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의 물리학자 프레더릭 소디는 방사성 원소 연구의 선구자이다. 그는 어니스트 러더퍼드와 함께 원소가 다른 원소로 변환되는 과정을 밝혀냈고, 같은 원소이지만 질량이 다른 원소들, 즉 동위원소의 존재를 증명했다. 또 라듐이 붕괴할 때 내놓는 알파 입자는 헬륨의 핵이라는 사실도 알아냈다. 이러한 그의 연구는 현대 핵 과학의 토대를 놓았으며 1921년 그에게 노벨화학상을 안겨주었다.
그러나 노벨상 이후 그가 가장 열정적으로 파고든 분야는 뜻밖에도 경제학이었다. 주변에서는 물리학자가 왜 경제 문제에 뛰어드느냐고 의아해했지만, 소디에게는 분명한 이유가 있었다. 경제학이 자연의 가장 기본적인 법칙을 외면하고 있다고 보았기 때문이다. 소디가 주목한 것은 열역학 제2 법칙이었다. 모든 에너지 변환 과정에서는 사용할 수 있는 자유에너지가 줄어들고 엔트로피는 항상 증가한다는 열역학 제2 법칙은 모든 물리학 법칙에 우선한다. 인간은 새로운 부를 창조한다고 말하지만, 실제로는 석탄과 석유, 광물 같은 낮은 엔트로피 자원을 소비하여 높은 엔트로피의 열과 폐기물로 바꾸는 과정일 뿐이다. 자연 속의 실물 자산은 엔트로피 법칙에 따라 시간이 지나면 쇠퇴하지만, 장부 속 화폐와 채권은 복리 법칙을 따르며 무한히 늘어난다. 소디는 경제학이 이 치명적인 모순을 무시한 채 화폐와 금융만을 중심으로 현실을 설명한다고 비판했으며, 1926년에는 저서 ‘부, 가상의 부 그리고 부채’를 출판했다.
그러나 그의 문제의식은 당시 경제학의 주류가 될 수 없었다. 20세기 경제학은 성장과 생산성, GDP를 중심으로 눈부시게 발전했다. 경제는 기업과 가계 사이를 돈이 순환하는 체계로 그렸고, 자연은 노동과 자본과 함께 투입되는 하나의 외부적 생산요소로 취급됐다. 자원이 부족하면 가격이 오르고, 가격이 오르면 기술혁신과 대체재가 해결해 줄 것이라는 믿음이 지배했다. 열역학 제2 법칙은 물질세계의 기본 법칙으로만 남았으며, 경제학은 성장의 논리를 더욱 정교하게 다듬어 갔다.
그러나 소디가 던진 질문은 완전히 사라지지 않았다. 1970년대 석유파동과 환경위기가 닥치자 루마니아 출신 경제학자 니콜라스 조르제스쿠-뢰겐은 그 질문을 다시 꺼내 들었다. 그는 저서 ‘엔트로피 법칙과 경제 과정’을 통해 열역학 제2 법칙을 경제학의 중심으로 가져왔을 뿐만 아니라, 경제를 인간과 자연 사이의 ‘물질대사’로 이해했던 카를 마르크스의 통찰에도 주목했다. 경제는 화폐가 스스로 증식하는 체계가 아니라, 자연으로부터 물질과 에너지를 끌어와 다시 폐기물과 열로 되돌려 보내는 비가역적 과정이라는 것이다. 소디가 물리학에서 던진 문제의식과 마르크스가 정치경제학에서 제기한 자연의 역할은 조르제스쿠-뢰겐에게서 하나의 이론으로 만난 것이다.
이어 조르제스쿠-뢰겐의 핵심 제자인 허먼 데일리는 경제는 생태계 안에 존재하는 부분집합이기 때문에 무한한 경제성장은 유한한 지구에서는 원리적으로 지속될 수 없다고 주장했다. 엔트로피의 흐름 속에서 성장은 고갈, 오염, 생태적 훼손이라는 물질적 장벽에 부딪히게 된다는 것이다. 이렇게 해서 오늘날의 생태경제학이 하나의 학문 분야로 자리 잡게 되었다.
실제로 오늘날 인류는 기후 위기와 자원의 한계, 생물다양성 감소라는 현실과 마주하고 있다. 탄소중립과 순환 경제 같은 새로운 경제 담론들도 경제를 자연의 한계 속에서 다시 이해하려는 시도다. 이는 단순히 성장을 멈추자는 음울한 경고가 아니다. 자원의 무한한 팽창을 뜻하는 양적 성장에서 벗어나, 자연의 한계 내에서 삶의 질을 높이는 질적 발전으로 경제의 패러다임을 전환하자는 촉구다.
100여 년 전, 한 노벨화학상 수상자는 경제학자들에게 “경제도 자연의 법칙을 따라야 한다”고 말했다. 당시에는 과학자의 터무니없는 주장으로 여겨졌지만, 폭염이 전 세계를 뒤덮은 오늘날 그의 질문은 점점 더 현실적인 의미를 갖게 되었다. 경제는 추상적인 숫자의 세계이기에 앞서 에너지와 물질을 바탕으로 하는 세계임을 잊지 말아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