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9일 부산에서 개막한 제48차 유네스코 세계유산위원회가 29일 막을 내린다. 우리나라가 1988년 세계유산협약에 가입한 후 처음으로 국내에서 열린 이번 회의에서 ‘한국의 갯벌’이 확대 등재된 것은 정부와 지방자치단체, 학계와 시민사회가 함께 추진해 온 갯벌 보전과 관리 노력이 국제사회로부터 인정받았다는 점에서 큰 의미가 있다.
한국의 갯벌 세계유산은 동아시아-대양주 철새 이동 경로의 중심에 있으며, 매년 수백만 마리의 이동성 물새가 이용한다. 유산지역에 이동성 물새가 높은 밀도로 모여들며, 이 가운데 알락꼬리마도요 붉은어깨도요 흰죽지 노랑부리백로 검은머리갈매기 등 국제적 멸종위기 조류도 포함돼 있다. 2021년 제44차 세계유산위원회에서 1단계로 등재된 고창 서천 신안 보성-순천 갯벌은 한국 갯벌의 생태적 가치와 지리적 중요성, 갯벌과 함께한 지역의 삶과 문화를 세계에 알린 역사적 성과였다.
그러나 세계유산으로서의 가치를 온전히 보전하고 다음 세대에 물려주기 위해 등재 범위의 확대와 함께 실효성 있는 관리 체계를 구축하는 것이 필수다. 이에 정부는 제44차 세계유산위원회의 유산구역 및 완충구역 확대 권고를 수용해 등재 범위 확대를 추진해 왔으며, 이번 제48차 회의에서 전남 무안·고흥·여수 갯벌과 충남 서산 갯벌이 2단계로 추가 등재됐다.
확대 등재 의미는 세계유산 면적이 늘어났다는 데만 있지 않다. 서로 연결된 갯벌과 철새의 이동경로를 하나의 생태적 네트워크로 관리하고, 멸종위기 조류의 핵심 서식지를 더욱 체계적으로 보전하는 기반을 마련했다는 데 의미가 있다. 또한 갯벌을 주민과 함께 지속 가능한 보전체계를 만들겠다는 국제사회와의 약속이기도 하다.
해양환경공단은 해양수산부와 지방자치단체, 지역사회와 함께 갯벌 세계유산 확대 등재를 위한 실천적 지원에 앞장서왔다. 확대 등재 예정지의 습지보호지역 신규 지정과 확대 지정으로 법적 보호기반을 강화하고, 주민설명회와 의견 수렴을 통해 지역사회의 이해와 참여를 넓혀 왔다.
또한 한국 갯벌이 지닌 탁월한 보편적 가치 중 하나인 이동성 물새의 중간기착지 기능을 보전하기 위해 2023년부터 과학적 모니터링을 한다. 최근 조사에서 물새 출현 종수와 개체수가 2023~2024년 106종 18만9079개체에서 2025~2026년 221종 24만8716개체로 크게 늘었다. 넓적부리도요 검은머리물떼새 저어새 등 국제자연보전연맹(IUCN) 적색목록에 따른 멸종위기종과 국내 법정보호종 30종도 확인됐다. 이러한 조사 결과는 유산지역의 생태적 건전성이 유지되고 있음을 보여주며, 향후 보전계획과 복원사업을 수립하기 위한 근거자료로 활용될 것이다.
특히 확대 등재 심사 과정의 핵심인 IUCN의 현장 실사에서도 공단은 정부와 지자체의 현장 대응과 자료 준비를 지원했다. 이는 우리나라의 보전·관리 계획과 현장 역량이 국제 기준에 부합함을 확인받은 결과로서, 등재 과정에서의 투명하고 치밀한 준비가 얼마나 중요한지를 보여준다.
확대 등재는 끝이 아니라 새로운 시작이다. 핵심 과제는 세계유산 등재의 의미를 실질적인 보전과 관리로 이어가는 것이다. 무엇보다 정부와 지자체, 그리고 지역사회가 함께 참여하는 통합적 관리체계를 구축하고, ‘습지보전법’ ‘갯벌 및 그 주변지역의 지속가능한 관리와 복원에 관한 법률’ ‘제2차 갯벌 등의 관리 및 복원에 관한 기본계획(2026~2030)’ 등 관련법과 계획에 근거해 유산지역의 장기적 보전 기반을 확보해야 한다.
또한 이동성 물새의 핵심 서식지와 휴식지로서의 기능을 유지하기 위해 표준화 모니터링과 맞춤형 보전대책을 강화해야 한다. 축적된 과학적 조사자료는 서식지 보전, 조류 보호대책, 기후변화 대응 전략 수립에 활용될 것이다. 아울러 주민 삶과 연계한 지속가능한 유산관광과 상생모델을 구체화해 보전과 이용의 균형을 실현해야 한다. 이를 위해 전문 교육·해설 인력을 양성하고 친환경 유산관광 가이드라인을 마련하는 한편, 전통적 어업방식이 계승될 수 있도록 지원해야 한다.
하늘을 나는 새들에게 국경은 없다. 황해 생태계와 동아시아-대양주 철새이동경로의 핵심 서식지를 보전하기 위해 중국 등 주변국과 와덴해 공동사무국, 영국왕립조류보호협회 등 해외전문기관들과 다자간 협력체계를 구축해야 한다. 이를 바탕으로 조사정보와 정책 경험의 공유를 확대하고 공동협력 사업을 추진해야 한다.
갯벌은 탄소를 저장해 기후변화 완화에 기여하고, 생물다양성을 보전하며, 연안 공동체의 생계와 문화를 함께 지키는 소중한 공공자산이다. 우리 세대가 이를 지키지 못한다면 다음 세대에 회복하기 어려운 손실을 남기게 될 것이다. 한국의 갯벌이 앞으로도 건강한 생태계로 남을 수 있도록 다양한 지역 이해관계자가 참여하는 현장 중심의 관리체계와 상생모델을 만들어가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