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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북항재개발 1단계 핵심시설인 랜드마크 부지. 국제신문DB |
지난 11, 12일 부산항 북항 랜드마크 부지는 초대형 야외 오페라 ‘카르멘’ 공연장으로 활용됐다. 정명훈 감독이 지휘를 맡고 국내외 정상급 예술단체가 참여한 공연은 내년 부산오페라하우스 개관을 앞두고 시민 공감대를 넓히기 위해 마련된 자리였다.
많은 시민은 공연을 즐기면서도 오랜 기간 방치된 랜드마크 부지에는 아쉬움을 드러냈다. 북항 친수공간과 수변공원, 오페라하우스 등 주변 시설은 계획대로 들어서고 있지만 이곳은 여전히 빈터로 남아 이벤트 행사장으로 활용되고 있다.
그동안 역대 부산시장들은 국제회의시설과 초고층 복합개발 문화·관광시설 등 다양한 구상을 내놓았으나, 번번이 사업성 부족과 추진 동력 약화로 무산됐다. 그 배경에는 부동산 경기 침체와 막대한 사업비 부담이라는 현실적 어려움이 있었다. 시행자인 부산항만공사(BPA) 역시 변화하는 여건에 맞는 실행 가능한 개발 모델을 제시하지 못한 책임이 크다.
이런 상황에서 BPA가 또다시 10억 원이 넘는 타당성 검토 용역을 추진하면서 “용역만 하다 세월 보낸다”는 비판이 나온다. 다만 이번에는 상황이 달라질 가능성이 있다. 항만공사법 개정으로 BPA가 매립지 조성뿐만 아니라 상부시설 개발에도 직접 참여할 수 있는 제도적 기반이 마련됐기 때문이다. 그러나 권한 확대가 곧 성공을 보장하는 것은 아니다. 부산시민이 먼저 던지는 질문은 “BPA가 그 역할을 감당할 역량을 갖췄는가”이다. 북항마리나 사례를 보면 이런 우려는 쉽게 가라앉지 않는다.
790억 원이 투입된 북항마리나는 북항재개발의 핵심 기반시설이었다. 2012년부터 세계적인 마리나 시설을 목표로 추진됐지만 민간 투자 유치에 실패하면서 BPA가 직접 개발로 전환해 2020년 3월 착공했다.
마리나는 항만재개발 사업의 기반시설로 항만공사법 개정 전에도 BPA가 개발할 수 있었다. 하지만 2023년 개장 이후 복합 해양레저시설이라는 당초 청사진은 제대로 구현되지 못했다.
숙박시설과 상업시설은 공실 상태가 이어졌고 가장 중요한 계류시설도 정상 운영되지 못했다. 북항마리나 앞 해역의 높은 파도와 방파제 미완공 등은 사업 추진 과정에서 충분한 검토와 준비가 이뤄지지 않았음을 보여준다.
지역사회 일각에서 ‘790억 원짜리 수영장’이라는 비판이 나오는 현실은 뼈아픈 대목이다. 여기에 운영사 계약 종료를 앞두고 후속 운영자 선정 절차가 늦어지면서 운영 공백 우려까지 나왔다. BPA는 뒤늦게 지난 23일 아쿠아시설 운영 우선협상대상자로 부산시체육회를 선정했다.
북항재개발의 상부 개발은 마리나보다 훨씬 큰 규모의 문화·상업·관광시설을 아우르는 사업이다. 마리나에서 드러난 운영과 관리의 한계를 보면서 BPA가 과연 제 역할을 해낼지 걱정스럽다.
복합환승센터 공사를 둘러싼 사태도 같은 맥락에서 봐야 한다. BPA와 사업자 간 갈등은 결국 공사중지 가처분 신청과 계약 해지 논란으로까지 번졌다.
핵심 쟁점은 공중보행로 연결부의 높이 차이다. 부산역 뒤편 연결통로보다 3.3m 높게 설계된 부분이 문제가 됐고, BPA는 공공성을 훼손한 중대한 위반이라며 강경 대응에 나섰다.
이번 사태는 설계와 시공을 맡은 사업자에게 1차적 책임이 있지만 설계 과정에서 문제를 충분히 점검하고 조정하지 못한 채 공사가 한참 진행된 후 대응에 나선 BPA도 과실 지적을 피하기 어렵다. 양측은 단차 조정 방향에는 공감했지만 책임 소재와 후속 대응 방안을 놓고 여전히 갈등을 빚고 있다. 법적공방 등으로 사태가 장기화하면 피해는 당사자인 BPA와 사업자를 넘어 현장 근로자와 협력업체, 결국 부산 시민에게 전가될 수 있다.
이 과정에서 해양수산부의 역할을 짚어봐야 한다. 해수부는 2021년 BPA와 부산항북항통합개발추진단 등을 대상으로 북항재개발 1단계 사업 전반에 대한 집중 감사를 벌였다. 당시 요란했던 감사는 싱겁게 끝나 뒷말이 많았다. 하지만 북항 핵심 시설인 복합환승센터를 둘러싸고 BPA와 민간사업자가 정면충돌한 지금, 해수부는 ‘강건너 불구경하듯’ 바라만 보고 있다.
복합환승센터 설계와 시공 과정에서 문제가 발생했다면 누가 옳고 그른지를 따지는 것뿐만 아니라 사업이 정상 궤도로 돌아갈 수 있도록 조정하고 해법을 마련하는 것이 주무 부처인 해수부 역할이다.
북항재개발은 부산의 미래가 걸린 사업이다. 이제 BPA는 확대된 권한을 성과로 증명해야 한다. 권한 강화가 또 다른 사업 지연과 시행착오로 이어지는 일은 막아야 한다. 해수부 역시 더 이상 뒷짐만 지고 있을 때가 아니다.
이은정 논설실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