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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문학 칼럼] 민주유공자법 제정을 앞두고

전통적 호국·안보 넘어 민주화·인권으로 확장

공적 예우하는 것 당연…향후 과제도 숙의해야

홍순권 동아대학교 명예교수

  • 홍순권 동아대학교 명예교수
  •  |   입력 : 2026-07-22 18:39:05
  •  |   본지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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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유공자법(민주유공자 예우에 관한 법률)안이 국회 본회의 표결을 앞두고 있다. 이 법안은 제16대 국회에 처음 발의되어 제21대까지 개정과 회기 만료로 자동 폐기를 수차례 반복해 왔다. 그동안 정치권 안팎에서 논란을 빚어 왔던 여러 문제가 사실상 지난해 발의된 개정안에서는 거의 해소되었고, 특히 일각에서 문제로 제기해 왔던 사회적 공감대도 여론조사 등을 통해 이미 확인된 바 있다. 이제 제22대 국회 후반기 원 구성이 완료되어 본회의가 열리면, 아마도 다른 안건보다 우선 처리될 전망이다. 민주유공자법의 제정 운동이 시작된 지 25년 만이다.

대의를 위해서 희생한 사람에게 국가가 명예를 부여하는 것은 국가공동체의 존립과 그 가치를 유지하기 위해 필요한 일이다. 민주주의를 위해 독재정권에 저항하다가 희생된 분들의 공적을 기리고 이를 기억하는 것은 그 전문에 ‘불의에 항거한 4·19 민주이념을 계승하고’라고 명시한 헌법 정신에 부합할 뿐만 아니라 오늘날의 시대정신이기도 하다. 요컨대 민주주의를 지키는 일이야말로 국가를 지키는 일이니 민주주의를 위해 희생한 분들을 국가유공자로 예우하는 것은 너무나 당연하다.

현재 우리나라 법제에서는 국가유공자를 크게 4가지 범주로 구분한다. 독립유공자 호국유공자 민주유공자 사회공로자 등이 그것이다. 이 가운데 민주유공자에 대해서는 이미 4·19혁명 희생자에 이어 5·18민주유공자법에 의거해 5·18 희생자를 포함하고 있다. 따라서 법리적으로도 국가유공자법이 4·19 희생자와 5·18 민주유공자를 국가유공자로 수용한 이상 이밖에 부마민주항쟁과 6·10민주항쟁은 물론 그동안 민주화운동 과정에서 희생된 민주유공자를 배제할 특별한 이유는 없다. 게다가 민주유공자법이 제정되지 않은 상태에서도 민주화에 기여한 인사들에 대한 국가 차원의 훈포장 수여가 2020년부터 3년간 진행된 전례도 있고 올해 들어 재개되기도 하였다.

과거에는 외부의 적으로부터 나라를 지킨 군인 중심의 보훈 정책이 주를 이루었고, 경제상의 원호가 우선시되었다. 이후 순국선열과 애국지사가 보훈 대상으로 추가되었다. 그러나 사회가 민주화되고 인권에 대한 인식이 고도화되면서 무엇이 국가적 가치인가에 대한 인식이 크게 확장되었다. 오늘날 한국의 보훈 정책은 이러한 인식 변화에 따른 것으로 국제사회의 일반적 보훈 정책과 궤를 같이하면서도 세계사적으로 찾아보기 드문 한국 민주화운동의 역사와도 맞닿아 있다. 그동안 보훈 정책을 주관하는 정부 주무 부처의 명칭이 몇 차례 바뀌어 온 것도 이러한 사회적 변화와 전혀 무관하다고 할 수 없다. 한국전쟁 이후 원호 업무를 통할하기 위해 1961년 설치된 군사원호청은 이듬해 원호처로 승격되었으며, 1985년 국가보훈처로 개편되었다가 2023년 국가보훈부로 승격되어 현재에 이른다. 이러한 견지에서 보면 이제 국가유공자의 개념은 전통적인 호국과 국가 안보를 위한 희생자뿐만 아니라 민주화와 인권 신장을 위해 노력한 투쟁가, 나아가 공동체의 안전을 위해 희생한 재난 현장의 의인이나 시민운동가로까지 확장되어야 하는 것이 당연한 추세라고 할 수 있다.

물론 ‘누구를 유공자로 볼 것인가’는 이를 바라보는 시각에 따라 여전히 쟁점이 될 수 있다. 그러나 당연하게도 현재 발의되어 있는 민주유공자법이 모든 민주화운동의 참여자를 ‘민주유공자’로 포괄하는 것은 아니다. 국가유공자인 만큼 그 대상은 특별한 희생이나 특별한 공적을 이룬 분들에게만 해당된다. 그리고 그 특별한 희생과 공적에 대해서는 법이 정한 별도의 심의기구를 통한 검증 절차가 이루어질 것이다.

법이 제정되면 그 이후의 과제도 고민해 보아야 한다. 때마침 지난달 22일에는 여의도 국회도서관 소강당에서 ‘민주열사 국가유공자 예우 어떻게 할 것인가’를 주제로 토론회가 열렸다. 토론 과정에서 제시된 민주열사 국립묘지, 보훈 문화의 변화, 민주열사 교육사업, 민주유공자 지원사업 등이 장차 정부와 민간이 함께 풀어나가야 할 과제로 제시되었는데 이에 대해서는 앞으로 더 많은 토론과 숙의가 있어야 할 것이다. 이 가운데는 민주유공자 예우 사업을 능동적이고 체계적으로 추진하기 위한 민간 차원의 대응 기구 필요성에 대한 논의도 불가피해 보인다. 반면에 기존 역량과 자원을 어떻게 활용할 것인가도 고민할 과제라는 생각이 든다. 특히 민주화운동 차원에서는 현존하는 민주화운동기념사업회의 제도적 역량을 활용하는 방안을 모색해야 하고, 부산의 경우는 시대적 흐름에 맞춰 민주공원이나 부마민주항쟁기념재단 등의 역할과 기능에 대한 재검토가 필요할지도 모른다.

그러나 무엇보다 이러한 과제들을 순조롭게 풀어나가기 위해서는 민주주의와 인권 가치에 대한 인식이 우리 사회에 깊이 뿌리내릴 수 있도록 제도 교육을 강화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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