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부산메디클럽

[과학에세이] 축구 물질

김광석 부산대 광메카트로닉스공학과 교수·‘감성물리’ 저자

  • 김광석 부산대 광메카트로닉스공학과 교수·‘감성물리’ 저자
  •  |   입력 : 2026-07-27 18:44:11
  •  |   본지 18면
  • 글자 크기 
  • 글씨 크게
  • 글씨 작게
2026년 월드컵 열기는 무더위가 시작하기도 전에 식어 버렸다. 체코전 첫 승리 후 다양한 가능성과 경우의 수에 들뜬 순간도 있었지만, 세계적 수준의 선수들을 역대급으로 많이 보유하고도 무기력해 보이기만 했던 그 후의 한국팀 경기들은 한두 명의 뛰어난 역량보다 팀의 조직력과 전술이 더 중요하다는 사실을 깨닫게 했다. 그렇다면 축구라는 단체 경기에서 팀의 우열을 결정짓는 핵심 원리는 무엇일까?

골키퍼를 제외한 10명을 3-4-3, 3-4-2-1 방식으로 배치한 모습은 고체 속 결정을 떠올리게 한다. 헤딩 같은 수직 운동도 있지만 지상의 수평 운동이 주를 이루는 축구는 2차원 결정에 가깝다. 이를테면, 축구는 A팀 원자 11개와 B팀 원자 11개가 독특한 패턴을 만든 2차원 물질인 셈이다. 또한, 축구공이 여러 선수를 거쳐 골대에 도달하는 모습은 쇠공이 기울어진 판 위에 놓인 여러 장애물과 부딪히며 굴러 내려오는 갈톤 보드(Galton board)와도 닮았다. 쇠공이 최종적으로 도달하는 다양한 위치는 확률적으로 대칭적 산 모양의 이항분포를 보이지만 특정 위치에 떨어진 쇠공의 수만 포집해 보면 평균을 중심으로 비대칭적 모습을 지닌 포아송(Poisson) 분포를 보인다. 그런데 팀의 골대로 들어간 공의 수 역시 포아송 분포를 보인다.

만약, 입자적 측면의 빛 알의 수가 포아송 분포를 보인다면 뭉침의 성향이 없는 무작위성을 내포하지만, 파동적 관점에서는 잘 조율된 음 같은 결맞음성을 의미한다. 축구 선수와 부딪혀 골대까지 도착하는 축구공이라는 물질 입자에도 양자적 파동성이 작동하는지는 알 수 없지만 팀 선수 간 삼각 패스의 연결망을 통해 상대 수비수들의 방어벽을 넘어서는 모습과 유사하게 고체 속 원자들은 전자를 공유해 결합의 연결망을 구축하고 주변을 둘러싼 원자 배열의 에너지 장벽을 넘어선다. 그리고 양자역학은 축구공 같은 고체 속 전자의 모습을 안개와 구름을 닮은 확률적 파동으로 묘사한다. 그렇다면 다각형 모양의 결정 단위 같은 선수들의 정렬과 그 구조의 뼈대 같은 패스 연결망을 분석해 공의 선점과 유효 공격의 가능성을 양자 파동함수처럼 그려보면 어떨까?

맨체스터 대학의 물리학자가 벌집 모양의 결정을 지닌 2차원 물질 연구를 시작하던 2000년대 초, 근처의 작은 도시 볼턴의 축구클럽에서는 2차원 축구 영상데이터 분석을 전술에 반영해 팀 역량의 비약적 변화를 얻어냈다. 그러자 이 혁신적 방법에 영감을 얻은 인근의 리버풀 FC는 케임브리지대학 물리학 박사 출신인 이언 그레이엄을 영입해 데이터분석팀을 본격적으로 조직했다. AI라는 용어조차 생소했던 시기였지만 물리학 천문학 통계학, 심지어 체스 전문가까지 채용한 이들은 축구 경기를 완전히 새로운 관점으로 해석한 모형을 만들었고, 마침내 리버풀 FC는 30년 만에 2019~2020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우승컵을 들어 올렸다. 2차원 물질 연구에도 비슷한 시기인 2010년과 2016년에 노벨 물리학상이 수여되었다.

움직이고 변하는 축구 결정은 열역학도 닮았다. 조직적 강한 압박은 팀의 정렬성을 무너뜨리면서 유리나 고분자 같은 비정질 구조로 바꿀 수 있으며, 갑작스럽게 수비에서 공격으로 전환되는 뜨거운 순간은 얼음이 물이나 증기가 되듯 원자의 독립적 활동성이 증가하는 상전이와도 유사하다. 선수의 개별 특성까지 고려한다면 축구는 22개의 이종원자로 구성된 인공적 신물질이다. 따라서, 선수 교체와 새로운 선수 영입은 불순물을 주입해 전체 물성을 변화시키는 재료공학 기술과도 비슷하다. 실제 이언 그레이엄 박사는 대다수가 반대했던 무명 선수를 팀 전력의 불균형을 보충할 수 있는 최적의 인재로 예측한 후 놀라운 시너지를 일으키는 결과를 보여주며 자신의 축구 모형을 입증했다.

현재 유럽의 많은 프로축구팀들이 데이터분석팀을 적극 활용하고 있으며 아마도 다음 월드컵에는 더욱 진화된 분석 모형과 AI에 기반한 고도의 전략이 등장할 것이다. 새롭게 구성될 한국 축구 대표팀도 이런 혁신적 과학기술을 적극 수용할 안목을 지녔으면 좋겠다.
ⓒ국제신문(www.kookje.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국제신문 뉴스레터
국제신문 네이버 뉴스스탠드 구독하기
국제신문 네이버 구독하기
뭐라노 뉴스

 많이 본 뉴스RSS

  1. 1폭발음 뒤 불길…인근 7000명 대피(종합)
  2. 2정부, 공연장 겸 돔구장 추진…북항 돔 아레나 ‘기회’
  3. 3부산시, 퐁피두 분관·라 스칼라 공연 백지화(종합)
  4. 4프로야구 역대급 흥행에도 쪼그라든 ‘거인 팬심’
  5. 5이기대 예술공원 사업도 차질
  6. 6‘신천지 與 입당 정황’ 친청계 반발…“김 대표, 조사 과정 제대로 밝혀라”(종합)
  7. 7울산 온산 화학공장 화재
  8. 8호텔 셔틀 타고 황령산 야경 보러가요
  9. 9변성완·박상준,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 송치
  10. 10구·군은 맘대로 불법 현수막…민간엔 과태료 폭탄
  1. 1‘신천지 與 입당 정황’ 친청계 반발…“김 대표, 조사 과정 제대로 밝혀라”(종합)
  2. 2신임 靑 비서실장에 임광현 국세청장(종합)
  3. 3김민석 격주 부산행 PK 민심잡기…부마항쟁 기념식 찾는다
  4. 4김지용 “정치검사 1호는 尹”…과거 행적 놓고 與 집안싸움(종합)
  5. 5박형준 “새로 할 일 없는 사람들, 전임 시정 뒤집기 집착”
  6. 6여도 야도 농지 전수조사 질타…임대수탁 부작용 등 지적
  7. 7이 대통령, 부캉이 보러 북항 방문…전재수 ‘돔 아레나’ 건의
  8. 8이헌승 “국제신문 100억대 체임 구속사유”…장관 “엄정 대응”
  9. 9“북극항로 가능성, 시범운항서 확인”(종합)
  10. 10김민석, 주진우 겨냥 “막말 땐 자격 정지 추진”
  1. 1호텔 셔틀 타고 황령산 야경 보러가요
  2. 2부산 호텔업계 “바가지요금 논란 되풀이 막자”
  3. 3금융사 AI해킹 16곳으로 늘어나…130곳은 ‘보안 미흡’
  4. 4올해 자사주 62조 태웠다…‘삼전닉스’ 과반
  5. 5현대차, 인도에 20조 통 큰 투자…생산·연구개발 거점 강화
  6. 6친환경에너지·AI기술 각축…업계 트렌드 읽고 미래로 항해
  7. 716, 17일 ‘부산금융주간’…청년교육·세미나 등 다채
  8. 8주가지수- 2026년 10월 14일
  9. 9市 기관장 하세월 임명절차…청문 통과해도 공백
  10. 10공공기관 이전 연내 발표…“산은·금감원 반드시 부산 와야”
  1. 1폭발음 뒤 불길…인근 7000명 대피(종합)
  2. 2부산시, 퐁피두 분관·라 스칼라 공연 백지화(종합)
  3. 3변성완·박상준,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 송치
  4. 4구·군은 맘대로 불법 현수막…민간엔 과태료 폭탄
  5. 5부산도시철 교대인력 공백 떠안은 직원들…현장 아우성
  6. 6市 ‘시간 쪼개기 계약’ 채용 관행 전면 손질
  7. 7부산중수청장 “지방청 중심 수사…기존 검찰 구조와 다를 것”
  8. 8[단독] “어? EBS서 봤던 문젠데” 부산 고교 118명 중간고사 재시험
  9. 9“나노산단 분양률 50% 고무적…미래전략 앵커기업 유치 목표”
  10. 10오늘의 날씨- 2026년 10월 15일
  1. 1프로야구 역대급 흥행에도 쪼그라든 ‘거인 팬심’
  2. 2인종차별 당한 엄지성…英 경찰 수사
  3. 3거인 3년 연속 7위…레이예스·한동희는 날았다
  4. 4황성빈은 첫 도루왕…끝까지 뜨거웠던 타이틀 경쟁
  5. 5한화, 새 사령탑에 류지현…3년 20억원
  6. 63년 無가을로 계약 만료…김태형 감독 운명은?
  7. 7프로야구 한화, 신임 사령탑으로 류지현 국가대표 감독과 계약
  8. 8HJ重·동부건설, 소외층·골프 꿈나무에 3000만원 기부
  9. 9어깨 부상 김우민, 수술 대신 재활로
  10. 10최동원 어린이 야구교실, 출범 11년 만에 프로선수 배출
우리은행
10대 부산시의회 상임위 들여다보기
“학교 통폐합 지역 맞춤형으로 접근”
10대 부산시의회 상임위 들여다보기
해운기업 유치, 해사법원 신설 “해양수도 부산 경쟁력 키울 것”
강동진의 도시이야기 [전체보기]
바흐를 찾아간 나, 한국을 꿈꾸는 그녀
세계유산위원회, 부산의 시간을 세계와 나누다
경제프리즘 [전체보기]
소비 아닌 문화 생산 주체 오페라하우스
한국 갯벌의 2단계 확대 등재 의미
과학에세이 [전체보기]
AI 시대, 부산 R&D의 대전환
원자력 청출어람, 스승을 가르치다
국제칼럼 [전체보기]
사라지는 것, 귀 기울일 것
열린 사회와 그 적들
기고 [전체보기]
거장은 떠나도, 오케스트라는 남아야 한다
전문대학을 소개합니다
기자수첩 [전체보기]
금고 이사장 전횡, 지금도 진행중
엘리트 자평해온 市 공무원…생중계 회의서 능력 입증을
김준희의 클래식 인사이트 [전체보기]
여름의 끝자락, 브람스
여름날의 애상, 왈츠
김지윤의 우리음악 이야기 [전체보기]
다대포에서 만난 퇴계 이황
세종시대 음악이 전해진 이유
뉴스와 현장 [전체보기]
북극항로, 첫 배보다 중요한 것은 다음 배다
솔직할 수 있는 용기, 당신에게도 닿기를
도청도설 [전체보기]
다시 영화의 시간
사형 생중계
독자 투고 [전체보기]
새로운 시작 ‘황혼 이혼’
무료 화장실 깨끗하게 쓰자
메디칼럼 [전체보기]
요추부 척추관협착증, ‘메포츠’로 극복하기
B형 간염 ‘바이러스 수치’에 ‘급여’ 맞춰야
목지수의 도시브랜드 산책 [전체보기]
랜드마크 시스템의 시대
북항 돔구장에서 야구 보며 사우나를
박지욱의 뇌력이 매력 [전체보기]
건망증, 이렇게 잡자
운동으로 해마를 키우자
박진희의 컬처 픽 [전체보기]
‘부캉이’ 스펙터클에서 공존으로
부산 문화정책, 지금 필요한 선택
사설 [전체보기]
퐁피두 중단·라 스칼라 보류, 새 문화 대안 필요하다
정부와 정치권, 산은 부산 이전 강력한 의지 보여라
세상읽기 [전체보기]
다민족 사회
부캉이가 북항에 던진 질문
안재철의 연결하는 공간 [전체보기]
지구와 도시의 연결을 묻다
해양수도 부산, ‘제3의 경계 공간’
엄길청의 문전성시 [전체보기]
말과 현실이 너무 다른 부산
반도체와 부산
이보성의 미술 현장 산책 [전체보기]
두 미술관, 각자의 역할을 묻다
시장이 강해진 것일까, 비엔날레가 약해진 것일까
이상이 칼럼 [전체보기]
보건의료에서 지방정부 역할과 ‘정책 의료’
행위별수가제와 인두제, 오해와 진실
이정구의 맛과 건강 [전체보기]
미식과 오래 씹기
이제명의 오션 드림 [전체보기]
광복 81년, 다음은 바다의 산업 주권
HMM 부산 이전, 해양수도의 시험대
이홍의 세상현미경 [전체보기]
국제질서의 지각변동과 한국의 성장경로
한국이 가진 자산
정쾌호의 부동산 탐구생활 [전체보기]
부산 아파트 10년, 이중 양극화와 위상 추락
미분양의 경고, 지방 맞춤 ‘출구전략’ 서둘러야
주재민의 명당을 찾아서 [전체보기]
조선 8대 명당 중 하나인 정문도 묘
금가락지가 땅에 떨어진 형국, 곡전재
최태호의 와인 한 잔 [전체보기]
추석의 식탁, 가족을 잇는 와인
오스트리아 와인,빈의 시간을 마시다
특별기고 [전체보기]
‘해양수도 부산’ 토대부터 바로 놓아야
당론 따를지 역사 따를지 양심의 선택을
하순봉의 음악이야기 [전체보기]
박자와 기보
국민악파
황정수의 그림산책 [전체보기]
이대원의 ‘온정리 풍경’
유영국의 1957년 작 ‘사람’
CEO 칼럼 [전체보기]
거울 속의 외계인
물 들어올 때 노 저어라
  • 국제신문 골프대회
  • 맘편한 부산
  • 부산국제마라톤
  • BNK생명나눔챌린지
  • 유콘서트
걷고 싶은 부산 그린워킹 홈페이지
국제신문 대관안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