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천재 건축가 안토니 가우디의 불멸의 걸작, 바르셀로나의 사그라다 파밀리아 성당이 착공 144년 만에 거대한 외관 구조를 완공했다는 뉴스를 접했다. 그 순간, 작년 그 거대한 성당 앞에 서서 하늘을 향해 끝없이 뻗어 올라간 탑들과 온 벽면을 가득 채운 정교한 조각들에 압도당했던 기억이 생생하게 되살아났다. 가우디는 당대의 건축학적 상식인 규격화된 직선과 대칭, 사각형을 사용하는 것을 거부한 인물이다. 그가 설계한 ‘카사 밀라’나 ‘카사 바트요’ 같은 건축물들을 보면 직선을 거의 찾아볼 수 없다. 돌을 마치 살아 움직이는 파도나 생물의 뼈처럼 깎아 곡선으로 건물을 올렸다. 당대 평론가와 건축가들은 “기괴한 외계인의 집 같다” “구조적으로 무너질 것이 뻔하다”며 고개를 저었고, 심지어 조롱거리로 삼았다.
가우디가 보여준 불멸의 독창성을 생각하다 보면 자연스럽게 오늘날 시대를 뒤흔들고 있는 AI, 특히 거대언어모델(LLM)의 본질을 돌아보게 된다. 많은 이들이 AI가 인간처럼 사고 한다고 생각하지만 LLM의 원리는 의외로 단순하다. 수많은 인간의 언어 데이터를 숫자로 변환해 공간에 배치한 뒤, 질문이 주어지면 그 뒤에 올 가장 확률이 높은 다음 단어를 수학적으로 예측한다. 이러한 원리 때문에 AI는 태생적으로 일반화된 답을 줄 수밖에 없다. AI가 내놓는 모범답안은 인류가 쌓아온 방대한 데이터 속에서 가장 정답에 가까운 통계적 평균치를 가공한 결과물이다. 보편적인 범주 안에서 가장 오류가 없고 안전한 선택지를 고르는 것, 그것이 AI의 본질이자 한계이다. 만약 모든 인간이 이처럼 통계와 확률로만 사고했다면 세상은 한 치의 오차도 없는 일률적인 평범함으로 가득 찼을 것이다.
그러나 인간은 다르다. 사람은 기분이 좋아서 충동구매를 하고, 슬퍼서 아무것도 하지 않기도 하며, 말로 설명할 수 없는 직감이나 끌림에 이끌려 일생일대의 선택을 내리기도 한다. 이 순간 컴퓨터 앞에 앉아 진지하게 칼럼을 적어 내려가고 있는 나 자신을 보아도 그렇다. 당장 이 글을 끝내고 내가 어떤 돌발적인 행동을 할지, 어떤 엉뚱한 상상을 펼칠지 그 어떤 초거대 AI 모델도 예측할 수 없다.
역사를 돌이켜보면 인류를 진화시키고 세상을 근본적으로 변화시킨 혁신은 언제나 통계학적 예측을 비웃은 인간의 엉뚱한 행동과 무모한 고집에서 싹텄다. 당시 모든 데이터가 물리 키보드가 필수라고 말할 때 자판을 통째로 없애버린 스티브 잡스의 고집, 고성능 그래픽 경쟁 속에서 철 지난 흑백 액정으로 세계를 제패한 닌텐도의 엉뚱함, 가구는 완제품으로 배달해야 한다는 상식을 깨고 불편한 조립식 상자를 던진 이케아의 독특한 시선까지, 대중이 열광하고 역사가 기억하는 위대한 창조는 결코 확률 최적화 알고리즘에서 나오지 않았다.
이제 우리 대학 교육의 패러다임도 완전히 바뀌어야 한다. 학생들이 강의실에 앉아 AI도 다 아는 보편적인 이론과 정답을 외우는 교육은 아무런 의미가 없다. 이제 교육의 역할은 학생이 기존 틀을 깨고 자신만의 엉뚱함과 창의성을 마음껏 발산할 수 있는 장을 열어주어야 한다. AI의 가장 큰 무기는 번뜩이는 아이디어를 곧바로 눈앞에 시각화하고 구현해내는 압도적인 실행력에 있다. 학생이 럭비공처럼 어디로 튈지 모르는 기발한 아이디어를 던지면, AI는 특유의 빠른 실행력으로 그 상상을 즉시 현실로 만들어 보여준다. 코딩 기술이나 드로잉 숙련도가 부족한 학생이라도, 이제는 오직 상상력 하나와 AI라는 엔진만으로 세상에 없던 완성도 높은 작품을 창조해낼 수 있게 되었다. 이제 대학이 가르쳐야 할 것은 정답을 맞히는 공식이 아니라, 인간 고유의 직관을 AI라는 도구로 정교하게 다듬어내는 실전적 창조 역량이다.
144년 만에 우뚝 선 사그라다 파밀리아 성당은 당대의 데이터로는 계산조차 불가능했던 가우디의 거친 곡선들이 3D 모델링 기술과 디지털 공법이라는 현대적 도구를 만나 비로소 완결된 기적이다. 평범한 정답은 AI에게 맡겨두고 대학이라는 울타리 안에서 학생들이 더 마음껏 주장을 펼치고, 더 대담하게 엉뚱해지도록 가르쳐야 한다. 그것이 AI 시대에 감춰진 기발함을 폭발시켜 최고의 미래 인재를 키워내는 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