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부산메디클럽

[세상읽기] 컬렉터의 시대

김미희 올아트22C 문화기획 대표

  • 디지털콘텐츠팀 inews@kookje.co.kr
  •  |   입력 : 2026-07-29 18:53:05
  •  |   본지 18면
  • 글자 크기 
  • 글씨 크게
  • 글씨 작게
“40년쯤 모은 것 같습니다.” 서너 평 남짓한 작은 다실 안, 벽면에 빼곡히 걸려 있는 작품들을 하나하나 설명하는 그의 눈빛은 반짝였다. 작품들은 대부분 한국화와 붓글씨 등의 서화(書畵)들이었다. 지역 근현대 미술사에서 중요한 평가를 받는 작가부터 이름도 생경한 지역작가들의 작품까지 그의 컬렉션의 키워드는 지역이었다. 그가 아는 작가들이었고, 그가 고민했던 주제의 작품들이었고, 그와 함께 성장한 작가와 작품들이었다.

그가 수집한 작품의 작가는 이제는 많은 분이 작고하셨고 더 이상 작품활동을 할 수 없는 분이 대다수였다. 그는 매우 정확하게 작품의 배경과 이력, 다른 작가들과의 영향 관계, 작품 내용과 시대적 의미를 잘 알고 있었고 마치 작품이 만들어진 그 시대로 들어간 듯한 느낌이 들게 설명을 해주었다. 가끔 미술관에서 지역 미술사 기획전시를 준비할 때 그의 수집 작품들을 빌려가기도 하는데 그때마다 매우 뿌듯하다고 했다. 자신의 컬렉션이 한 개인의 소장품에 멈추지 않고 지역 미술사의 의미를 평가하며 많은 사람과 함께 보며 감상할 수 있어서 더욱 즐거운 일이라고. 더하여 그도 어려운 시기가 있었고 작품 구매를 주저할 때도 있었으나 힘들게 수집한 작품은 그 시절 작가의 작품활동이 멈추지 않도록 하는 작은 힘이 되었기에 지금 지역 미술사를 정립하고 연구하는데 작게나마 일조할 수 있는 것 아니겠나 하는 즐거움이라고 말했다.

최근 그는 지역 미술 기획전에 선보일 지역의 작고 작가 작품이 지역을 떠나지 못하도록 하는 일에 열정을 쏟는다고 한다. 그 작품을 서울의 컬렉터가 수집하고 싶어한다는 소식을 듣고 즉시 달려가 소장가에게서 작품을 구매해 전시했다고 한다. 이쯤 되면 그의 작품 수집은 단순한 취미를 넘어 사회적 의무를 스스로에게 부여하는 것처럼 보인다. 컬렉터의 사명, 컬렉터의 시대.

현대미술에 있어서 19세기는 작가의 시대, 20세기는 비평가의 시대, 21세기는 컬렉터의 시대라고 말하기도 한다. 컬렉터는 단순히 작품을 수집하는 것에 그치지 않기에 미술계에서 그 기능과 영향이 매우 크다. 일례로 영국의 광고 재벌 찰스 사치(1943~)는 데미언 허스트(1965~) 등의 영국 젊은 작가들을 발굴하고 후원해 세계적인 작가로 인정받게 했다. 최근 허스트는 아시아 최초의 대규모 회고전을 서울 국립현대미술관에서 열었고 큰 호응과 논쟁을 일으키기도 했다.

사치는 현대 미술시장에서 큰 영향력을 갖는 컬렉터고 그의 컬렉션은 다른 컬렉터들과 갤러리, 경매회사의 작품 구입에 영향을 끼치며 작품 가격을 조정할 정도였다. 그는 사치갤러리를 열어 과감한 전시 기획과 노이즈 마케팅을 통해 작가를 홍보했고 젊은 작가들의 전시회나 작업실의 작품을 대량으로 구매하는 벌크 바잉(Bulk buying)으로 저렴하게 작품을 구매해 단기간에 판매하는 아트 플리핑으로 막대한 시세차익을 얻기도 했다. 마치 부동산 단기투자인 하우스 플리핑처럼 미술작품을 투자자산으로 인식하게 했다. 이제 시작하는 무명 또는 젊은 작가의 작품을 대량으로 구매하고 그 작가를 마케팅해 유명하게 만들고, 미술계 큰 손인 사치의 컬렉션이 보증하는 작가이니 작품 가격은 올라가는 순환 구조를 만들었다.

순기능만 있었던 것은 아니다. 엄밀히 말해서 작품 가격이 올라간다는 것만으로 미술계의 순기능이라고 평가할 수도 없지만, 사치의 변심으로 미술시장에 대량으로 재판매되는 작가의 작품 가격은 폭락하게 됐고 그 작가의 명성은 큰 타격을 입게 됐다. 그 작가는 사치에게 버림받았고 작가의 예술성은 끝났다고 해석됐고 미술 경매시장에서 80%까지 가격이 폭락한 작가도 있었다. 다른 컬렉터들과 갤러리들에게 사치의 작품 매각은 소문만으로도 공포였다고 한다. 작품의 가격을 조정할 수 있는 방대한 컬렉션과 자본력을 행사한 사치는 ‘미술시장을 교란하는 작전세력’이라고 비난받기도 했다.

가끔 아트 페어나 갤러리, 미술시장에서 예비 컬렉터들로부터 ‘관심 있는 작품의 가격이 오를 것인가’라는 질문을 종종 듣게 된다. 정답은 알 수 없다. 거창한 사회적 의무와 명분이 아니더라도 나의 예술품 컬렉션은 건강한 경제활동이자 즐거운 미적 향유이기를 바랄 뿐이다.

김미희 올아트22C 문화기획 대표
ⓒ국제신문(www.kookje.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국제신문 뉴스레터
국제신문 네이버 뉴스스탠드 구독하기
국제신문 네이버 구독하기
뭐라노 뉴스

 많이 본 뉴스RSS

  1. 1폭발음 뒤 불길…인근 7000명 대피(종합)
  2. 2정부, 공연장 겸 돔구장 추진…북항 돔 아레나 ‘기회’
  3. 3프로야구 역대급 흥행에도 쪼그라든 ‘거인 팬심’
  4. 4부산시, 퐁피두 분관·라 스칼라 공연 백지화(종합)
  5. 5‘신천지 與 입당 정황’ 친청계 반발…“김 대표, 조사 과정 제대로 밝혀라”(종합)
  6. 6이기대 예술공원 사업도 차질
  7. 7호텔 셔틀 타고 황령산 야경 보러가요
  8. 8울산 온산 화학공장 화재
  9. 9변성완·박상준,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 송치
  10. 10구·군은 맘대로 불법 현수막…민간엔 과태료 폭탄
  1. 1‘신천지 與 입당 정황’ 친청계 반발…“김 대표, 조사 과정 제대로 밝혀라”(종합)
  2. 2신임 靑 비서실장에 임광현 국세청장(종합)
  3. 3김민석 격주 부산행 PK 민심잡기…부마항쟁 기념식 찾는다
  4. 4김지용 “정치검사 1호는 尹”…과거 행적 놓고 與 집안싸움(종합)
  5. 5박형준 “새로 할 일 없는 사람들, 전임 시정 뒤집기 집착”
  6. 6여도 야도 농지 전수조사 질타…임대수탁 부작용 등 지적
  7. 7北 "전날 동해서 2종 잠수함발사 전략순항미사일 시험발사"
  8. 8이 대통령, 부캉이 보러 북항 방문…전재수 ‘돔 아레나’ 건의
  9. 9이헌승 “국제신문 100억대 체임 구속사유”…장관 “엄정 대응”
  10. 10“북극항로 가능성, 시범운항서 확인”(종합)
  1. 1호텔 셔틀 타고 황령산 야경 보러가요
  2. 2올해 자사주 62조 태웠다…‘삼전닉스’ 과반
  3. 3부산 호텔업계 “바가지요금 논란 되풀이 막자”
  4. 4금융사 AI해킹 16곳으로 늘어나…130곳은 ‘보안 미흡’
  5. 5친환경에너지·AI기술 각축…업계 트렌드 읽고 미래로 항해
  6. 6현대차, 인도에 20조 통 큰 투자…생산·연구개발 거점 강화
  7. 716, 17일 ‘부산금융주간’…청년교육·세미나 등 다채
  8. 8주가지수- 2026년 10월 14일
  9. 9市 기관장 하세월 임명절차…청문 통과해도 공백
  10. 10공공기관 이전 연내 발표…“산은·금감원 반드시 부산 와야”
  1. 1폭발음 뒤 불길…인근 7000명 대피(종합)
  2. 2부산시, 퐁피두 분관·라 스칼라 공연 백지화(종합)
  3. 3변성완·박상준,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 송치
  4. 4구·군은 맘대로 불법 현수막…민간엔 과태료 폭탄
  5. 5부산도시철 교대인력 공백 떠안은 직원들…현장 아우성
  6. 6市 ‘시간 쪼개기 계약’ 채용 관행 전면 손질
  7. 7[단독] “어? EBS서 봤던 문젠데” 부산 고교 118명 중간고사 재시험
  8. 8부산중수청장 “지방청 중심 수사…기존 검찰 구조와 다를 것”
  9. 9오늘의 날씨- 2026년 10월 15일
  10. 10“나노산단 분양률 50% 고무적…미래전략 앵커기업 유치 목표”
  1. 1프로야구 역대급 흥행에도 쪼그라든 ‘거인 팬심’
  2. 2인종차별 당한 엄지성…英 경찰 수사
  3. 3거인 3년 연속 7위…레이예스·한동희는 날았다
  4. 4황성빈은 첫 도루왕…끝까지 뜨거웠던 타이틀 경쟁
  5. 5한화, 새 사령탑에 류지현…3년 20억원
  6. 63년 無가을로 계약 만료…김태형 감독 운명은?
  7. 7프로야구 한화, 신임 사령탑으로 류지현 국가대표 감독과 계약
  8. 8HJ重·동부건설, 소외층·골프 꿈나무에 3000만원 기부
  9. 9어깨 부상 김우민, 수술 대신 재활로
  10. 10최동원 어린이 야구교실, 출범 11년 만에 프로선수 배출
우리은행
10대 부산시의회 상임위 들여다보기
“학교 통폐합 지역 맞춤형으로 접근”
10대 부산시의회 상임위 들여다보기
해운기업 유치, 해사법원 신설 “해양수도 부산 경쟁력 키울 것”
강동진의 도시이야기 [전체보기]
바흐를 찾아간 나, 한국을 꿈꾸는 그녀
세계유산위원회, 부산의 시간을 세계와 나누다
경제프리즘 [전체보기]
소비 아닌 문화 생산 주체 오페라하우스
한국 갯벌의 2단계 확대 등재 의미
과학에세이 [전체보기]
AI 시대, 부산 R&D의 대전환
원자력 청출어람, 스승을 가르치다
국제칼럼 [전체보기]
사라지는 것, 귀 기울일 것
열린 사회와 그 적들
기고 [전체보기]
거장은 떠나도, 오케스트라는 남아야 한다
전문대학을 소개합니다
기자수첩 [전체보기]
금고 이사장 전횡, 지금도 진행중
엘리트 자평해온 市 공무원…생중계 회의서 능력 입증을
김준희의 클래식 인사이트 [전체보기]
여름의 끝자락, 브람스
여름날의 애상, 왈츠
김지윤의 우리음악 이야기 [전체보기]
다대포에서 만난 퇴계 이황
세종시대 음악이 전해진 이유
뉴스와 현장 [전체보기]
북극항로, 첫 배보다 중요한 것은 다음 배다
솔직할 수 있는 용기, 당신에게도 닿기를
도청도설 [전체보기]
다시 영화의 시간
사형 생중계
독자 투고 [전체보기]
새로운 시작 ‘황혼 이혼’
무료 화장실 깨끗하게 쓰자
메디칼럼 [전체보기]
요추부 척추관협착증, ‘메포츠’로 극복하기
B형 간염 ‘바이러스 수치’에 ‘급여’ 맞춰야
목지수의 도시브랜드 산책 [전체보기]
랜드마크 시스템의 시대
북항 돔구장에서 야구 보며 사우나를
박지욱의 뇌력이 매력 [전체보기]
건망증, 이렇게 잡자
운동으로 해마를 키우자
박진희의 컬처 픽 [전체보기]
‘부캉이’ 스펙터클에서 공존으로
부산 문화정책, 지금 필요한 선택
사설 [전체보기]
퐁피두 중단·라 스칼라 보류, 새 문화 대안 필요하다
정부와 정치권, 산은 부산 이전 강력한 의지 보여라
세상읽기 [전체보기]
다민족 사회
부캉이가 북항에 던진 질문
안재철의 연결하는 공간 [전체보기]
지구와 도시의 연결을 묻다
해양수도 부산, ‘제3의 경계 공간’
엄길청의 문전성시 [전체보기]
말과 현실이 너무 다른 부산
반도체와 부산
이보성의 미술 현장 산책 [전체보기]
두 미술관, 각자의 역할을 묻다
시장이 강해진 것일까, 비엔날레가 약해진 것일까
이상이 칼럼 [전체보기]
보건의료에서 지방정부 역할과 ‘정책 의료’
행위별수가제와 인두제, 오해와 진실
이정구의 맛과 건강 [전체보기]
미식과 오래 씹기
이제명의 오션 드림 [전체보기]
광복 81년, 다음은 바다의 산업 주권
HMM 부산 이전, 해양수도의 시험대
이홍의 세상현미경 [전체보기]
국제질서의 지각변동과 한국의 성장경로
한국이 가진 자산
정쾌호의 부동산 탐구생활 [전체보기]
부산 아파트 10년, 이중 양극화와 위상 추락
미분양의 경고, 지방 맞춤 ‘출구전략’ 서둘러야
주재민의 명당을 찾아서 [전체보기]
조선 8대 명당 중 하나인 정문도 묘
금가락지가 땅에 떨어진 형국, 곡전재
최태호의 와인 한 잔 [전체보기]
추석의 식탁, 가족을 잇는 와인
오스트리아 와인,빈의 시간을 마시다
특별기고 [전체보기]
‘해양수도 부산’ 토대부터 바로 놓아야
당론 따를지 역사 따를지 양심의 선택을
하순봉의 음악이야기 [전체보기]
박자와 기보
국민악파
황정수의 그림산책 [전체보기]
이대원의 ‘온정리 풍경’
유영국의 1957년 작 ‘사람’
CEO 칼럼 [전체보기]
거울 속의 외계인
물 들어올 때 노 저어라
  • 국제신문 골프대회
  • 맘편한 부산
  • 부산국제마라톤
  • BNK생명나눔챌린지
  • 유콘서트
걷고 싶은 부산 그린워킹 홈페이지
국제신문 대관안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