정법의 출범은 자율 규제의 한계에 도달했던 디지털 언론 및 미디어 환경에 시사하는 바가 크다. 조회수가 곧 돈이 되는 자극의 경제학 속에서, 일부 유튜버와 인플루언서는 타인의 인격권을 짓밟거나 사회적 갈등을 유발하는 허위·조작 콘텐츠를 서스럼없이 생산해 왔다. 피해자의 고통은 길어지는 반면 범죄 수익은 손쉽게 회수되는 구조적 불균형을 바로잡기 위해, 사법 영역에 징벌적 손해배상이라는 강도 높은 카드를 꺼내 든 당위성은 충분히 수긍할 만하다.
실제로 그간 우리 사회는 무책임한 허위 정보로 인해 무고한 개인이 사회적으로 매장당하거나 심각한 재산상 피해를 입는 비극을 수도 없이 목격했다. 인플루언서나 유명 연예인 등을 표적으로 삼아 딥페이크 음란물을 합성·유포하거나, 확인되지 않은 사생활 루머를 기사 형식으로 꾸며 수억 원대의 범죄 수익을 올린 유튜버의 사례가 대표적이다. 이들은 기존 법령상 형사 처벌 수위가 낮고 민사상 손해배상액이 범죄 수익에 턱없이 못 미친다는 점을 악용해 왔다. 이 때문에 가해자의 경제적 유인을 근본적으로 차단하는 강력한 제재가 필수적이었다.
해외 주요국들 역시 이 같은 악성 허위 정보에 맞서 강력한 법적 고삐를 죄는 추세다. 대표적으로 독일은 2018년부터 ‘네트워크집행법(NetzDG)’을 시행해, 소셜네트워크 정보 제공자가 명백한 불법·허위 콘텐츠를 신고받은 지 24시간 이내에 삭제하거나 차단하지 않을 경우 최대 5000만 유로(약 750억 원)의 과징금을 부과하도록 조치했다. 그러나 독일의 사례는 우리에게 중요한 반면교사가 되기도 한다. 제도 도입 직후 소셜네트워크 정보 제공자들이 천문학적인 과징금을 피하려 무차별적인 게시물 삭제 조치에 나서면서 정당한 풍자나 정치적 비판 글까지 대거 차단되는 부작용을 겪었기 때문이다. 강력한 제재 수단이 갖는 양날의 검을 똑똑히 보여주는 대목이다.
또한 법률적 관점에서 볼 때 이번 개정안이 내포한 독소 조항과 법적 불확실성에 대한 우려 역시 간과하기 어렵다. 가장 핵심적인 문제는 ‘허위’와 ‘조작’을 판가름할 구체적 기준의 모호함이다. 무엇이 정당한 비판과 의혹 제기이고 무엇이 악의적인 허위조작정보인지를 명확히 가려낼 세부 기준이 부재한 상황에서, 자칫 성급한 단죄가 언론의 취재 활동이나 시민 사회의 정당한 권력 감시 기능을 위축시킬 수 있다는 지적이 잇따른다.
더욱이 하루 평균 이용자 100만 명 이상의 대형 플랫폼 사업자들에게 부과된 ‘자율 운영정책 수립 및 신고·조치 의무’는 또 다른 법적 딜레마를 낳고 있다. 막대한 징벌적 손해배상 및 과징금을 피해야 하는 플랫폼사들이 유통 단계에서 조금이라도 논란이 있는 게시물을 사전에 차단하거나 삭제하는 쪽을 택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이미 일부 포털과 커뮤니티는 법 시행에 맞춰 신고 즉시 게시물을 블라인드 처리하는 방침을 내놓고 있다. 법원의 명확한 사법적 판단이 내려지기도 전에 민간 기업이 사적 검열관으로 전락해 시민의 정당한 비판마저 입을 막아버리는 위축 효과가 현실화되고 있는 셈이다.
결국 법의 목적은 단순한 단죄가 아닌 ‘건전한 공론장의 회복’에 있다. 허위 정보로 인한 피해 구제를 현실화하는 것은 시대적 과제이지만, 이것이 정당한 표현의 자유나 비판적 여론 형성까지 억압하는 결과를 낳아서는 안 된다.
법 집행 초기 단계인 지금, 사법부와 방송미디어통신위원회는 ‘악의적 손해 가해 의도’를 엄격히 해석함으로써 법 남용의 가능성을 철저히 차단해야 한다. 표현의 자유와 피해자 보호라는 두 가치가 조화를 이루는 법적·제도적 기준이 엄정하게 정착되기를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