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 북중미 월드컵이 지난 20일 미국 뉴욕 뉴저지스타디움에서 열린 결승전을 끝으로 39일간의 긴 여정을 마무리했다. ‘무적함대’ 스페인이 ‘축구의 신’ 리오넬 메시를 앞세운 디펜딩 챔피언 아르헨티나를 연장혈투 끝에 1-0으로 꺾고 16년 만에 우승컵을 들어 올리며 대미를 장식했다. 사상 처음으로 3개국이 공동 개최하고 참가국이 48개국으로 확대돼 이목을 끈 이번 대회는 바뀐 틀만큼이나 신선하고 감동적인 포인트를 여럿 남겼다.
메시가 결승전 패배 뒤 흘린 눈물은 많은 축구팬을 울렸다. 39세 백전노장은 팀을 하드캐리했으나 조직력을 앞세운 스페인에는 역부족이었다. 결승전 유효슈팅 0개 등 그의 ‘라스트 댄스’는 처절했으나 월드컵 통산 34경기 21골 12도움이라는 대기록을 세우고 전설답게 퇴장했다. 이름도 낯선 아프리카 섬나라 카보베르데는 대회 전반부를 휩쓴 화제의 팀이었다. 월드컵 데뷔전을 이번 대회 우승팀인 스페인과 치렀는데, 파상공세를 막아내며 0-0 무승부라는 대이변을 연출했다. 스페인은 이번 대회 8경기에서 7승 1무 무패를 기록했는데, 승리를 거두지 못한 단 한 상대가 카보베르데였다. 32강에선 이번 대회 준우승팀인 아르헨티나와 격돌했는데, 연장전에서 2-3으로 아쉽게 져 충격을 선사했다. ‘바이킹 노 젓기’ 응원으로 주목받은 노르웨이는 브라질을 꺾고 8강에 진출해 돌풍을 일으켰고, 일본은 탈아시아급 전력을 과시해 우리를 긴장시켰다.
우리나라엔 이번 대회가 악몽이었다. 1승2패의 초라한 성적으로 조별리그에서 탈락했기 때문이다. 비정상적인 대표팀 사령탑 선임 과정 등 지도부 카르텔의 독단과 무능이 빚은 참사였다. 정몽규 대한축구협회 회장과 홍명보 감독이 사퇴한 가운데 ‘K-축구 혁신위원회’가 지난 6일 출범, 전면적인 조직쇄신 방안을 논의하기 시작했다. 혁신위는 300명 이내인 축협 회장 선거인단을 수천 명 수준으로 확대하는 작업을 본격화했다. 기득권의 ‘적반하장’ 반발은 벌써 나온다. 한 지역 축구협회장이 “박지성(혁신위원장) 이영표(혁신위원)가 뭘 아냐” 며 비난하고 나선 것이다. 박 위원장은 “예상했다면”서도 “개편안이 원점으로 돌아갈 일은 없을 것”이라고 못 박았다.
이번 월드컵 공식 주제가 ‘DNA’ 중 ‘또 넘어져도 나 또다시 일어나’라는 한국어 가사가 있다. 이 노랫말처럼 이제는 넘어졌으나 다시 일어날 시간이다. 썩은 살을 도려내고 새살이 돋아야 제대로 일어설 수 있다. 국민은 그 과정을 전폭 지지하며 지켜볼 것이다.
이선정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