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전재수 부산시장이 진행한 시정 업무보고회가 화제를 모은다. 실·국별 핵심 사업을 카메라 앞에 그대로 공개하고, 시장이 그 자리에서 질문하고 지적하며 대안을 주문했다. 수영만 요트경기장 재개발의 이해관계 조정, 제3 벡스코 건립과 주요 국제행사 유치 계획의 정합성, 전세사기 피해 지원체계 등 주요 현안이 시민 앞에서 논의됐다. 결재를 위한 보고가 아니라 정책을 검증하는 토론의 성격을 띠었다는 점에서 기존 업무보고와는 분명 다른 풍경이었다.
이러한 변화는 부산만의 현상이 아니다. 6·3 지방선거 이후 여러 지방자치단체에서 업무보고를 공개하는 시도가 이어지고 있다. 울산은 인수위원회 업무보고를 유튜브로 공개하며 정책 형성 과정을 시민에게 보여주었고, 남양주는 시민참여 플랫폼과 타운홀 미팅 등 숙의민주주의 확대 방안을 공개적으로 논의했다. 충남은 실·국별 업무보고와 권역별 주민 간담회를 연계해 도민과 직접 소통했고, 부산 기장군 역시 예산과 재정사업을 공개적으로 점검하는 업무보고를 시작했다. 방식은 서로 달라도 행정을 시민의 시야 안으로 끌어들이겠다는 문제의식은 공통적이다.
사실 이러한 변화는 시대적 요구이기도 하다. 디지털 플랫폼과 사회관계망 서비스가 일상이 된 시대에 시민은 정책의 결과만이 아니라 결정 과정까지 알고 싶어 한다. 과거에는 회의록을 공개하는 것만으로도 충분한 정보 제공으로 여겨졌지만, 이제 시민은 정책이 어떤 논의를 거쳐 결정되는지 직접 확인하기를 원한다. 행정의 신뢰는 결과뿐 아니라 과정의 투명성에서 비롯된다는 인식이 점차 확산되고 있는 것이다. 정부가 정보를 독점하는 시대에서 시민과 정보를 공유하는 시대로, 행정이 일방적으로 결정하는 시대에서 시민과 함께 숙의하는 시대로 패러다임이 이동하고 있다. 라이브 업무보고는 이러한 변화가 지방행정에서 나타난 하나의 실험이라고 볼 수 있다.
공개 업무보고의 장점은 분명하다. 무엇보다 책임성이 높아진다. 시민이 실시간으로 지켜보는 상황에서 정책은 단순한 계획이 아니라 공적 약속이 된다. 누가 어떤 사업을 언제까지 추진하기로 했는지가 공개되면서 행정의 긴장감도 커진다. 그동안 회의실 안에서 끝나던 부서 간 조정 과정도 시민의 평가 대상이 된다. 칸막이 행정이나 책임 회피가 쉽게 드러나는 만큼 협업을 촉진하는 효과도 기대할 수 있다. 공개는 행정을 투명하게 만드는 동시에 책임을 가시화하는 장치인 셈이다.
그러나 공개 자체가 좋은 행정을 보장하는 것은 아니다. 가장 경계해야 할 것은 회의가 정치적 퍼포먼스로 변질되는 일이다. 단체장이 공무원을 질책하는 장면만 반복해서 부각된다면 정책 토론보다 리더의 이미지가 중심이 될 수 있다. 실무진 역시 실패 가능성이 있는 새로운 정책보다 무난하고 안전한 대안을 선택하려 할 것이다. 창의성과 도전정신이 위축된다면 공개회의의 본래 취지는 약화된다.
공무원 보호 문제도 함께 고민해야 한다. 최근 몇 년 사이 악성 민원과 온라인 신상 공개로 공직사회가 큰 충격을 받은 경험이 있다. 행정을 공개하는 것과 공직자를 무방비 상태로 노출시키는 것은 전혀 다른 문제다. 투명성을 높이겠다는 취지가 개별 공무원에게 과도한 부담으로 이어지지 않도록 적절한 보호장치도 함께 마련되어야 한다.
즉흥성 역시 경계해야 한다. 공개회의에서 나온 단체장 발언은 문제 제기로서는 의미가 있지만 충분한 재정 검토나 법률 검토 없이 내려진 지시는 실무 부담만 키울 수도 있다. 또한 이해관계자가 직접 의견을 제시할 기회가 없다면 공개는 관람에 머물 뿐 숙의로 이어지기 어렵다.
라이브 업무보고가 성공하려면 몇 가지 조건이 필요하다. 첫째, 회의 전 핵심 쟁점과 예산, 갈등 요인을 정리한 이슈페이퍼를 공개하고, 회의 이후에는 이행 여부를 점검하는 절차를 제도화해야 한다. 둘째, 갈등이 예상되는 정책은 주민과 전문가가 참여하는 숙의 구조를 마련해야 한다. 셋째, 문제를 지적하는 데 그치지 말고 대안과 추진 일정, 책임 주체를 함께 제시하는 건설적 피드백 체계를 갖춰야 한다. 넷째, 조직개편이나 대규모 개발사업처럼 중대한 정책은 별도 전문가 검토와 객관적 평가를 거쳐 완성도를 높여야 한다.
행정을 공개된 자리로 끌어낸 이번 실험은 지방행정의 새로운 가능성을 보여준다. 그러나 성공의 기준은 카메라가 켜져 있는 순간이 아니라 꺼진 이후에 있다. 공개된 지시가 실제 정책으로 이어지고, 그 성과가 다시 시민 앞에서 평가받으며, 시민이 단순한 시청자를 넘어 정책 형성의 참여자가 될 때 비로소 라이브 업무보고는 보여주기 행정을 넘어 숙의 민주주의를 실현하는 새로운 지방자치의 표준으로 자리 잡을 것이다. 카메라는 투명성을 높일 수는 있지만 신뢰를 만들지는 못한다. 신뢰를 만드는 것은 숙의이고, 책임이며, 약속을 끝까지 실천하는 행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