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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에세이] AI 전환 시대, 출연연은 무엇을 준비해야 하는가

남승훈 ㈔출연(연)과학기술인협의회 총연합회 명예회장

  • 남승훈 ㈔출연(연)과학기술인협의회 총연합회 명예회장
  •  |   입력 : 2026-07-20 18:45:39
  •  |   본지 1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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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는 이제 하나의 기술을 넘어 과학기술 연구 방식 자체를 바꾸는 거대한 전환점이 되고 있다. AI는 문헌 분석과 데이터 처리, 실험 설계를 넘어 새로운 연구 가설을 탐색하고 연구 방향을 제시하는 수준으로 발전하고 있다. 앞으로 연구 경쟁력은 얼마나 많은 데이터를 보유하느냐보다, AI를 활용해 얼마나 빠르게 미래 기술을 준비하고 새로운 지식을 창출하느냐에 의해 좌우될 것이다.

동시에 미중 기술패권 경쟁이 심화되면서 반도체, AI, 양자기술 등 전략기술은 국가 경쟁력과 산업안보를 결정하는 핵심 자산이 되고 있다. 이제 국가 경쟁력은 연구개발 예산 규모보다 미래에 필요한 기술을 얼마나 선제적으로 발굴하고, 이를 지속적으로 축적할 연구체계를 갖추고 있느냐에 달려 있다.

이러한 변화 속에서 정부출연연구기관(출연연)의 역할도 새롭게 정립돼야 한다. 출연연은 주어진 연구과제를 수행하는 기관을 넘어, 국가가 필요로 하는 미래 기술을 선제적으로 준비하는 전략 연구기관으로 변화해야 한다. 미래 연구 의제를 발굴하고 장기적인 연구역량을 축적하며, 대학과 기업을 연결하는 국가 연구혁신의 중심축 역할을 해야 한다.

출연연은 대학, 기업과 구별되는 고유한 역할을 가진다. 대학이 새로운 지식을 창출하고 기업이 기술을 산업으로 연결한다면, 출연연은 단기간 성과로 평가하기 어려운 원천기술과 국가 전략기술을 장기적 관점에서 준비하는 곳이다. AI, 반도체, 양자기술과 같은 분야의 경쟁력은 투자 확대가 아니라 장기간의 연구 축적과 분야 간 융합 협력에서 비롯된다.

최근 논의되고 있는 PBS(Project-Based System) 개선과 폐지도 이러한 관점에서 바라볼 필요가 있다. PBS는 연구 수요에 신속히 대응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었지만, 연구자들이 단기 과제 수행과 성과 관리에 집중하면서 장기적이고 도전적인 연구를 지속하기 어려운 구조를 만들었다는 지적도 있었다. 따라서 PBS 개편은 단순한 연구비 지원 방식의 변화가 아니라 출연연의 임무와 연구 생태계를 재설계하는 과정이 돼야 한다.

정부가 추진하는 전략연구사업 역시 같은 맥락에서 접근해야 한다. 중요한 것은 새로운 사업을 만드는 데 그치는 것이 아니라 국가 전략과 연구 현장의 역량을 효과적으로 연결하고, 장기적·도전적 연구를 수행할 기반을 마련하는 것이다.

물론 제도 변화만으로 연구 경쟁력이 확보되는 것은 아니다. 스스로의 변화도 필요하다. 미래 연구 의제를 발굴하는 기획 역량을 강화하고, 국가 전략 수립을 과학기술적으로 뒷받침할 분석과 제안 역량을 갖춰야 한다.

연구 방식 역시 달라져야 한다. 오늘날 첨단 과학기술은 하나의 기관만으로 완성하기 어렵다. 대학의 창의적 연구, 출연연의 축적된 전문성, 기업의 사업화 역량이 유기적으로 연결될 때 혁신이 가능하다. 출연연은 이러한 역량을 결집하는 국가 연구혁신의 허브 역할을 수행해야 한다.

연구자가 연구에 몰입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는 것도 중요하다. 연구 지원을 위한 행정은 필요하지만, 행정이 연구를 압도해서는 안 된다. 자율성과 책임성이 조화를 이루는 연구환경이 마련될 때 창의적이고 도전적인 연구가 가능하다.

AI 시대 출연연의 경쟁력은 얼마나 많은 과제를 수행했는지가 아니라, 미래 연구 의제를 얼마나 먼저 발굴하고 전략기술을 얼마나 지속적으로 축적하며 국가 연구역량을 얼마나 효과적으로 연결했는지에 의해 평가받게 될 것이다.

앞으로 5년은 AI 전환과 전략기술 경쟁 속에서 출연연의 미래 역할을 결정할 중요한 시기다. PBS 개편과 전략연구사업의 성공은 정부 제도 개선만으로 완성될 수 없다. 출연연 스스로 연구 수행기관을 넘어 미래를 준비하는 국가 전략 연구기관으로 변화할 때 의미를 갖는다.

대한민국 과학기술 미래는 더 많은 연구비만으로 만들어지지 않는다. 미래를 예측·도전하며 축적하는 연구체계를 구축하고, 이를 이끌 연구기관을 육성할 때 지속 가능한 기술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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