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부산 영도구에 본사를 둔 수산가공업체 한성기업이 국민적 ‘돈쭐’ 응원을 받았다. 원자재 가격 상승과 경기 둔화로 매출이 줄고 상장폐지 위기까지 몰렸던 기업이다. 그러나 지난 25년간 참전용사 음악회를 지속해서 후원해 온 선행이 알려지면서 단 일주일 만에 온라인 주문량이 수십 배 뛰어넘고 주가 역시 급등했다. “사회에 공헌하는 좋은 기업이 사라져서는 안 된다”는 시민의 자발적인 마음이 모인 결과다.
부산에는 이처럼 뛰어난 기술과 제품화 노력으로 우수한 상품을 만드는 기업이 적지 않다. 일반인이 잘 모르는 첨단 제조업뿐만 아니라 신발 화장품 의류 주류 생활용품 등 실생활과 밀접한 소비재 기업도 다수 존재한다. 다행히 부산시가 올해 1월부터 ‘지역상품 우선구매 확대 정책’을 본격 추진하면서 의미 있는 변화가 감지되고 있다. 부산도시공사 부산환경공단 등 시 산하 공공기관은 물론 정부 산하 공기업들까지 지역업체 구매율 제고 작업에 돌입했다. 지난 5월 기준 부산 공공계약 분야 지역업체 수주율은 59.8%까지 뛰어올랐다. 시 산하기관 및 각급 학교 등 2410여 곳의 총 계약액 6조 6000억 원 가운데 지역업체가 수주한 금액이 3조 9000억 원에 달한다. 지난 3월에는 지역업체 수주율이 63%로 최고점을 찍기도 했다.
2010년대 초반까지만 해도 ‘향토기업과 향토제품을 애용하자’는 캠페인이 성행했다. 꼭 구호가 아니더라도 지역민들 역시 지역 기업에 애착을 갖고 제품을 소비하는 것을 당연하게 여겼다. 그러나 국가 경제가 성장하고 이커머스 시장이 급격히 활성화됨에 따라 지역과 애향이라는 개념은 희미해졌다. 해외 직접구매가 보편화되면서 가격 이점과 상품의 다양성에 몰입하는 사이, 지역 소비재 기업들은 설 자리를 잃어갔다. 여기에 팬데믹과 대외 리스크, 인구 절벽 현상까지 겹치며 지역 내수는 급감했다.
물론 온라인 시장의 확대로 우수한 지역 제품이 국경을 넘어 해외에서 호응을 얻는 사례도 종종 나온다. 하지만 글로벌 시장이 넓어졌다 한들, 우리 지역민이 먼저 관심을 갖고 사용해주지 않는다면 지역 기업이 지속해서 자립하기란 불가능에 가깝다. 지역민이 먼저 우리 제품을 애용하고 널리 알릴 때 소비재 기업의 성공 사례도 늘어날 수 있다. 나아가 ‘지역 경제 선순환’이라는 표현이 관념적인 구호에 그치지 않고, 지역 사회 구성원 모두에게 도움이 되는 현실로 다가올 것이다.
우리가 관심을 가져야 할 지역 기업이 또 있다. 바로 ‘지역 언론사’다. 지역의 문제를 발굴하고 대안을 제시하는 주요 언로이자, 지역 사회의 건강성을 지키는 공기(公器)다. 세계화와 수도권 집중 현상이 심화되면서 지역성의 가치와 지역 언론의 역할은 더욱 막중해졌다. 그러나 정작 지역 언론이 어떻게 수익을 내며 존립하는지에 대해서는 무관심한 시민이 많다. 언론사는 공적 기능을 수행하지만 엄연히 수익을 내야 하는 사기업이다. 신문 인쇄비와 용지비 등 운영비를 충당하고 임직원의 급여를 지급하려면 수익 창출을 위한 영업활동과 지속가능성은 필수적이다. 하지만 오늘날 지역 언론은 수도권 매체 몰입과 이커머스 중심의 환경 속에서 다른 지역 기업들과 마찬가지로 생존의 경계에 서 있다. 지역 언론이 생존하기 위해서는 자구 노력 못지않게 지역사회의 관심과 지원이 절실하다. 그럼에도 자신이나 업계의 목소리를 기사화하는 데는 적극적이지만 정작 신문 구독이나 광고 게재, 언론사의 각종 문화사업 참여 등 지속성을 위한 동참 요청은 외면하는 경우를 적지 않게 볼 수 있어 안타깝다.
지역 기업이 지역 경제의 대들보라면, 지역 언론은 지역 가치를 발견하고 알리는 파수꾼이다. 지역의 역사와 함께해 온 신문사가 제 목소리를 낼 수 있을 때, 지역의 발전 역시 꾀할 수 있다. 구호에 그치는 것이 아닌 지역 제품을 쓰고 지역 신문을 읽고 실질적으로 돕는 실천들이 모일 때 비로소 ‘지역 살리기’라는 단단한 선순환의 고리가 연결될 것이다. 모든 지역 기업과 언론이 건강하게 자립할 수 있도록 지역민과 지자체, 기관들 모두가 한 마음으로 ‘지역 살리기’에 적극 나서야 할 때다.
조민희 경제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